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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th BIFF]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쩔 수가 없다” 박찬욱이 빚어낸 보편적 이기심에 대한 이야기…‘어쩔수가없다’ 부국제서 첫선

입력 2025-09-17 17:01:35
수정 2025-09-17 17: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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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기자시사 및 기자회견

박찬욱 감독·배우 이병헌·손예진·박희순·이성민·염혜란 참석해 자리 빛내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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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부산, 김민지 기자] 어쩔 수가 없다.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다는 뜻. 박찬욱 감독은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세대 불문 인간이라면 내포하고 있을 ‘내 삶’, ‘내 것’에 대한 마음을 참 수려하게 표현해냈다.

실직에 놓인 한 가장, 그리고 이를 둘러싼 같은 처지의 인물들, 그의 세상인 가족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에는 ‘이기심’이 존재한다. “어쩔 수가 없었어.” 각기 다른 입장에 놓인 인물들이 본인도 모르게 내뱉는 이 말은, 우리네 세상에서 내가 보는 세상과 남들이 보는 세상의 간극. 그 속에 담긴 이기심을 드러내는 것 같다. 그리고 이를 박찬욱 감독은 참으로 우아하게 표현해냈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어쩔수가 없다’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어쩔수가 없다’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드디어 국내에서도 베일을 벗었다. 17일 부산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기자시사와 기자회견이 이뤄졌다. 이날 현장에는 박찬욱 감독,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박가인수석 프로그래머(모더레이터)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평범한 가장의 실직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이야기…보편적 시대상 담았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어쩔수가 없다’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어쩔수가 없다’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이걸 박찬욱 감독님이 쓰셨다고?” 처음 제작보고회 현장서부터 <어쩔수가없다> 배우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그간 박찬욱 감독은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부터 <아가씨>, <박쥐> 등으로 국내서도 거장으로 불리며 특유의 우아함을 선사해 왔다. 대중성 있는 소재보다는 미학과 그 안에 내포된 의미로 울림을 줬던 것.

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보편성이 핵심. 20년간 해당 작품을 빚어온 박찬욱 감독은 언제, 어느 시점에서 이 영화를 봐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열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박희순은 “박찬욱 감독님이 이번엔 깐느를 포기하고 천만을 노리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어쩔수가 없다’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어쩔수가 없다’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찬욱 감독은 “개인의 이야기와 사회적인 이야기가 완전히 결합돼서 바깥으로 향하고 안으로도 향할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이는 거대한 역설”이라며 “가족을 지키겠다는, 사랑하는 직업을 지키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 공격적으로 이어진다는 파급에 깊게 파고들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1999년 발간된 원작 소설 ‘액스’에서 꼬집는 시대상과 현재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점 또한 영화의 보편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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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원작이 나온 게 90년대인데 지금 하고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며 “미국과 한국의 차이도 크지 않다. 보통 다른 이야기는 ‘처음에 만들고 싶다’ 마음먹었을 때 그때 아니면 시들해지는 소재들이 있기 마련인데, 적어도 이 ‘도끼’라는 원작 소설은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 이웃의 이야기를 그릴 수 있는 거라 생각했다”고 작품이 지닌 가치를 말했다.

그럼에도 변하는 시대상을 놓치지 않았다. 박찬욱 감독은 “인공지능(AI) 발전이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아직 우리 산업과 일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단계는 아니지만 발전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워서 조만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태기 때문에 혼돈의 상태에서나마 이 아이디어를 이 드라마에 녹여내려고 노력했고, 그 점은 영화의 마지막 만수(이병헌 분)가 비로소 취직한 공장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믿고 보는 호연의 연속…캐릭터들의 매력 “어쩔 수가 없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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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캐릭터들의 호연이 이어진다. 한 캐릭터에 집중하다가도, 이내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들의 연기는 가히 볼 맛이 난다.

벼랑 끝에 몰린 구직자 ‘만수’를 비롯해 이성적으로 위기에 맞서는 아내 ‘미리’(손예진), 호쾌하면서도 섬세한 제지 회사 반장 ‘선출’(박희순), 길어지는 제지 업계 구직난에 점차 무기력해지는 ‘범모’(이성민), 예술가적 기질의 ‘아라’(염혜란), 연민을 자아내는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실력자 ‘시조’(차승원)까지.

이들은 모두 각자의 삶 속 추구하는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 일상을 살아간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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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종이를 만드는 ‘제지 회사’가 핵심이다. 제지업에 한평생을 바치며 남다른 애정을 지닌 만수, 선출, 범모, 시조의 관계성은 극의 말미까지 긴장감을 가져가는 요소다. 이들을 지탱하는 건 직업 외에 가족과 본능적인 사랑. 이 역시 박찬욱 감독이 이야기한 보편적인 소재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극의 중심을 명불허전 탄탄한 연기력으로 이끈 건 만수 역의 이병헌이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어쩔수가 없다’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어쩔수가 없다’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이병헌은 만수에 대해 “아주 개성이 강한 캐릭터가 아니고 굉장히 평범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인데 그런 평범한 인물이 어떤 큰 상황에 부딪혔을 때 그 상황을 이겨나가기 위해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고 또 그 과정을 실행해 가면서 점점 변해가는 과정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집중했다”며 “무엇보다 설득력 있게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어쩔수가 없다’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어쩔수가 없다’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영화에서 만수의 아내 ‘미리’ 역을 맡은 손예진은 만수의 일에 대한 반응을 극적인 반전 없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그는 “미리라는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래서 정말 엄마처럼, 아내처럼 보이고 싶어 일상의 생활 속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이 과장되는 게 아니라 굉장히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모습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가 저의 생각이었다”고.

이어 “워낙 극적인 상황들이 많은 와중에 미리는 ‘위기를 어떤 생각으로 이 과정을 지켜볼까’ 싶었고 생각보다 굉장히 낙천적으로 현실을 돌파하는 것이 좀 더 지혜롭고 현실적인 부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배역에 대해 설명했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어쩔수가 없다’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어쩔수가 없다’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극의 전개에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건 ‘범모’(이성민)와 예술가적 기질의 ‘아라’의 등장이다. 이들이 만수의 계획에 들어오면서 만수가 본인의 상황을 투영하며 미리와의 관계, 앞으로 펼쳐질 상황을 돌파하는 무언가를 진행하기 때문.

이때 완벽하게 캐릭터에 몰입한 이성민, 염혜란 배우의 열연은 숨을 죽이게 만든다. 해당 장면에서는 ‘음악’이 진가를 발휘한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어쩔수가 없다’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헤럴드POP=윤병찬 기자]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 ‘어쩔수가 없다’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염혜란은 “‘고추잠자리’ 씬의 경우 콘티가 완벽했음에도 현장에서 만들어낸 장면인데 쉬는 시간마다 노래를 들으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어떻게 만들어질지 고민했다”며 “특히 현장에서 이병헌과 이성민의 아이디어가 많아져서 더 풍성하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쏟아진 선(先) 극찬…국내 예비관객 기대감 드높인 이유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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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스무번째 장편, 그리고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만남에 국내외를 불문하고 기대감이 높았다.

이미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도 주목을 받은 바. <어쩔수가없다>는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경쟁 부문 상영작으로 공식 초청 받았다.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상영회 당시 9분간의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최근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국제 관객상을 받으며 재차 주목,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 신설된 이 상은 캐나다와 미국을 제외한 국제 영화 중 관객들의 투표를 거쳐 가장 인기 있는 작품에 수여되는 만큼 박찬욱 감독이 이야기한 보편적인 이야기에 다수 대중이 공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쩔수가없다>는 나아가 내년에 열릴 제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부문 한국 대표 출품작에 선정된 상태다.

들끓는 해외 반응에 잠잠하던 국내 영화관도 들썩인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쩔수가없다’는 이날 오전 9시 30분 기준 예매량 22만 6674장을 기록하고 있다. 예매율도 무려 40.8%로 압도적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우아함, 그 숨결을 빚는 류성희 미술감독과 조영욱 음악감독의 合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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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에서는 박찬욱 감독과 7번째 호흡을 맞추는 류성희 미술감독이 다시 한번 극에 숨결을 불어넣는 미학을 선보인다.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쓰리, 몬스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 <어쩔수가없다>까지. 박찬욱 감독 작품이 담은 특유의 스산함과 미스터리함, 이를 모두 아우르는 우아함은 모두 그와의 합에서 탄생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집’이 핵심이다. 박찬욱 감독 역시 “우선은 집이 중요했다”고 설명할 정도. 그는 “만수가 그토록 애정하는 집. 이 집이 하나의 중요한 캐릭터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집을 찾아 헤매는데 많은 시간을 바쳤고 찾은 다음에는 미술팀이 아주 새롭게 개조를 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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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배롱나무가 돋보이는 ‘만수’의 집을 비롯해, 각종 분재로 채워진 온실과 화이트 톤의 ‘범모’, ‘아라’ 부부의 집, 아날로그적 취향이 묻어 있는 ‘범모’의 음악 감상실 등 다채로운 공간과 디테일한 요소들은 관객들에게 숨은 의미를 발견하는 재미를 안길 것이라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미술만큼 강한 ‘음악’이었다. 조용필 ‘고추 잠자리’ 등 1980년대 가요부터 클래식 음악까지 다채로운 음악이 극의 정서를 강화했다. 극에서 만수와 미리의 ‘딸’이 연주하는 ‘첼로’의 선율은 극의 감정선을 따라 흐른다. 이에 런던 컨템퍼러리 오케스트라와 협업해 녹음을 진행하는 등 음악에도 공을 들였다고.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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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욱 음악감독은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의 녹음 경험에 대해 “우리가 만든 음악이 현대 음악과 고전 음악을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런던 현대 음악 연주자들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첼로 솔로 연주로 참여한 첼리스트 장기엔 케라스(Jean-Guihen Queyras)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 세계에서 놀라운 것은, 관객이 기꺼이 빠져들고 싶은 세계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라고 돌아봤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범해지는 만수의 변화도 극의 핵심. 이때 만수를 표현한 주변 인물들의 분장이 더해지는데, 송종희 분장감독은 “고군분투하는 ‘만수’의 초조함을 표현하기 위해 말라 보이고, 머릿결이 상해 보이게 연출했다. 고통스러움을 보는 사람들한테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만남과 드라마틱한 전개, 아름다운 미장센, 견고한 연출, 그리고 블랙 코미디까지 더해진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오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한 이후 오는 9월 24일 극장 공식 개봉 예정이다.


al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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