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인터뷰③] ‘어쩔수가없다’ 이병헌 “‘다 이루었다’라고 시작했으나 ‘결국 다 잃었다’…박찬욱과 재회 ‘운명’이라 생각”

입력 2025-09-24 12:51:30
수정 2025-09-24 12: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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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쩔수가없다> 만수 역 이병헌 인터뷰

“만수와 범모, 아라가 뒤엉키는 ‘고추잠자리 신’ 가장 힘들었다”

“영화 속 제지 산업, 하향 산업인 ‘극장’ 떠올라 안타까워”

[BH엔터테인먼트 제공]
[BH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POP=김민지 기자] “‘다 이루었다’라고 얘기하지만 어쩌면 결국 그 말은 다 잃었다’라는 말처럼 느껴지는 엔딩. 박찬욱 감독님 영화라 그런지 다섯 번 봤지만 여전히 안 보이는 것들이 보이니까 되게 신기해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스크린을 찾은 이병헌이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작품과 캐릭터가 지닌 의미를 전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이병헌이 맡은 캐릭터는 벼랑 끝에 몰린 구직자이자 한 가정의 가장 ‘만수’다. 만수의 이전 직장이자 평생을 몸 바친 곳은 종이를 만드는 ‘제지 회사’인데, 영화는 그처럼 제지업에 한평생을 바치며 남다른 애정을 지닌 선출, 범모, 시조의 관계성과 인생을 비추며 극의 말미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앞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등의 일정으로 이미 영화를 많이 본 그에게 <어쩔수가없다>는 여전히 새로움을 주는 작품이다. 그는 “박감독님 영화라 더 그런 건가 싶은데, 5번을 봐도 달랐고 특히 마지막을 용산 IMAX에서 봤는데 완전히 몰랐던 감정들까지, 배우들의 세세한 감정들이 다 보이니 아이맥스용 영화가 아니었을 텐데 이렇게 보는 재미가 또 다르구나”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참여해 기쁘다는 그다. 이병헌은 “20여년 전에 박감독님과 두 작품을 했지만, 그 사이 감독님이 제안을 주셔도 뭐가 안 맞아서 만날 듯 못 만날 듯한 상황이 이어졌다”면서 “그러다 17년 전쯤 미국에서 지나가던 이야기로 박 감독님이 미국 영화로 만들겠다고 한 작품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그게 ‘한국 영화’인 지금의 <어쩔수가없다>가 됐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병헌은 “결국 한국 영화로 다시 만났으니 이건 운명이지 않나 싶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CJ ENM 제공]
[CJ ENM 제공]

그가 손꼽는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고추잠자리’ 신이다. 조용필의 노래 ‘고추 잠자리’가 흘러나오며 만수와 범모, 아라가 뒤엉키는 부분은 그야말로 ‘대소동’이기 때문. 그 장면이 이병헌에게는 영화 촬영 중 가장 힘들고 무거운 짐이었다고 한다.

그는 “너무 연극적인 느낌이 들지 않기 위해 작은 변화까지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진짜 힘들다. 며칠 동안 그 장면을 찍었고, ‘합’이 있는 액션이 아니라 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고 누워서 뒹굴다 보면 의도했던 위치에 안 있고 딴 데 가 있고, 게다가 두 사람도 아니고 세 사람이 엉겨 붙기도 해서 그 장면은 저에게 가장 숙제였던 ‘덩어리’”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때 제일 힘들었던 건 아마 염혜란 씨였을 것”이라고 전했는데, 그는 “염혜란 씨가 당시 발가락에 골절이 있었는데 괜찮다고 항상 씩씩한 모습을 보이셨다. 이게 그야말로 ‘개싸움’ 장면인데 체력도 좋으시고 너무 열심히 해주셨다”고 감탄했다.

[CJ ENM 제공]
[CJ ENM 제공]

극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실직’이다. 하지만 데뷔 이후 탄탄대로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에게 다소 거리감을 느끼는 관객들도 있을 터. 이에 이병헌은 “만수 상황과 제가 직결되는 느낌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변 동료 중에서도 다음 작품이 없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이는 잠시동안의 실직과 마찬가지고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이 산업도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걸 직접 겪으니 결국 ‘극장 산업’의 위기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극장 산업이 위기 끝에 간당간당하게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영화 속 제지 산업과도 비슷하다고짚었다. 이병헌은 “요즘엔 종이에 뭘 쓰거나 편지를 써서 누구한테 주는 일도 적어지고 결국 종이가 점점 할 일을 잃어가고 있는데 극장이 지금 그런 상황인 것 같다”며 영화 속 내용과 비슷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앞서 박찬욱 감독은 만수에게 공감하다가도 만수를 향한 응원을 멈추게 되는 줄타기의 역할을 이병헌 배우가 해주길 바랐다고 말한 바 있다. 만수는 실직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주는 역할에서 경쟁자를 제거 하기 위해 변모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병헌은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제 캐릭터이기에 저는 만수를 응원해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면서도 “감독님의 의도가 만수를 보는 관객들이 만수에 대한 응원을 져버리는 거라면 그것도 나름의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블랙코미디 요소가 다분하다. 이에 이병헌은 “영화 안에서 모든 인물, 특히 만수의 경우에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처절한 상황인데 그걸 헤쳐 나가기 위한 몸부림이 바깥에서 봤을 때 때에 따라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며 “피식 웃음이 나올 수도 있는 그 정도만 지키자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진짜 ‘코미디’를 하려고 하지 말고, 관객과 배우의 감정이 그 상태를 유지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예를 들면 누군가가 넘어졌는데 너무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어도 웃으면 안 되지 않냐. 웃음이 나와도 뒤돌아서서 참아야 하는 건데, 그런 느낌이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느낌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적절한 선을 지키는 블랙 코미디 연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믿고 보는 배우들의 만남과 드라마틱한 전개, 아름다운 미장센, 견고한 연출, 그리고 블랙 코미디까지 더해진 이병헌의 새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오늘(24일)부터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al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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