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10일간 대장정 마치고 오늘(26일) 폐막
전년 대비 2만명 늘어난 관객…공식 선정작 328편 관람
OTT 작품으로 꾸려진 온스크린 섹션 작품도 매진 행렬
“부산국제영화제X넷플릭스, 좋은 파트너”
[헤럴드POP=김민지 기자] 영화관이 곧 방이 되는 순간이었다. ‘두둥’ 익숙한 BGM과 함께 ‘N’, 넷플릭스를 알리는 글자가 등장하며 익숙한 오프닝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일제히 콘텐츠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내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심지어 2회차에서 마무리됐을 땐 결말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섞인 목소리와 “재밌었다”는 말들이 뒤섞여 나왔다.
지난 19일 부산국제영화제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온 스크린’ 섹션 <로맨틱 어나니머스> 상영관에서 나온 반응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온 관객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실제로 30주년을 맞아 작년보다 대폭 늘어난 관객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26일 부산국제영화제 측에 따르면 공휴일이 줄었음에도 전년 대비 ‘2만명’ 늘어난 17만5889명이 공식 선정작 328편(커뮤니티비프 87편 포함)을 관람했다.
10일간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부산 전역에서 개최된 다양한 이벤트와 3년 만에 재개된 포럼 비프에는 무려 6만3000명이 참가했다.
영화제 기간, 부산에서는 어렵지 않게 영화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산역에서는 시선이 닿는 곳곳 부산국제영화제보다 ‘넷플릭스 작품 홍보’의 비중이 컸다. 사실 부산국제영화제가 넷플릭스와의 공존을 선택한 건 이번뿐만은 아니다. 이미 작년에 개막작을 OTT 영화인 <전,란>으로 선택해 설왕설래를 빚은 바 있기 때문.
그럼에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OTT로 꾸려진 온스크린 섹션이 한 축을 차지했다. ‘온 스크린’은 OTT를 통해 공개되는 영화, 시리즈 등을 관객에게 미리 선보이는 섹션이다. 이번 온스크린 섹션에서 넷플릭스 작품은 9편에 달하는데, 일각에서는 극장용 영화가 과거 대비 줄어드는 상황에서 OTT 작품의 영향력을 더 키우는 게 맞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영화제와 넷플릭스, 무엇보다 현장을 찾은 관객들의 입장은 달랐다. “오히려 좋다”는 이야기. 다양한 작품을 영화제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재미를 더한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온스크린 섹션에서 선보이는 넷플릭스 작품은 한국 영화 ▷굿뉴스 ▷대홍수 ▷한국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일본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 ▷이쿠사가미: 전쟁의 신 ▷대만 시리즈 ‘회혼계’ ▷미국 영화 ‘제이 켈리’ ▷프랑켄슈타인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까지 국적과 장르도 다양했다.
그 중 <굿뉴스>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영화 속 컨셉을 유지한 사람들이 영화의 전당 일대를 누비고 다니며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군복 차림의 퍼포머들이 “속보! 납치된 비행기의 평양행”이라는 카피가 적힌 1970년대 신문을 읽으며 줄지어 앉아 있는 독특한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나아가 ‘뉴스’ 컨셉에 맞춰 홍보 문구가 담긴 호외를 배포하기도 했는데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으며 한 번 더 콘텐츠에 관심을 기울였다.
영화의 전당 맞은편에서는 넷플릭스 사랑방을 마련해 올해 공개 예정인 넷플 작품을 홍보하고, 포토 부스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관객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에 관객들은 영화제를 한층 더 풍성하게 누릴 수 있는 이벤트에 들뜬 모습을 보였다.
이날 넷플릭스 사랑방을 찾은 직장인 안씨는(26세) “지나가다가 익숙한 빨간색 N(넷플릭스) 글자가 보여서 찾게 됐다”며 “영화관에 시간 맞춰 가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데 넷플릭스는 드라마랑 예능, 영화 다 집에서 편히 볼 수 있어 좋아한다. 그런데 영화제서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익숙한 작품들로 꾸려진 이벤트에 참여하며 사진도 찍고 기념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며 부스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다는 한 대학생은 “일행들과 걷다가 (부스를) 발견했는데 넷플릭스 작품이라고 하면 궁금증이 생기니 들리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부스에서 진행을 돕고 있는 스태프 말에 따르면 “주 방문층은 2~30대로 특히 부산국제영화제의 핵심 인력인 자원봉사자분이 많이 와서 쉬고 즐기고 간다”고.
이는 넷플릭스가 의도하는 바와 같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부스를 4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관객들이 넷플릭스 작품들에 대해서 더 알아가고, 기존 저희 브랜드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면 조금 더 재밌는 체험을 하실 수 있게 하는 것일 뿐 이 자체로 큰 기대효과를 노리는 건 없다”고 말하면서 “사실 큰 이유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30주년을 맞이하기까지 지탱해 온 힘 중의 하나가 ‘자원봉사자들’이라고 생각해서 이들을 위해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부스도 운영하고, 간식을 제공하는 등 감사함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와 부산국제영화제는 ‘좋은 파트너’ 관계라고 정의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부산역 광고는 올해 처음으로 한 것이며 영화제 30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영화제에서 선보인 작품 수 중 올해가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넷플릭스와 부산국제영화제는 서로를 공생 관계로 여긴다. 지난 20일 넷플릭스와 부산국제영화제는 ‘넷플릭스 크리에이티브 아시아’ 프로그램을 개최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연상호 감독의 대담과 함께 아시아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넷플릭스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넷플릭스는 부산국제영화제와의 협업을 통해 아시아의 창의성과 가능성을 전달하는 역할을 강조했다.
앞서 박가언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역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OTT는 영화제의 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제의 입장에서는 온스크린 섹션을 통해 미래의 영화제 관객들을 발굴하는 의미도 있다”며 “기본적으로 콘텐츠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 문법만 다를 뿐이지 영상물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는 소리기에 이에 해당하는 관객들은 결국에는 영화도 보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OTT 작품을 영화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라고 인식을 하기보다 결국에는 ‘극장’이 살아날 수 있도록 공존해야 한다는 소리다. 박 수석프로그래머는 “영화와 극장의 부진은 해당 산업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 OTT에 우리가 손님이 뺏기고 있어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온스크린 섹션은 영화처럼 선정 과정이 까다롭다. 박 수석프로그래머에 따르면 온스크린 작품의 경우 극장에서 봤을 때 더 좋은 작품이어야 한다.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시청각적인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영화관에서 봤을 때도 너무 튀지 않는 정도로 영상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 회차를 공개하기엔 러닝 타임이 길어지기에 전 회차가 아닌 1~2화 등 일부회차만 공개된다. 따라서 일부만 봐도 한 챕터가 완결된 느낌, 뒤가 궁금한 이야기가 있는가도 고려 요소다. 지난 19일 온 스크린 상영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를 관람한 한 관객은 “공개되기 전 작품을 미리 봤다는 것 자체에 기분이 좋았고, 영화관에서 큰 화면으로 보니 더 색달라 가장 재밌는 시간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결국 영화제는 어떠한 콘텐츠로든 대중에게 긍정적인 극장 경험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취지가 관객에게 통한 셈이다.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OTT를) 무조건적으로 외면해야 할 필요도 없다고 보고 있다”며 “OTT라고 불리는 스트리밍 플랫폼 문화는 전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한국 영화 문화 안에서 일상화돼 여전히 예민한 긴장과 주의 깊은 판단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습니다만, 외면보다 영화 문화의 동시대적인 현상과 흐름을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화제 기간 부산을 찾은 관객들에겐 그날의 경험이 다시금 ‘극장’을 찾는 이유가, 또는 영화 및 콘텐츠에 대한 각자의 즐거움을 충족하는 계기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콘텐츠의 총집합체인 영화제가 OTT와 긴장된 동반자로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선택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내년 부산에서 확인해 볼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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