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뮤즈=박서현 기자]민희진은 역시 보법이 다르다. ‘기상천외’한 기자회견에 현장은 당황으로 물들었다.
25일 전 하이브 어도어 대표이자 현 오케이 레코즈 대표 민희진은 서울 종로구 교원 챌린지홀에서 1심 소송 결과와 향후 계획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4일 오후 5시 30분 보도자료로 급하게 통보 받은 기자회견이었음에도 현장은 취재기자들로 가득했다. 이날 오후 1시 45분 시작 예정이었으나 약 5분 늦게 등장한 민희진은 “제가 옆 건물로 간 바람에 조금 걸어왔다”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어 “숨을 잠깐 돌리겠다”라며 양해를 구한 그는 “제가 프리스타일로 할 것으로 생각하셨을 텐데, 오늘 드릴 말씀은 중요한 이야기라 읽으면서 설명을 드리겠다”고 준비해온 입장문을 낭독했다.
앞서 지난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에게 255억 원 상당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 대해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은 기각됐다.
민희진 대표는 “2024년 가처분 승소, 2025년 경찰 불송치, 그리고 2026년 1심 판결 승소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긴 터널을 지나왔다”며 “법원은 ‘경영권 찬탈’과 ‘탬퍼링’이라는 자극적 프레임이 허상임을 밝혔고, 창작 윤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경영 판단이었음을 인정했다”며 “이번 판결은 지난 2년간의 상처를 씻어주는 위로와도 같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대중에게 드린 피로감에 대해 부채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승소의 대가로 얻게 될 256억 원을 다른 가치와 바꾸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며 “256억 원은 인생에서 접하기 힘든 거액이지만, 이보다 더 간절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민·형사 소송의 즉각 중단과 분쟁 종결이다. 민 전 대표는 “이 모든 분쟁이 끝나야 아티스트와 가족, 팬덤까지 더 이상의 상처를 받지 않는다”며 “무대에 서야 할 다섯 멤버가 법정에 서는 현실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뉴진스를 향한 애정을 거듭 강조했다. “제 결정의 가장 절실한 이유는 뉴진스 멤버들”이라며 “이들이 자유롭게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아티스트가 다시 빛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단이 K-팝 산업 전반의 화합과 발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와 하이브가 있어야 할 곳은 법정이 아니라 창작의 무대”라며 “이 분쟁이 길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아티스트들”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제 ‘전 어도어 대표’라는 꼬리표를 떼고 ‘오케이 레코즈 대표’로서 새로운 길을 걷겠다”며 “K-팝 산업을 대표할 새로운 아티스트 육성과 새로운 비즈니스에 모든 에너지를 쏟겠다”고 밝혔다.
준비해온 입장문을 그대로 낭독한 민희진 대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1차 기자회견부터 3차 기자회견까지 평균 2시간 반 이상 기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이어갔던 민 대표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빠르게 모습을 감춘 그를 향해 현장을 가득 채운 기자들은 뒤늦게 불만을 터뜨렸다. 긴급 기자회견에 일정을 조율하면서까지 참석한 기자들에게는 대기 시간이 훨씬 길었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 남아 있던 변호사가 상황 정리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민희진 대표의 ‘256억 포기 제안’은 파격 그 자체가 맞다. 이번 결단이 쉽지 않았을 만큼, 이를 알리는 방식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했을 터다. 최종적으로 기자회견을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질의응답 없이 입장부터 퇴장까지 5분이 조금 넘는 시간을 위해 모두를 모이게 한 그 결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pshyu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