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뮤즈=이미지 기자]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 뒤 여전히 널리 알려지지 않은 4.3이라는 현대사를 ‘이름’을 통해 새롭게 풀어냈다. 염혜란이 한국의 역사를 온몸으로 통과하며 다시 한번 ‘인생 연기’를 경신했다.
영화 ‘내 이름은’(감독 정지영/제작 렛츠필름, 아우라픽처스)의 언론배급시사회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려 정지영 감독과 배우 염혜란, 신우빈, 최준우, 박지빈이 참석했다.
‘내 이름은’은 촌스러운 이름을 지우고 싶은 18세 아들 ‘영옥’과 까맣게 잊힌 1949년 제주의 아픈 기억을 되찾으려는 어머니 ‘정순’의 궤적을 쫓는 작품.
정지영 감독은 “4.3에 대한 관심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다른 분이 (연출)하겠지 하고 생각을 안 했다. 내가 4.3을 다루려다 하다 보면 남북, 이데올로기 문제를 언급해야 하고, ‘남부군’, ‘남영동1985’에서도 해서 같은 이야기를 또 언급해야 하니 피해보자 생각에서 안 하려고 했는데 공동 제작한 대표가 당선된 시나리오를 가져왔다. 읽어보고도 시나리오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름을 찾아가는 아이디어 하나는 좋구나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 소재를 갖고 감독님 마음대로 고쳐서 영화를 해보면 어떻겠느냐 해서 고민을 하다가 이 아이디어를 놓치고 싶지 않더라”라며 “그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해서 2년 동안 열심히 고쳤고 좋은 평가를 외국에서 받다 보니깐 제안해 준 대표한테 감사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정지영 감독은 “4.3 이야기를 전면적으로 다룬다는 건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4.3에 대해 금기시해서 풀린 지는 꽤 됐지만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모른다”라며 “4.3이란 도대체 뭔가 찾아가보자 마음먹었다. 4.3이 어떤 것인가 찾아가 보면 관객들이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다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굉장한 폭력일 수도 있고, 궁금해하고 찾아볼 수도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이런 방법을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 염혜란이 어머니 ‘정순’ 역을 맡아 스크린을 압도하는 처절한 열연을 펼쳤다.
염혜란은 “실제 있었던 일이라 조심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문학적으로도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과거에 머물러있지 않아서 좋았다. 과거 제주 4.3 사건만 다루지 않고 현재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다루고 있어서 그 지점이 매력적이었다”라며 “‘정순’ 캐릭터도 평평하거나 전형적인 느낌이 아니었다. 이 사건에 있어서 가해자이기도 하고 피해자이기도 한 인물이 대칭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여서 작품적으로도 충분히 매력 있었다”라고 출연 이유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4.3을 다룬 작품을 많이 참고했다”라며 “증언집을 통해 창작 과정을 거치지 않은 실제 육성들을 듣기도 했다. 그분들의 언어를 많이 봤다”라고 회상했다.
신우빈은 극 전반의 강력한 서사를 이끄는 ‘영옥’ 역을 맡아 신인답지 않은 입체적인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신우빈은 “4.3을 다룬 사건이기는 하지만 4.3에 대해서만 보여준다기보다도 4.3을 겪은 한 가정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라며 “처음에는 4.3 영화라고 들었으니깐 솔직히 4.3도 잘 몰랐고 내가 해도 될까 생각이 들었는데, 시나리오 읽으면 읽을수록 4.3보다도 4.3을 겪은 한 가정의 이야기더라. 처음에는 접근하기 되게 어려웠는데 시나리오 읽으면 읽을수록 괜찮았다. 우리 엄마, 아빠도 생각나면서 최대한 연기했다”라고 털어놨다.
최준우가 ‘영옥’의 단짝이자,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지닌 ‘민수’로 분했다.
최준우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 영화 내용이 4.3 사건을 다룬다는 걸 알게 됐다. 그걸 알고 내가 ‘민수’ 연기를 할 때 어떻게 생각하고 임해야 할까 싶었는데, 4.3 관련된 영화라 생각하니 오히려 중압감이 들더라”라며 “최대한 4.3 사건을 겪은 가정이 있는 ‘영옥’이를 다루는 ‘민수’라는 캐릭터에 생각이 조금 더 갔다. ‘민수’ 캐릭터에 조금 더 초점을 뒀다. ‘영옥’이가 빠져나가려고 하면 최대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무게감을 가지려고 최대한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박지빈이 교실 내의 권력 구조를 뒤흔드는 서울에서 온 전학생 ‘경태’ 역을 서늘하게 소화하며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박지빈은 “‘경태’는 그때도 지금에도 충분히 존재하는 캐릭터라고 본다. ‘경태’라는 인물이 주인공인 ‘영옥’이라는 개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표현하고 싶어서 감독님께 자문을 많이 구하고 연기했다”라며 “그동안 빌런을 많이 했지만, 조심스러움이 컸던 캐릭터였다. 현장에서 감독님께 의지를 많이 했다. 이건 어떤 감정일지, 어느 정도 표현일지 많이 여쭤봤다”라고 전했다.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받은 정지영 감독의 신작 ‘내 이름은’은 오는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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