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킴’ 김영진 의상 디자이너 인터뷰
‘스캔들’X‘미스터 션샤인’→BTSX틸다 스윈튼 러브콜
“한복 장인 아닌 디자이너” 전통을 넘어 ‘지금의 한복’을 꿈꾸다
[헤럴드뮤즈=김민지 기자] “한복은 전통이면서 동시에 패션이기도 합니다. 매번 새로운 시도로 정체성을 표현하는 명품처럼요.”
영화와 무대를 넘어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까지.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해 온 김영진 디자이너의 한복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서는 한국의 미를 담아낸 다양한 연출이 주목받았다. 그중 단연 시선을 사로잡은 건 고우면서도 개성 있는 색감의 한복이다.
인물의 감정에 따라 농도를 달리하는 독보적인 의상은 감독은 물론 한동안 사극을 멀리했던 주연배우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그 한복은 ‘차이킴’, 김영진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초록은 욕망, 도포는 바람…한복으로 드러낸 ‘스캔들’
김영진 디자이너에게 한복은 과거에 머무는 전통복이 아닌,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동시대의 패션이다.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차이킴 아틀리에에서 헤럴드뮤즈와 만난 그는 ‘스캔들’ 속 손예진이 착용한 저고리들을 차례로 펼쳐 보이며 작품 속 한복의 세계로 안내했다.
연두색부터 초록색, 그리고 짙은 녹색까지. 초록을 중심으로 색을 더하고 덜어낸 저고리는 극 중 조씨부인의 내면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김영진 디자이너는 조씨부인(손예진)의 의상을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여러 차례 읽으며 인물 자체를 깊이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김영진 디자이너는 “조씨부인은 단순히 조선시대 북촌에 사는 여자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굉장히 재능이 많았지만 시대적인 제약으로 이를 꽃피우지 못하고, 결국 굴절된 욕망이 나타나는 인물”이라며 “조씨부인의 설명을 읽고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그림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렇게 선택한 조씨부인의 색은 ‘녹색’이었다. 김영진 디자이너는 “조씨부인의 감정과 욕망이 짙어질수록 녹색 역시 점점 깊어지도록 구성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리고 김영진 디자이너의 한복을 입은 손예진 역시 만족감을 드러냈다. 손예진은 최근 헤럴드뮤즈와의 인터뷰에서 작품 속 한복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복이 이번에 정말 너무 예뻐서 그 매력에 푹 빠졌다”며 “색감이나 디테일도 기존에 봐왔던 것과 달랐고, 실제 당시 양반들이 입었던 것을 잘 재현한 것 같다. 힘이 들어가는 한복이지만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너무 예뻤다”고 말했다.
반대로 청상과부인 희연(나나)의 한복에는 삼베와 무명 등의 소재를 사용해 절제되고 담담한 인상을 더했다. 김영진 디자이너는 “반면 조씨부인 집안의 소실 소옥이는 농염해야 하기에 복숭아를 떠올리는 붉은 계열을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스캔들’ 제작발표회에서는 지창욱이 입은 조원의 한복도 호평받았다. 김영진 디자이너는 조원을 생각하며 ‘바람’을 떠올렸고, 이는 김영진표 도포로 구현됐다. 그는 “과거에는 남자를 바람, 구름으로 표현했다”면서 “이를 나타내고자 도포를 한 겹이 아닌 겹겹으로 입혀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강조했고, 쪽색을 써서 변주도 많이 줬다”고 설명했다.
그저 과거를 재현하기 위한 사극 맞춤용 한복이 아니었다. 김영진 디자이너는 “‘스캔들’ 속 한복을 만들 때 각 인물이 가진 삶과 감정, 욕망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하나의 ‘시’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장장 6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된 ‘스캔들’ 속의 다양한 한복. 그러나 김영진 디자이너에게 ‘스캔들’의 기회가 처음부터 쉽게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미 이름난 한복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한 그 역시 작품에 참여하기 위해 직접 설득하고 선택받는 과정을 거쳤다. 작품과 인물을 깊이 이해하려 한 그의 노력이 정지우 감독에게 닿은 결과였다.
연극배우에서 한복 디자이너로…김영진 디자이너의 첫 단추
김영진 디자이너의 한복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건 한효주 주연의 영화 ‘해어화’를 통해서다. 직접 만든 한복이 스크린에 등장했던 순간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그는 연극배우로 시작해 명품 의류 슈퍼바이저를 거쳐 지금에 다다르기까지, ‘첫 단추’를 잘 끼운 덕이라 말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언니가 한국무용을 해 한복과 가까웠고,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한복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결심한 그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11호 故박선영 침선장을 찾아가 기초부터 제대로 배웠다.
김영진 디자이너는 “생각해 보면 정말 좋은 선생님에게 배워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다”며 “선생님과 함께 앉아 있던 한옥에 바람이 ‘살랑’ 불어오고, 그 바람과 함께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나누며 배웠던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에게 2016년 극단 신시에서 손진책 연출가가 박정자, 손숙 등 원로 배우 9명과 함께 선보인 연극 ‘햄릿’의 무대 의상 제작은 또 다른 도전이자 성장의 계기였다. 김영진 디자이너는 “어벤저스 군단과 기름기를 빼고 진심으로 임했던 그때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며 “한복에 어떠한 정신을 넣는 작업이었다”고 표현했다.
당시 손숙과 맺은 인연으로 김영진 디자이너는 국립극단의 ‘반야 아재’ 의상 감독으로도 활약했다. 이후 손숙으로부터 수의를 만들어달라는 남다른 부탁까지 받았다.
“장인이 아닌 디자이너”…전통을 넘어 ‘지금의 한복’을 꿈꾸다
“저는 한복을 만드는 장인이 아니고, 디자이너입니다”
김영진 디자이너는 ‘차이킴’이라는 자신만의 한복 세계를 구축해 왔다. 전통을 지키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위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더해온 그는 “한복은 나를 표현하는 개성”이라고 말했다.
전통이면서 동시에 패션이고, 입는 사람의 개성과 시대를 담아야 한다는 것. 김영진 디자이너가 말하는 ‘현대 한복’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그가 꿈꾸는 ‘차이킴’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다음엔 블랙핑크 제니를 뮤즈로 이 시대의 공주를 표현하는 한복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 목표가 생겼네요. 김희선, 김고은, 제니가 입은 ‘차이킴’ 한복으로 새로운 드라마를 써보고 싶고, 그런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웃음)”
------------------------------------------------------------------------------------------------------------------------
* ‘차이킴’ 김영진 의상 디자이너와 헤럴드뮤즈가 진행한 인터뷰는 헤럴드뮤즈 공식 인스타그램(@heraldmuse) 영상으로도 지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al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