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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초점]"법정서도 팽팽" 조영남 대작논란, 관행일까 사기일까

입력 2016-10-10 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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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서보형 기자
사진 : 서보형 기자

[헤럴드POP=노윤정 기자] 가수 조영남의 ‘대작 논란’은 미술계 관행일까, 사기일까. 조영남 혐의를 둘러싼 이 대립은 법정에서도 계속됐다.

10일 오전 11시 20분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주관으로 사기혐의로 피소된 조영남과 그의 매니저 장모씨(미보고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겸 조영남 매니저)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공판장에서는 조영남의 사기를 주장하는 검찰 측과 무죄를 주장하는 조영남 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검찰 측의 주장은 이랬다. 조영남이 다수 언론 인터뷰와 수차례에 걸친 방송 출연을 통해 자신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직접 그림을 그린 화가라고 말해왔고, 이로 인해 구매자들은 조영남의 이름으로 판매되는 그림이 조영남 자신이 직접 그림으로 믿게 됐다는 것. 또한, “화회는 화풍에 화가의 개성이 드러나 누가 직접 그렸는가 하는 점은 구매에 기초가 되는 사실”이기 때문에 그림을 누가 직접 그렸는지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갤러리 관계자 등을 통해 구매 의사를 밝힌 이들이 (기존에 그려오던 화투) 콜라주보다 회화를 선호하고 작품 가치가 올라가자 송 씨에게 기존 콜라주 작품을 그림으로 그리게 하고, 자신의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그리게 했다. 이를 통해 약 200점 이상의 완성작을 건네받아 배경색 등을 덧칠하는 등 경미한 작업만 추가하고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기 때문에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조영남은 이후 송 씨와의 갈등으로 작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장 씨에게 소개받은 A씨에게 총 29점의 완성작을 받아 같은 방식으로 판매했다.

조영남 측은 사기 혐의을 적극 부인했다. 조영남 측은 “검찰에서는 작가가 100% 다 그렸다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화가가 일부 조수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일일이 고지할 의무가 있느냐. 또한, 그걸 고지할 방법이 있느냐. 그림을 갤러리를 통해 판매하는데 사는 사람에게 일일이 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검찰 측 주장을 반박했으며, 조영남이 조수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완성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데 ‘기망의 고의’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영남 측은 “검찰에서는 처음에 90%를 조수가 그렸다고 주장하다가 지금은 경미한 덧칠만 했다고 한다”며 “모든 아이디어는 피고인이 냈고 (작품의) 마지막 느낌도 피고인이 냈다. 이걸 과연 몇 프로 피고인이 그렸는지 검찰이 어떻게 알 수 있는지, 또 덧칠이 왜 경미하다고 표현하는지 구체적인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조영남의 대작 논란은 “8년 간 300여 점을 그려줬다”는 한 무명화가의 폭로로 불거졌다. 이후 이 파장은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사기냐 미술계 관행이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영남을 옹호하는 이들은 개념주의 미술 등에서 화가가 조수를 두고 작업에 도움을 받는 것은 허용되는 ‘관행’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는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이라고 조영남을 둘러싼 논란이 미술계 관행에서 기인한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조영남을 옹호하는 편에서는 ‘예술’ 영역의 문제가 ‘법’으로 가려지는 것이 옳은가를 두고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매자들이 조영남의 작품을 ‘온전히’ 조영남이 그린 그림으로 알고 샀다면 사기가 아니냐는 의견도 다수다. 자신이 직접 그리지 않은 작품에 서명을 하고 자신의 작품인양 고가에 파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조영남의 작품이 ‘개념미술’의 범주에 들어가느냐, 앤디 워홀처럼 ‘공공연하게’ 공장에서 작품을 ‘대량생산’한 작가와 같다고 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남아 있으며, 조영남이 ‘댓가’로 지불한 금액이 적절한지, 즉 조영남과 송 씨, A씨 사이에 이루어진 거래가 공정한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조영남이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작품을 온전히 자신이 그린 것처럼 말해 판매하고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

이 같은 의견 차이는 공판기일에서도 좁혀지지 않았다. 조영남의 법률대리인은 “(대작 문제가) 모든 예술에서 문제가 된다. 유명인들이 자서전을 쓸 때만 해도 대부분 정치인들의 자서전을 대필 작가가 도와준다. 그걸 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건 그림뿐 아니라 모든 예술계에서 선례가 될 판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건에 판례로 삼을 국내 선례가 부족하기에 “외국 예로 찾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영남 역시 공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사기를 치려고 마음먹은 적이 없다”고 말하며, “제가 원래 처음 인터뷰를 할 때 ‘외국에서는 그렇게 한다, 어시스턴트를 수없이 쓴다’고 했다. 국내 작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을 안 했다. 앤디 워홀 등 아주 유명한 외국 작가들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국내 작가들 중에서 그 말을 곡해하신 분들이 있다”고 설명하며 “국내 작가 중에서 어시스턴트 안 쓰고 묵묵히 창작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 백배 사과드리고 싶다. 일이 이렇게 된 데 본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조영남의 ‘대작 논란’은 미술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대목인지라 법정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영남 측 말대로 ‘선례’가 될 수 있는 사건인 만큼 공정한 판결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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