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수인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표독스러움의 끝을 보여줬던 중전 김씨. 중전이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면, 한수연은 자신과 전혀 다른 인물인 중전을 표현해내기 위해 치열하게 연기했다.
촬영 초반, 매일같이 배우, 스태프들을 위한 간식차가 배달됐고, 누구 하나 모난 사람 없어 화기애애한 촬영장이었다. 더불어 예상치 못했던 시청자들의 큰 사랑은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악역 중전을 연기한 한수연에게 있어 촬영장은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박)보검이와 (김)유정이 덕에 매일 커피차에, 간식차에 부르주아가 된 기분이었어요. 감사했죠. 어떤 배우도 스태프도 모난 사람이 없었어요. 선하고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절실하게 작업해서 작품이 잘 된 거라 생각해요. 환경 자체는 너무 좋았지만 저 스스로에겐 치열한 현장이었어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악역 중에서도 악역인 중전 김씨를 소화해야 됐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한수연의 완벽주의자 성향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평화로운 걸 좋아하지만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어요. 제 스스로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상대가 만족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원하는 수준까지 도달하려고 채찍질해요. 중전은 표독스럽고 악독한 캐릭터지만 대사를 지르지 않고도 그런 기운이 느껴져야 했어요. 에너지 소모가 컸죠. 그런 부분에서 보검이가 신기했던 게 애교를 부리다가도 촬영이 시작되면 바로 감정을 잡고 연기하더라고요. 저는 촬영 전에 이미 감정을 잡고 있어야 해요.”
완벽주의자 기질 덕분인지 한수연은 매 씬, 공들이지 않은 장면이 없었다고. 한수연에게 허투루 혹은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장면은 없었다. 매 장면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을지,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고민은 브라운관까지 고스란히 전달됐다.
“똑같이 다 공들였지만,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라고 하면 출산 씬이에요. 힘을 너무 줘서 근육이 다 뭉치고 눈이 붓고, 턱은 빠지고 얼얼할 정도였어요. 감독님께서 리얼리티를 추구하셔서 얼굴뿐만 아니라 겨드랑이에도 땀을 다 뿌렸어요. 이번 드라마는 외모적으로 처음부터 포기했어요(웃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천호진 선배님께 역으로 협박하는 장면.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다’고 하는 대사예요.”
그 때문인지 한수연은 표독한 악역임에도 많은 시청자들에 사랑을 받았다. 첫 악역임에도 불구, 호연을 선보이며 임팩트 있는 중전 김씨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배우 한수연을 널리 알렸다.
“중전 김씨는 권력을 즐기고 야망, 욕심 때문에 자기 자식도 죽이는 악역이잖아요. 어떤 분들은 쌍욕을 하시고, ‘악역인데 왜 좋지. 더 시원하게 괴롭혀줘라’ 하는 반응도 있었어요. 욕을 먹으면 ‘잘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돼서 안심이 됐고, ‘악역인데 좋다’라는 반응을 보면 응원 받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작가님께 감사하게도 마지막에는 중전이 회개할 기회가 생겼잖아요. 설득력이 있다는 표현이 감사했어요.”
표독하고 악독했던 중전과는 달리, 배우 한수연은 단아한 외모에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때문에 한수연을 아는 지인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제 평소 모습을 알던 분들은 ‘네가 악역?’이라고 했었어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평소에 화를 내지도 않고, 제 표정을 아시니까요.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보다 무섭다’는 평을 많이 들었어요. 감독님께서도 종방연 때 ‘연기 잘한다고 소문났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때 너무 뿌듯했어요.”
한수연은 중전 김씨와는 정반대되는 사람이었다. 야망보다는 행복을 추구하는 평화주의자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맡기는 스타일이라는 한수연은 자신이 연기했던 중전 김씨를 위로하기도 했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았냐’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는 천륜을 거스르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건 없어요. 연기 이외에는 치열함이나 야망은 없는 것 같아요. 중전처럼 그렇게는 못살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남자친구도 없어요(웃음). 소개팅도 하고 해야 하는데 ‘때가 되면 다 올거야’라면서 자연스럽게 흐름에 맡기는 스타일이에요. 돈도 지인들에게 밥 사 줄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