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류승완(43) 영화감독이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마이크를 들었다. '군함도'를 작업 중이어야 할 그는 왜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을까.
7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부역자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서병수 부산시장 사퇴 및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영화인 선언'이 (가칭) 블랙리스트 대응 영화인 행동(준)의 주최로 진행됐다.
이날 전현직 영화인 1052명을 대표해 나선 블랙리스트 대응 영화인 행동 측은 충무로 전반에 정권의 압력이 만연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나 눈에 띄는 건 류승완 감독이다. '베를린'(2012) '베테랑'(2015) 등을 연출한 그는 한국 영화계의 대표 스타 감독이다. 최근에는 '군함도'(2016)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 역시 최근 영화계를 강타한 블랙리스트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작 '부당거래'(2010)로 해외 영화제에 진출했을 때 담당 프로그래머들이 곤란했다고 하더라. 다들 내게 '괜찮으냐'라고 묻곤 했다. '괜찮다'라고 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라고 경험을 밝혔다. '부당거래'는 검사와, 경찰이 비리와 스폰서로 얼룩진 사회를 그렸다.
류승완 감독은 "내겐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놀랍지도 않았다"라며 이로 인해 영화뿐만이 아니라 문화계 전반이 얼룩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사태를 지나친다면, 국가가 개인을 통제하고 억압하려 할 것이다. 시민들이 이 사건의 중요성을 알길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국가가 개인의 생각을 통제하려는 건 말도 안 된다. 특히 영화감독들은 자유롭게 사고할 권리가 있다. 그건 우리들의 재산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상황은 대한민국의 주권을 국민에게서 뺏으려는 게 아니냐"라며 블랙리스트 사태를 '국가가 주도한 왕따'라고 표현했다.
류승완 감독은 "아직도 몇몇 사람들은 '빨갱이 몇몇 이름을 적어서 관리하는 게 무슨 큰 죄냐'라고 하신다"라며 "블랙리스트는 큰 죄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책임지고,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20세기에 벌어진 일이 21세기에 반복되는 것도 우습지 않나"라고 했다.
이날 블랙리스트 대응 영화인 행동이 촉구한 사항은 크게 네 가지다.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영화 진흥사업을 편법으로 운영했다는 이유로,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에 대한 특검의 수사와 제67회 베를린 영화제 '한국 영화의 밤' 행사 계획 중단 등이 포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