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수정 기자]“우리 착한 아람이, 거기 숨어있었구나. 엄마한테 와야지.”
단 한 줄의 대사만으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OCN 드라마 ‘보이스’(극본 마진원/연출 김홍선) 2회 말미 극중 엄마에게 아동 학대를 당한 아람(최승훈 분)이가 세탁기에 숨어 경찰에 신고했고, 숨은 아람을 엄마가 찾아냈다. 찾아낸 순간, 방송이 끝났다. 방송이 끝난 직후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아람의 생사 여부에 대한 관심부터 ‘보이스 엄마 배우’, ‘보이스 아람이 엄마’, ‘보이스 세탁기 아줌마’, ‘보이스 아동학대 엄마’ 등 연관검색어도 생겨났다. 소름 끼친 엄마 오수진 역을 연기한 배우 배정화가 만든 화제다.
“반응을 전혀 예상 못했어요. 극중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촬영할 때부터 개인적으로 생각이 달라지는 계기나 새로운 시작이 될 거란 확신은 있었어요. 그런데 방송되고 나서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셔서 놀랐어요. 얼마 전에 네일샵을 갔는데 계산할 때 조심스레 ‘잘 봤어요’라고 말을 해주시더라고요. 아마 인지도가 없는 배우라서 더 놀라신 거 같아요. 생판 모르는 여자가 나와서 신선한 느낌이지 않았을까요?”
실제로 만난 배정화는 ‘보이스’ 속 오수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털털하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순간순간 예시로 보여주는 섬뜩한 표정에 흠칫 놀라다가도 이내 웃으며 에피소드를 털어놓는 인터뷰는 마치 친한 언니와 수다를 떠는 것처럼 즐거웠다. 배정화는 미국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덕후로 범죄 드라마에 관심이 많았다. ‘보이스’의 오수진 역할에 대한 욕심과 자신감도 컸다.
“‘보이스’에서 다른 캐릭터 말고 이 역할을 너무 하고 싶었어요. 오수진 역이 저에게 가장 잘 맞고, 비주얼으로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오디션 때 완전 어필했죠. 이 캐릭터의 경쟁률이 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잘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친 만큼 부담도 됐다”고 말한 배정화는 평소 뉴스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범죄자 역할을 연구해왔다. 그는 “평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얼굴을 많이 봤다”며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표정이고, 어떤 마음인지 늘 항상 궁금했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는 사람을 흉내내기보다 실제 사람들에게서 진짜를 발견했다.
“진짜는 늘 우리 예상과 다르더라고요. 범죄자는 범죄자 같지 않아요.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관찰도 하고, 상상도 하고, 표정이 어떤지 디테일하게 봤어요. 범죄자 역할은 공감이 힘들잖아요. 늘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찰나에 오수진 역할을 만났죠. 오수진 역이 결정되고 나서 범죄 심리학 책도 한 번 더 찾아보면서 연구했어요. 내(오수진)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끊임없이 상상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어요.”
이쯤 되면 범죄 연기 전문가라고 해도 놀랍지 않다. 그는 ‘크리미널 마인드’ 출연 욕심도 내비쳤다. 지난해 미국-유럽 합작 영화 ‘원더러스’(WANDERERS)에도 출연하며 해외 촬영 경험을 쌓기도 했다. 그는 “다니엘 헤니를 만나고 ‘크리미널 마인드’에 출연하고 싶은 꿈도 갖게 됐다”고 새로운 꿈도 전했다.
“연극만 하던 제가 ‘보이스’를 만난 것처럼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몰라요. 평소 영어 공부를 하는 이유도 미국에 갈 수도 있잖아요? ‘크리미널 마인드’의 광팬이자 다니엘 헤니를 팬심으로 좋아는데 '크리미널 마인드' 한 장면이라도 출연하고 싶어요. 해외에서 영화 촬영을 경험하니까 한국 시스템과 많이 다르더라고요. 한 번 경험하니 더 하고 싶어졌어요.”
‘보이스’에서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 역할로서 아역 배우를 상대하는 것에 조심스러움은 없었을까. 배정화는 “아우, 아이가 더 즐겼다. 전혀 안 미안하다”며 웃었다.
“아람이가 더 발랄하고 더 즐기고 너무 잘했어요. 물에 집어 넣을 때도 온수를 넣었죠. 오히려 우리가 아람이가 다치지 않게 배려를 많이 해서 아람이는 더 즐기며 연기했어요. 대본에는 학대하는 장면에 대해 구체적인 지문이 없어요. 저희가 즉석에서 애드리브로 채워나갔어요. 제가 칼을 들고 간 사이 아람이가 밖에 나오고 제가 ‘야 들어가’라며 칼로 위협하는 장면 모두 애드리브예요. 아람이랑 호흡이 너무 잘 맞았어요.”
왜 이제야 배정화란 배우를 발견하게 됐을까. 배정화는 동국대학교 연극과를 나와 연극무대에서 오래 활동했다. 그는 조재현이 연극 ‘오월에는 결혼할거야’를 통해 배정화를 발견하고 영화 ‘콘돌은 날아간다’ 출연을 제안하며 카메라 연기에 발을 들였다. 연예인이나 스타라 목표보다 연기가 좋아 연기활동을 이어온 배정화는 자연스레 현재를 열심히 살다가 여러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보이스’를 만나 이름도 알리게 됐다.
작품을 할 때마다 모든 에너지를 쏟고 여행을 떠나며 충전을 한다는 배정화는 ‘보이스’를 만나 조금 달라졌다. 오히려 ‘보이스’를 통해 에너지를 얻었다. 그는 “빨리 다른 작품을 하고 싶다는 에너지를 많이 얻었다”고 밝혔다.
“더 작품 욕심이 생긴 것 같아요.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은 반짝이에요. ‘보이스’가 끝나면 다 사그라들겠죠. 그런데 연극할 때부터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다른 작품에서도 저를 보고 싶다고 좋게 말해주세요. 그런 응원에 빨리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빨리 보여드리고 싶고, 연극도 하고 싶고, 소통하고 싶어요.”
배정화의 2017년 목표는 ‘다작’이다. 배정화는 “다작을 위해 체력 관리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 다른 작품에서 저를 보게 되면 ‘보이스 세탁기 아줌마였어?’라고 놀라게 해드리는 것이 목표”라며 “성격이 밝고 말도 잘하고 털털한 편인데 아직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못해봤다. 진짜 저의 모습과 닮은 캐릭터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