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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인터뷰④]김경수 "11년차 배우? 여전히 무대 오르기 전 떨린다"

입력 2017-04-17 06: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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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김은정 기자](인터뷰③에 이어)

김경수의 이력 중 눈에 띄는 수상 기록이 있다. 2002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은상’과 ‘네티즌 인기상’을 수상한 것. 음악 전공자인 그는 노래가 좋았다. 그러나 그의 고향인 부산에는 당시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통기타 동아리 정도가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래서 김경수는 상경을 결심했다.

처음부터 연극과 뮤지컬을 깊이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다. 사실 노래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공연에 관심을 뒀다. 그러나 배우 생활이 이어지며 점차 노래보다 연기로 중심이 옮겨졌다.

“어릴 적, 뮤지컬은 앞이 ‘뮤직’이니까 음악만으로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착각을 했다. 음악 전공이기도 하고, 노래도 좋아하니까 뮤지컬을 택했다. 장르 자체는 낯설었지만, 볼수록 재미있어져서 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연기를 잘하면 음악도 더 살아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소리나 기교적인 부분이 채울 수 없는 기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연기라고 생각한다. 노래 한 곡 혹은 한 마디를 부르는 역할이나 상황이라 할지라도 연기가 채워주면 굉장히 값진 노래가 되더라. 그래서 뮤지컬이 더 좋아졌던 것이었는데, 겉만 보고 있었다. 뒤늦게 안쪽을 보게 됐다. 결국은 연기였다. 아직 내가 연기를 잘 모르지만 깊이가 생겼으면 좋겠다.”

연기에 대학 욕심을 드러낸 김경수는 최근 차기작 연극 ‘보도지침’을 연습 중이다. 그는 연극의 매력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뮤지컬은 대사가 많은 연극적인 뮤지컬이라 해도 감정적으로 음악이 들어왔을 때 분위기가 깨지는 경우가 있다. 대사로 쭉 가고 싶은데 노래를 하며 머물러 버려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배우로서 조금 아쉬움이 남을 때가 있다. 내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럴 때는 대사만 하고 싶다는 상황이 있다. 그런 면에서 연극은 멈추거나 제동 걸리는 것 없이 시원하게 대사로 감정선을 이어가는 면이 좋다.”

연극 예찬론을 펼친 김경수는 최근 연극 공연을 열심히 관람 중이다. 예전에는 뮤지컬 공연을 주로 봐왔지만, 자신이 연극 작품에 참여하게 되니 연극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공연장에 가서 느낀 점이 조금 특이했다.

“배우 성두섭 임강희와 친분이 있어서 연극 ‘프라이드’를 보러 갔다. 그런데 3시간 러닝타임인 줄은 몰랐다. 인터미션이 있어서 다행이었다(웃음). 암전되었을 때 재미있었다. 관람 에티켓이라는 것이 있지 않나. 공연을 처음 보러 온 관객은 이질적으로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중간에 암전됐을 때 겨우 허리를 펴거나, 꼼짝 않고 관람하는 것 등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예쁘다고 생각한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정말 조용해서 내용 자체에 대한 집중은 굉장히 좋았다. 나도 같은 관객 입장인지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피해가 될 것 같아 정적으로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김경수를 사전조사하며 가장 많이 본 글이 ‘김경수 잘생겼다’는 것이다. 팬과 알콩달콩 깊은 유대감을 쌓고 있는 것 같아 소감을 묻자 그는 “이 질문이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귀를 막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나를 너무너무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해주신다. 나는 열심히 ‘왜 그러시냐, 시력이 안 좋으신 거 아니냐. 안경을 쓰셔야 할 것 같다’고 거부를 하고 있다. 내가 완강하게 거부하니까 더 재미를 붙인 것 같다. 얼마 전에는 플래카드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인정 아닌 인정을 했는데, 어쨌든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지만 마음속으로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잠시 침묵)이건 좀 아니잖아요~~.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는 안 했으면 좋겠다.”

보통 SNS는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김경수의 SNS에는 ‘미안하다’는 말이 주를 이뤘다. 배우가 직접 나서서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그는 직접 자신의 메시지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죄송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죄송하다’는 말이 진심으로 전해지길 바랐다. 내가 억울한 상황일 수도 있고, 진짜 잘못한 것도 있었다. 주변에서 굳이 사과 안 해도 된다고 말하는데도 내가 사과를 하고 싶은 건, 마음 상하신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SNS가 위험한 곳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나도 굉장히 용기를 내서 사과하는 것이다. 그냥 시간이 흘러가면 다 잊혀질 거라는 부분이라도 챙겨서 말을 하고 싶다. 진심으로 전하는 사과의 말이니까, 그게 어떤 상황이든 왜곡만 되지 않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를 보기 위해 시간 쪼개서 와주시는 감사한 분들이 마음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과의 방향은 관객분들이다. 진심이다.”

공연이 끝난 후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과 만나는 시간을 김경수는 ‘환기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뮤지컬 ‘스모크’는 특히 무거운 극인데 집에 가는 길까지 ‘초(超)’처럼 우울하게 있으면 자신도 힘들다는 것. 그는 팬들과 만나는 즐거움으로 ‘열정’을 꼽았다.

“지금은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 인사만 딱 하고 간다. 예전에는 공연 끝난 후 작품 얘기를 많이 했다. 이해가 안 된다거나, 자기 나름대로 해석을 해서 확인하는 분도 있었다. 나는 그 열정이 좋았다. 관객도 힘들고 지칠 텐데, 공연을 본 후 열정이 남은 상태에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다. 간혹 내 표현 방법이 마음에 안 든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분도 있다. 거부감은 없는데 신경은 쓰인다. 내가 무대에서 이분을 설득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욕심이 생겼다. 작품 얘기를 하다가 ‘이거 좋았는데 왜 오늘은 안 해 주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좋았던 표현을 말해주면 귓속에 쏙쏙 박힌다. 그런데 그게 사실 나에게는 독이다. 무대는 매일 다르게 흘러가는데 괜히 이상한 타이밍에서 그걸 한 번 더 챙기게 되는 날도 있었다. 요즘에는 작품 얘기를 거의 안 하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내가 생각한 대로 온전히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10년을 무대 위에 서온 김경수지만 무대에 발을 들이기 전까지 대기 중 굉장히 긴장한다고 말한다.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정말이다"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그의 긴장감을 몰입도 높은 연기력으로 변화시켜 주는 것은 관객이 만들어준 분위기라고.

“관객은 계속 나를 긴장하고 떨리게 하는 존재다. 떨린다는 것이 중의적인 표현이라, 마음의 설렘일 수도 있고 신체적인 두려움과 현상일 수도 있다. 두려움은 디테일한 표현이니까, 떨림이라고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 떨림 덕분에 내가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것들이 살아 숨 쉬게 되고, 재미있어진다. 무대 뒤에서 대기하며 긴장감에 떨고 있다가 무대에 발을 내디딘다. 관객의 시선이 나에게 모인다. ‘너 누구니, 너 뭐야’라는 궁금증과 함께 만들어지는 공기, 그 기운이 내가 캐릭터로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커튼콜에서 관객 표정이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긍정적인 분위기를 느끼면 감사함과 함께 그 날 공연을 ‘해냈구나!’ 생각된다. '잘했다, 못했다'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잘 이겨냈구나 보람을 느낀다."

(사진 제공=더플케이필름앤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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