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수정 기자]무려 16년, 정기고가 데뷔 이후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정기고는 지난 20일 첫 정규 앨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를 발표했다. 지난 2002년 I.F의 '리스펙트 유(Urban Night Mix)'의 피쳐링으로 데뷔한 후 첫 정규 앨범이다.
정기고는 지난 2013년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씨스타 소유와 부른 ‘썸’으로 메가히트를 기록하며 ‘국민 썸남’ 수식어를 얻었다. 이후 정기고는 매체와 인터뷰를 할 때마다 첫 정규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며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를 높여 왔다. 정기고는 매해 정규 앨범 발표를 목표를 밝혔다. 지난 2015년에는 자이언티, 크러쉬, 딘 등이 피처링에 참여한 ‘일주일(247)’을 공개하며 “첫 정규 앨범의 신호탄”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2017년 4월이 돼서야 첫 정규 앨범이 베일을 벗게 됐다. 데뷔 이후 16년 만, 선공개곡 ‘일주일’ 공개 이후 2년 반 만이다. 20일 쇼케이스를 개최한 정기고는 이에 대해 “세계적으로 첫 시도”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16년 동안 준비한 앨범인 만큼 첫 정규 앨범에는 정기고의 삶이 그대로 담겼다. 1번 트랙 인트로의 제목 ‘1322’와 마지막 트랙 제목은 ‘1201’. ‘1322’는 정기고가 홍대에서 살던 시절의 방번호, ‘1201’은 현재 살고 있는 집의 번호다. 정기고는 “앨범을 제작하는 동안의 삶을 담아서 처음과 끝은 방 번호로 했다”고 밝혔다.
첫 정규앨범까지 왜이리 오래 걸렸을까. 정기고가 그동안 많은 곡을 썼다 지우고, 앨범을 뒤집었다 엎었다는 여러 소문이 있었다. 정기고는 “뒤집거나 엎었던 것도 맞고 고민을 오래했다”며 “‘썸’이 끝나고 나서 차트를 신경 안 쓸 수만은 없겠더라. 예전에는 차트 안에 들어간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상황이 바뀌다보니 망해도 저만 망하면 되는데...”라며 솔직한 이유를 전했다.
고민 끝에 정기고는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유지하고 트렌드를 녹이는 방식으로 정규 앨범을 완성했다. 정기고는 “제 스타일을 잃지 않으려고 중점을 뒀다. 제가 유행을 따라가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음악을 하게 되면 제 음악이 아닌 것 같다”며 “제 스타일을 지키면서 트렌드를 녹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대신 지금이나 나중에 들어도 계속 들을 수 있는 사운드를 생각했다. 앨범 전체를 그런 콘셉트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비 내린 새벽 거리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트렌디한 멜로디를 휘감는 정기고의 감각적인 보컬이 돋보이며, ‘썸’에서 들을 수 있었던 정기고만의 로맨틱한 창법이 한껏 발휘된 트랙이다.
정기고는 “예전부터 제 노래를 기다려주신 팬들이 어떻게 들으실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 팬들 덕분에 힘을 받아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이제 기다려주신 팬들이 제 노래로 삶의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정규 앨범을 발표한 소감을 전했다.
보통 뮤지션은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해야 진짜 가수가 됐다고 자평한다. 이는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완성했다는 것을 뜻한다. 싱글이나 미니앨범 등 가요계 소비 주기가 빨라지고, 수록곡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기고는 그럼에도 첫 정규 앨범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작업하며 결국 완성시켰다. 정기고의 첫 정규 앨범은 '썸'으로만 정기고를 아는 이들에게 정기고가 오롯이 담겨 있는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고는 16년만의 결실을 본 정규 앨범을 시작으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