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쓰릴 미'가 28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2년간 재정비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는 '쓰릴 미'를 다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2020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2007년 초연 후 매년 공연되었고, 올해 10주년 공연이 축제처럼 즐거웠기에 어느새 다가온 헤어짐이 더 아쉽다.
'쓰릴 미'는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공연은 감옥 가석방 심의위원회 앞에 선 나(네이슨)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심문관들은 34년 전 나와 그(리차드)가 저지른 범죄에 관해 묻는다. 교외 숲속에 버려진 어린아이의 시체, 그리고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된 안경에 대해 담담하게 털어놓는 네이슨은 피로 맺은 계약, 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를 밝히며 리차드와의 관계를 드러낸다.
2인극인 '쓰릴 미'는 네이슨과 리차드 사이의 관계와 감정이 밀도 높게 표현된다. 배우에 따라, 그리고 페어에 따라 달라지는 연기의 디테일과 캐릭터의 성향은 관객에게 전혀 다른 해석의 가능성과 재미를 선사하며 재관람을 이끄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는 지난 9년간 '쓰릴 미'를 지탱해온 힘이며 인기의 이유이기도 하다.
10주년을 맞이한 2017년의 '쓰릴 미' 배우 라인업은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아버지의 사랑에 목말라하지만 타고난 외모와 언변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19세 청년인 그 역에는 김무열, 에녹, 이율, 정상윤, 송원근, 정동화가 출연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잘 자라 19세에 시카고 법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 입학 예정인 천재이자 섬세하고 부드러운 성격을 지닌 나 역은 최재웅, 강필석, 최재웅, 김재범, 정상윤, 이창용, 정욱진이 맡았다.
2007년 '쓰릴 미' 초연 배우였던 김무열(07'08'10' 그 역)-최재웅(07’10’나 역)은 이번 공연에서 단연 무서운 기세를 드러냈다. 7년 만에 돌아온 두 사람을 보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티켓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김무열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9세인 극 중 캐릭터와 나이가 맞지 않아 출연을 망설였다고 언급, 실질적으로 10주년 공연이 마지막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해 한 번이라도 두 사람의 연기를 더 보려는 관객들이 늘기도 했다. '레전드 페어'답게 카리스마와 노련함으로 무대를 장악한 김무열-최재웅 페어는 섬뜩한 그와 무심한 듯 냉랭한 나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며 2인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2007년 앙코르 공연에서 첫 호흡을 맞췄던 이율(07’ 그 역)-강필석(07’09’15’ 나 역)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안정적인 무대를 이끌었다. 두 배우 특유의 감성적인 목소리는 작품에서 중시되는 감정 표현을 한층 세련되고 세심하게 구축했다. 뮤지컬이지만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섬세한 느낌을 선사한 두 사람의 연기는 인물 특성을 잘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이율의 그는 니체의 매력에 빠져있는 설정이 두드러졌고, '슈퍼맨'처럼 당당했던 성격이 감옥에 와서는 다른 이와 다를 바 없이 두려움에 떠는 약한 모습을 보이며 변화되는 감정선을 뚜렷하게 드러내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10주년 공연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송원근(13'14'15 그 역)-이창용(08' 나 역)은 가장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페어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어떤 호흡을 보여줄까 궁금증을 자아내던 두 배우는 공연이 이어질수록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더불어 매회 공연마다 조금씩 변화된 캐릭터를 선보여 관객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초반 공연에서 이창용의 나는 많은 보호를 받고 자란 나약함이 인상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점점 냉랭해지고 매몰차지는 송원근의 그에 대항해 욕도 하고, 가방도 집어 던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송원근 또한 언제는 세상 가장 스위트한 그가 되었다가도, 어느 때는 시베리아보다 더 차가운 그가 되기도 하며 강약을 조절, 언제봐도 쫀쫀한 재미를 선사하는 페어로 거듭났다.
'쓰릴 미'에 가장 많이 참여한 배우 정상윤(09'11'14' 나 역·13’ 그 역)은 10주년 공연에서도 나와 그 역 모두를 소화했다. 공연 전반 정상윤은 에녹(14'15'16' 그 역)과 페어를 이뤄 나로 분했다. 이어 후반에는 김재범(10'11'나 역·15' 그 역)과 호흡을 맞추면서 그로 변신, 180도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나 역의 김재범은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모습부터 자신만의 색을 입힌 꼼꼼한 디테일을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풍부한 감정 연기에 탄탄하게 쌓여진 섬세함은 내용의 개연성을 빈틈없이 채워주며 관객의 이해를 돕고 마지막까지 높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에녹은 정동화(14'15' 나 역·16' 그 역)와 짧은 특별 공연도 선보이며 그로서 발산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나타냈다.
10주년 공연 페어 중 가장 어린 페어인 정동화-정욱진(14'16' 나 역)은 작년 한 차례 호흡을 맞추며 사랑을 받았던 페어로 올해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다른 페어보다 스킨십이 진했던 두 사람은 격정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해내며 압도적인 테크닉을 선보였다. 눈빛 하나로도 다양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쓰릴 미'에서 정동화의 그는 불에 집착하는 특성을 잘 살렸고, 정욱진은 사랑 가득한 나에서 점차 집착을 보이며 희번뜩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 그러나 가사를 까먹거나, 동선을 틀리는 등 실수 지적이 자주 보여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뮤지컬 '쓰릴 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실제로 있었던 잔인한 살인 사건을 극화한 작품에 동성애 코드까지 누군가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재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공연 후 기립 박수에 대한 의문을 품기도 하고, 작품의 의미에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10년간 이어져 온 '쓰릴 미'의 매력은 실제 사건을 완벽하게 재연해낸 부분이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넘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단 2명의 배우가 온전히 이끌어가는 2인극 '쓰릴 미'는 그와 나로 분한 두 배우가 어떤 형태로 캐릭터의 성격과 심리적 변화를 나타내는지 주목을 받는다. 그 방법이 대사가 될 수도 있고, 행동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배우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며 매번 새로운 시각으로 극을 즐길 수 있게 한다. 더불어 단 한 대의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귀에 쏙쏙 박힌다. 오케스트라처럼 장황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대사와 가사를 충분히 뒷받침해줄 수 있고 인물의 심리상태를 전달할 수 있는 선율로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덕분에 이번에 제작된 10주년 OST는 발매하자마자 구하기 힘든 상황이 되기도 했었다.
매년 공연되며 10년간 관객을 꾸준히 만나온 '쓰릴 미'는 약 2년 동안 작품 보완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6월 부산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마지막으로 2019년까지 '쓰릴 미'를 무대에서 만날 수 없을 예정이다. 제작사 달 컴퍼니 측은 "'쓰릴 미'에 보내주신 팬들의 성원과 사랑에 감사드린다. 2년간의 공백이 크겠지만, 새로운 10년의 출발을 위한 휴식인 만큼 공백기 이후 더 발전된 '쓰릴 미'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28일 백암아트홀에서 정상윤(그)-김재범(나) 페어로 마지막 공연을 펼치는 뮤지컬 '쓰릴 미'는 오는 6월 3일과 4일 양일간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부산 공연을 펼치며 2년간의 휴식에 들어간다.
(사진=달 컴퍼니, 본사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