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을 수 있을까.
영화 '누에치던 방'(감독 이완민/ 제작 윈드웰러스 필름, 영화사 잠)의 언론배급시사회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이날 언론배급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이상희, 홍승이, 김새벽, 이선호, 임형국, 이주영, 그리고 영화를 연출한 이완민 감독이 참석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영문 제목인 ‘Jamsil’을 우리말로 풀어놓은 영화 ‘누에치던 방’은 잠실을 배경으로 우연히, 그 시절 오래된 단짝의 기억을 마주한 채미희(이상희 분)와 조성숙(홍승이 분)의 관계를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청되어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하고,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제22회 인디포럼, 제12회 런던한국영화제, 제12회 파리한국영화제 등 공개 당시부터 국내외 평단의 주목을 이끌었다.
이날 이완민 감독은 영화의 제목을 잠실과 ‘누에치던 방’으로 연결지은 것에 대해 “첫 번째로는 전 단계, 많이 이야기하는 나비가 된다는 의미에서 전 단계를 의미할 수도 있고 공간적이 의미로도 설명되는데 고시원이라던지 옥탑방이라던지 누군가의 마음으로 이해가 될 수 도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어 이완민 감독은 "잠실이라는 지명이 누에치던 방이다. 잠실이라는 지역이 가지는 특수성 예전에 뽕밭인데 지금은 아파트와 주공이 들어오고 제2롯데월드도 들어오고 그런 공간의 특수성을 담고 싶었다"며 "삭막함이라고 쉽게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다. 97년 IMF 이후 각자도생을 하게 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완민 감독은 또한 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암담해서 쓰게 됐다”며 “편지들이 있는데 편지들을 모아야하는지 버려야하는지 모르겠더라. 이거를 어떻게 해야지 하는 질문들을 따라갔던 것 같다. 의도가 없도록 노력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완민 감독은 “어른이 되어서도 친구를 사귈 수 있는지 궁금했다. 유년기 때 친구들과 어른이 되서 만나서 친구가 같은지 다른지를 묻는 과정이었다”고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극 중 채미희를 연기한 배우 이상희는 “채미희를 대본으로 처음 만났을 때 저와 닮은 부분이 있었고 저와 다른 부분들도 있었는데 다른 부분은 감독님과 함께 도움을 받아가면서 만들려고 했다"고 영화 속 연기에 대해 얘기했다. 이어 이상희는 "(채미희는) 되게 미울수도 있고 응석 받이일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일말의 위로의 순간을 받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극 중 여고생과 김유영을 연기한 배우 김새벽은 영화 속 자신의 연기에 대해 “감독님을 만났을 때 많이 했던 얘기가 자기검열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며 “고등학생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막힘이 없었던 것 같고 자기검열이 없던 때였던 것 같은데 돌아보니 어느 순간 검열하는 게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촬영하면서도 그런 부분이 많았다. 촬영 하면서 조금이나마 자기 검열이 없는 상태가 됐으면 좋겠다 말씀해주셔서 연기를 하면서도 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고 얘기했다. 덧붙여 김새벽은 “기대가 됐고 막상하니깐 다시 생긴 습관을 없애는 게 쉽지 않았지만 노력을 많이 했다. 의미가 있는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성숙을 연기한 홍승이는 “왜 이런 인물을 이야기하려할까. 조성숙과 같은 인물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 한번쯤 만나볼 수 있는 인물이지 않을까.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일까. 생각해서 도전하게 됐다. 어려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완민 감독은 또한 이 영화에 대해 “관객 개입이 큰 영화라고 볼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 배치에 있어서 신과 신이 만났을 때 어떤 작용을 하는 지를 들여다봤던 것 같다”며 “그리고 굉장히 많은 변화의 순간들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쓰고도 배우 분들과 대화하면서 많이 바꿔나갔고 촬영하면서도 변화한 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상실과 상처로 가득 찬 인물들이 각기 다른 이야기로 묶이며 서로의 정서를 보듬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 ‘누에치던 방’은 현대인들이 가지는 삭막함을 이완민 감독의 섬세한 연출로 표현해낸다. 오는 1월 31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