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광해, 왕이 된 남자' 후 날 흔들어보고 싶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로 천만감독에 등극한 추창민 감독이 차기작으로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아무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 정유정 작가의 인기 소설 ‘7년의 밤’을 영화화하기로 결정한 것. 더욱이 전작들과는 결이 전혀 다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추창민 감독은 자신을 한 번 흔들기 위해 시작했던 도전이었던 만큼 많이 힘들었다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와 함께 관객들 사이 대화의 장이 열릴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광해’가 천만 되고 이로움은 물론 많았지만, 이로움 이면에는 또 다른 힘듦이 있었다. 후유증이 생기더라. 그래서 결심한 게 1년 동안 작품을 검토하지 않는다였다. 1년 지나고선 나를 한 번 흔들어봐야겠다 싶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작품들과 반대에 있는 작품을 선택하게 됐고, 그게 ‘7년의 밤’이었다. 기존 해왔던 것과 결이 다르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다. 처음 영화 찍는 기분이었다.”
추창민 감독은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았다. 원작의 겉에 드러난 것보다 이면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원작의 스릴러 요소는 옅어지고, 드라마 요소가 강해졌다.
“빠른 속도, 두 캐릭터의 대결구도, ‘오영제’의 이상한 성격 등이 원작 팬들에게 쾌감을 준 것 같다. 난 그 부분보다 오히려 작가님이 감춰놓은 각자의 삶이 깊이 다가왔다. 속도 빠른 스릴러를 만들기보다 인간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원작에서 스쳐지나갔던 부분이 영화 전면에 나왔으니 당황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 절대 후회하진 않는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장동건이 분한 ‘오영제’ 캐릭터가 원작과 가장 많이 달라졌다. 원작에서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였다면, 영화화되면서 사연이 부여됐다.
“우리가 흔히 아는, 많이 보여지는 사이코패스는 하얀 얼굴에 금테 안경을 쓰고 섬세하지 않나. 쉽게 접근할 순 있겠지만, 그건 익숙하기도 하니 또 써먹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영제’의 악을 다르게 풀어보고 싶었다. 악행에 있어서 이유를 주려고 했다. 심리학책을 읽어보니 사랑의 결핍이 크더라. 그걸 참고로 내 나름대로의 사연을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사이코패스에 이유 자체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기보단 우리 영화는 비밀을 찾아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각 인물들에겐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게 하나의 형식으로 중요했는데, ‘오영제’ 역시 주인공이니 그 형식을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오영제’에 따라 원작과 결말도 다르게 갔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추창민 감독은 비밀을 간직한 호수와 수몰된 마을의 모습을 완벽한 비주얼로 구현해냈다. 제작진은 약 10개월 동안 대대적인 장소 섭외 과정을 거쳤다.
“소설 읽고 많은 사람들이 ‘세령마을’을 각자의 머릿속에 안개처럼 만들어놨지만 뭔지는 실체는 없었을 거다. 나 역시 처음에는 실체가 안개 같았다. 또 하나의 캐릭터인 만큼 안개, 물, 숲 등을 조합하기 시작했다. 누가 가보지 않은 비밀스러운 공간처럼 보여야 한다 싶었다. 인적이 드문, 버려진 공간들을 찾아 헤맸다. 마지막은 CG의 도움을 받아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간을 창조해냈다.”
‘7년의 밤’은 여느 스릴러와 달리 캐릭터에 감정 이입하기가 쉽지 않다. 또 처음부터 끝까지 쉴 틈을 전혀 주지 않고 밀어붙이기 때문에 관람하는 내내 힘들 수밖에 없다. “책을 갖고 영화를 만들겠다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한 이유가 주인공한테 감정이입을 해 응원을 할 수 있어야 쾌감을 느끼는데 누굴 응원할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그렇다고 누구 한 명을 착하게 만들 수 없었다. 2시간 동안 관객들을 감정이 아닌 영화의 힘으로 끌고 가야 하니 정신없이 몰아가기로 했다. 보기 싫지만 대면해야 하는 사실은 있음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원작을 지지하는 팬들이 많은 만큼 색안경부터 끼고 바라보는 경우도 많다. 추창민 감독은 혹평을 해도 좋으니 자신의 영화를 통해 대화의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흥행이나 완성도에 있어서 아주 큰 욕심을 갖고 ‘7년의 밤’을 시작하진 않았다. 대신 이 영화를 보시고 많이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욕을 해줘도 좋다. 요즘 영화들이 너무 빨리 잊혀지는 느낌이다. ‘7년의 밤’은 서로 의견을 갖고 한 번쯤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가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