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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리뷰]'수성못', 열심히 해서 뭐해라는 당돌하고도 씁쓸한 질문

입력 2018-04-10 13: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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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수성못' 포스터
사진=영화 '수성못'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우울 속에서 샘솟는 유머처럼, ‘수성못’은 매력적인 역설로 가득 차 있다.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사회가 있다. 사회의 구성원들은 그렇기에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렇다면 언젠가 성공이라는 엘도라도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열심히 해서 뭐해”라고 반문하는 청춘이 있다. 넓은 항해로는 바다가 아닌 호수라 말하고, 그저 열심히 전진하는 이들도 결국에는 호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오리와 같은 운명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엘도라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그만 멈춰라‘라고 말하는 저 청춘이 그저 허황된 비관주의자일 뿐일까. 아니면 호수 위를 떠다니다 가라앉는 것이 결국 운명이라는 것을 깨달은 현자(賢者)인 것일까.

청춘들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들에서 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꿈을 꾸어라’라는 메시지다. 팍팍한 현실이라도 버티고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성공의 기회를 빚게 된다는 것이다. 그 말의 반증이란 곧, 버티지 못하는 것은 낙오라는 것이다. ‘수성못’은 이 낙오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면서 ‘꿈을 꾸어라’고 말하는 그간의 선언들에 대해 이죽거린다. ‘수성못’의 인물들은 ‘성공해야 한다’는 삶에 대한 의지보다 “꼭 죽어야 한다”며 죽음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낙오자가 되었을까. 스스로 실패한 인물들일까. 아니다. 이들은 그저 삶에서 그들 스스로가 오롯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게 죽음뿐이라는 걸 깨달은 것뿐이다.

사진=영화 '수성못' 스틸
사진=영화 '수성못' 스틸

이런 이들에게 “좀 치열하게 살아라”라고 얘기하던 희정(이세영 분) 역시도 점점 그들처럼 죽음에 가까워진다. 그저 그들의 우울증이 희정에게 전염된 것일까. 그렇다고 치기에는 우울증이라는 바이러스가 침투하기에 희정의 면역 체계가 너무나 단단하다. 허나 너무 단단하며 부서지기도 쉬운 법. 희정은 어느 순간 다가온 영목(김현준 분)을 통해 삶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수성못’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암울하다. 청춘들이 가지는 고민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가공이 없다. 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영화의 공기를 짓누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우울하게 가져가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를 그리는 색채는 너무나 밝아서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면 영화 ‘수성못’은 그저 청춘들에게 포기하라고만 소리치는 무책임한 영화일까. 아니다. 영화는 그들이 왜 상처 받았고, 왜 죽음을 택하려 하고, 왜 삶이 이렇게 팍팍해야하고, 열심히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할 뿐이다. 질문의 끝이 결국에는 ‘죽음’이라면 그건 영화 속 팽배하게 흐르는 역설의 미학을 그저 직설적으로만 받아들인 결과다. 이처럼 ‘수성못’은 영화 속 상황들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관객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를 유도한다. 청춘들이 가지는 고민에 대해서 이토록 리얼하게 그려내다니. 허무맹랑한 위로보다는 ‘너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공감의 힘을 치열하게 전달한다. 영화를 보고 드는 찝찝한 기분은 너무 선명한 거울을 봤을 때 다가오는 께름칙함이다.

사진=영화 '수성못' 스틸
사진=영화 '수성못' 스틸

주목할 만한 데뷔작은 분명하다. 하지만 부족한 점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의 부족함이다. 그렇기에 몇몇 장면들은 영화의 분위기와 달라 과하게 튀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또한 우울증을 가진 인물들의 정형화된 모습들이 많이 드러나다 보니 캐릭터들의 신선함은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배우들은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이세영은 대구 방언 연기를 기갈나게 펼치며 어색함을 느낄 수 없게 한다. 또한 희정의 감정선을 잘 캐치해내는 감각은 제대로 날이 서있다. 남태부와 펼치는 남매 호흡 또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김현준의 경우,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의 겹을 차곡하게 쌓아올려 눈길을 끈다. 몇몇 장면들에서는 이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오리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쉼 없이 페달을 밟아야 한다. 하지만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고 해서 오리배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만은 아니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가고 있긴 하는 걸까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아등바등 살았던 20대의 내 현실과 방황하던 (영화 속에) 마음을 녹여냈다”는 유지영 감독. ‘열심히 해서 뭐해’라는 당돌한 질문을 던지는 ‘수성못’은 첫 장편 데뷔를 이뤄낸 유지영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이 가득 차 있다. 오는 1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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