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오목소녀’는 백승화 감독에게 고민보다는 즐거움이 우선됐던 영화였다.
영화 ‘오목소녀’는 당돌하다. 우선 그 시작이 영화가 아닌 웹드라마의 기획이었고, 러닝타임 역시도 57분으로 기존의 장편영화와 비교해서 꽤 짧다. 영화 역시도 웹드라마의 형식을 붙인 합본이라고 봐도 무색하다. 하지만 재밌게도 ‘오목소녀’는 57분이라는 러닝타임에도 기존의 영화들이 가지는 형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웬만한 장편영화들과 비교해서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부족함이 없다. 더군다나 영화가 가지는 매력 자체가 만만치 않다. 어떤 장면에서도 웃음이 넘친다. 꽤 가벼운 영화다. 그렇지만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청춘의 무게만큼은 가볍지 않다. 연신 쾌활한 분위기에 웃고 즐기다보면 이 밝은 청춘의 모습이 현실 속 힘들어하는 지금의 청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오목소녀’는 끝까지 유머를 이어간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다보니 행복해진다는 말이 정확하게 이해가 되는 영화다. 최근 서울특별시 종로구 팔판길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을 만난 백승화 감독은 이러한 ‘오목소녀’의 기획을 웹드라마로부터 시작하게 된 이유와 이를 엮어 장편영화로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백승화 감독은 처음에는 영화사 인디스토리의 제안으로 웹드라마로서 ‘오목소녀’를 기획했다고. 그렇지만 백승화 감독은 “나중에 혹시 합본 형식으로 꼭 개봉이 아니더라도 길게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그렇게 완성된 57분 러닝타임의 ‘오목소녀’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관객들을 만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전주국제영화제로의 출품. 이에 대해 백승화 감독은 처음만 해도 “영화라고 하기에는 어색한 부분들이 있어 틀어줄까 걱정했다”고. 하지만 전주에서의 상영 때 의외의 반응들이 ‘오목소녀’에 쏟아졌다. 끊이지 않는 관객들의 호평이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백승화 감독은 “의외로 짧은 영화를 좋아하는 반응이 영화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백승화 감독은 “저 역시도 60분 되는 짧은 영화들을 좋아한다”며 “또 다른 작품성이 있는 영화들 중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셔서 그런 반응을 보여주시는 것 같다”고 연이어 영화의 호평에 대해 겸손함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영화는 가볍다. 유머가 기저에 깔리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소재의 신선함이 ‘오목소녀’에 주는 강점 또한 존재했다. 전작 ‘걷기왕’에서도 경보라는 신선한 소재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백승화 감독. 그렇기에 ‘걷기왕’과 ‘오목소녀’는 꽤 비슷한 점들이 겹쳐있기도 하다. 특히나 ‘걷기왕’ 속 경보와 ‘오목소녀’ 속 오목은 메이저 스포츠 마라톤과 바둑의 대체재로 캐릭터들에게 선택된다는 점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연관고리였다. 이에 대해 백승화 감독은 “‘오목소녀’는 ‘걷기왕’ 시나리오 쓸 때 생각했던 얘기를 정리한 거다”며 “그래서 아마도 그런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어 백승화 감독은 “두 작품 모두 일등이 아니더라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맥락화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주제 측면에서 사소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고 얘기했다. ‘걷기왕’과 ‘오목소녀’가 가지는 이야기적 색채나 주제가 상호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가 가지는 성질 자체가 다르기에 영화를 한 맥락으로 해석하기는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청춘을 그린다는 점에서는 확실하게 일맥상통했다. 특히나 이러한 청춘의 모습을 어둡지 않고 밝게 그려낸다는 부분에서 ‘오목소녀’와 ‘걷기왕’은 닮아있었다. 꼭 어둡지 않게 그려내지 않는 청춘의 모습.
하지만 백승화 감독은 ‘오목소녀’에 대해서는 “이 영화는 큰 고민이 담겨있기 보다는 편하게 접근하고 싶었던 측면이 강했다”고 얘기했다. “애초에 영화를 기획 할 때부터 부담 없이 한 부분도 있었다. 또 패러디도 어떻게 보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단순히 ‘재미있겠다’고 해서 넣은 것도 있다. ‘기생수’ 패러디 같은 경우는 얘기하는 과정에 이런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넣었고 요즘의 밈(meme: 인터넷 상에 재미난 말을 적어 넣어서 다시 포스팅 한 그림이나 사진)을 넣으면서 이야기에 웃음을 깔아보려고 했었다. 극 중 정핫윙 할아버지 같은 경우도 그런 맥락에 있었다. 하지만 사실 제가 개그를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기에 엄청 유머에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하하.”
이어 백승화 감독은 웹드라마로 우선적으로 영화를 기획한 것에 대해 독립영화의 어떠한 새로운 확장으로 봐도 좋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새로운 고민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웹드라마에 대해서 재밌게 느꼈던 건 재밌는 이야기를 하기 쉽겠다는 것이었다. 독립영화 쪽에서도 항상 독립영화만 외칠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손해 보지 않고 했다고 생각한다. 꼭 극장에 걸어서 하는 방법 말고도 새롭게 고민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벽한 해법은 없다.”
([팝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