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업리뷰]'나와 봄날의 약속', 독특한 시선이 선사하는 지구 종말 하루 전

입력 2018-06-28 18: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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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봄날의 약속' 포스터
'나와 봄날의 약속' 포스터

[헤럴드POP=천윤혜기자]"어차피 망할 거, 다 같이 잘 망하자! 아름답게"

독특하다. 아니 독특하다 못해 다소 괴상하다.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은 지구 종말을 예상한 외계人들이 네 명의 인간들을 찾아가 벌이는 생애 마지막 쇼킹한 생일파티에 대한 이야기.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있다.

영화는 생일을 맞이한 무명의 영화감독 이귀동(강하늘)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귀동의 앞에 문득 나타난 정체 불명의 사람들. 평범하다. 하지만 자세히 볼수록 평범하지 않다.

'나와 봄날의 약속'은 주로 외국의 SF에서 다뤄졌던 지구 종말이라는 소재를 차용했다. 하지만 그 시선은 여느 영화들과는 차이가 있다. '나와 봄날의 약속'에서 그려지는 지구 종말은 재앙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인적이 없는 길거리, 요란한 사이렌 소리로 다가온 지구의 종말을 표현할 뿐.

'나와 봄날의 약속' 스틸
'나와 봄날의 약속' 스틸

영화 속 외계인의 모습도 우리들의 상상과는 사뭇 다르다. 과거 영화 'E.T.' 속 외계인을 상상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머리가 크고 몸집은 가느다란, 누가 봐도 외계인 같은 모습이 아니기에. 대신 우리네 일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 바로 '나와 봄날의 약속' 속 외계인이다. 평범하기 이루 말할 데 없는 옆집 아저씨, 노란 유니폼을 입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요구르트 아줌마가 바로 그들. 김성균, 송예은, 이주영, 이혜영은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여느 지구인과 다를 바 없는 외계인을 만들어낸다.

'나와 봄날의 약속'은 미스터리 판타지지라는 장르로 소개되지만 한 가지로 수렴되지 않는 영화의 내용 자체가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영화는 한없이 어둡다가도 순식간에 가벼워진다. 첫사랑의 아릿함을 담는 듯한 멜로가 보여지다가도 갑작스러운 액션은 장르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한다.

김성균, 장영남, 이혜영, 강하늘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나와 봄날의 약속'을 더욱 빛나게 한다. 제 옷을 입은 배우들은 때로는 공감이 가득한 연기로, 때로는 의뭉스러움으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주영을 비롯한 송예은, 김소희 등 신인 배우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독립영화답게 신인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며 신선함을 안긴다. 그럼에도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은 영화를 한층 미스터리하게 풀어낸다.

'나와 봄날의 약속' 스틸
'나와 봄날의 약속' 스틸

'나와 봄날의 약속'은 시종일관 불친절한 내용 전개를 내놓는다. 결말 역시 불친절하기는 마찬가지. 지구 종말 하루 전 외계인으로부터 받는 생일 선물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외계인들은 다소 괴기스러운 선물로 영화의 해석을 확장하며 가능성을 열고 있다.

다만 영화의 독특한 설정이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전개는 관객에 따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를 대중적이기보다는 영화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더욱 의미 있는 지점일 수 있다.

연출을 맡은 백승빈 감독은 "'다 망하고 나서 새롭게 시작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지구 종말과 봄날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 것 같았다"며 "이상한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 영화는 좋았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백승빈 감독만의 독특한 시선이 획일화된 영화에 지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개봉은 오늘(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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