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사냥개 같은 인물..내 입장으로는 악역 아닌 선역” 올 여름 극장가에서 이성민과 함께 가장 바쁜 배우는 주지훈일 것이다.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에서 ‘해원맥’ 역을 맡아 극과 극 매력을 발산, 인기몰이 중인 그가 ‘공작’에서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더라도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등 선배 배우들 사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한다.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웃음기 없는 서늘한 모습을 동시에 녹여내며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긴장감을 부여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주지훈은 극중 분한 ‘정무택’ 캐릭터가 시나리오상 그림으로만 보여지기도 했지만, 윤종빈 감독의 오래된 팬으로서 그를 믿고 작업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재밌다’였다. 영화보다 훨씬 방대했다. 정치 잘 모르는 내가 봤을 때도 디테일하게는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술술 넘어가더라. 어려운 이야기가 쉽게 읽힌다는 건 좋은 글이지 않나. 그런데 내 캐릭터는 글로만 보면 너무 딱딱해서 윤종빈 감독님께 그림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믿고 함께 하기로 했다.”
이번 작품에서 주지훈이 맡은 ‘정무택’은 북경 주재 북의 국가안전보위부 과정이다. 겉으로 드러난 신분은 북경 주재 대외경제위 소속이나 실체는 남한의 안기부에 해당되는 국가안전보위부 제2국 과장이다. 앞서 강동원, 김수현, 현빈, 정우성 등 많은 남자배우들이 북한 남성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다. 주지훈은 의외로 북한 남성 캐릭터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백지에서 출발했을 뿐이었다.
“굳이 ‘공작’이 아니더라도 어떤 캐릭터든 백지에서 시작화하는 타입이다. 많은 분들이 북한 남성을 연기했지만, 다 다르지 않았나. 정형화된 것에서도 결이 다르다. 시나리오 보고 감독님, 배우 등 최대한 관련된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고 하는 편인데, 이번에도 그랬다. 모두의 관점이 다르니 뭉뚱그려서 초반에 받아들인 후 디테일하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어 “북한 전문가께서 ‘정무택’은 엘리트 집안에서 그 직위가 되도록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하더라. 딱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사냥개 같은 인물이다. 다들 악역으로 생각하시지만, 내 입장에서 파악할 때는 선역이었다. 국가를 위해 충실하는 것이지 않나. 윤종빈 감독님 특유의 리얼리티에서 오는 아이러니들이 있는데, 이 인물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공작’은 실화를 모티브로 한 첩보물이지만, 윤종빈 감독은 기존 할리우드 첩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틀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무기 없이 말로만 긴장감을 조성해야 했는데, 그걸 만들어내야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고될 수밖에 없었다. 주지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 캐릭터가 책에 쓰인 것과 달리 막상 연기하니 살아 움직이더라. 수제시계의 톱니바퀴처럼 맞춰나가는 영화였다. 이 톱니가 1만 해야 하는데 막상 해보니 순간 짧은 감정에 의해서 1.2가 되면 안 맞는 거다. 지금은 수치화처럼 이야기하지만, 촬영할 때는 그럴 수 없지 않나. 정확한 디렉션을 주기로 유명한 윤종빈 감독님인데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에너지를 너무 쏟아야 해서 힘들었다.”
무엇보다 ‘공작’을 촬영할 때와 개봉할 때는 남북 정세가 큰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 5월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기 때문. 이와 관련 주지훈은 “난 정치를 잘 모른다. 하지만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도 그런 장면을 볼 때 왠지 모르게 뭉클해지지 않나. 서로 간 합의가 잘되고, 약속이 이행된다는 전제 하에 평화라는 단어를 위해 서로 달려가는 게 뭉클했다. 우리 영화도 공작원 소재를 빌렸지만, 큰 주제는 그걸 말하고 싶은 거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공작’은 뿌듯하고, 되게 자부심 느껴지는 작품이다. 원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타입이라 ‘공작’ 덕에 칸에 가게 됐을 때도 바보처럼 그 순간을 즐기지 못했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칸을 다녀온 배우가 그리 많지 않구나 싶었다. 되게 소중한 경험이었던 거다. 내게 ‘공작’은 외부적으로도, 내부적으로도 의미 있고 좋은 작품인 것 같다.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