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전문성·인간미 사이 교묘한 줄타기 중요” 여름만큼 핫한 추석 극장가에 유일무이 여배우로서 출사표를 던진 이가 있다. 바로 ‘흥행보증수표’ 손예진이다. 손예진은 영화 ‘협상’으로 지난 2016년 ‘덕혜옹주’에 이어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거의 없는 충무로에서 또 한 번 강인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협상가 ‘하채윤’ 역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손예진은 ‘협상’이 모든 면에서 새로웠기에 욕심이 났다고 고백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협상이라는 소재가 굉장히 흥미로웠고, 캐릭터 역시 능동적인 여자 경찰 협상가를 기존에 본 적 없었다.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또 시나리오의 속도감이 굉장했다. 뒤가 궁금해서 단숨에 읽게 됐다. 모든 면에서 새로웠고, 앞으로도 자주 만날 수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욕심이 생겼다.”
손예진은 극중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소속 최고의 협상가 ‘하채윤’ 역을 맡았다. ‘하채윤’은 어떤 긴박한 상황 속에도 침착하고 냉철한 태도로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해내는 인물이다. 손예진은 정형성과 탈피 사이 균형점을 잡기 위해 애를 썼다.
“제복 입은 경찰 하면 떠오르는 정의감 넘치면서 딱딱한 말투를 쓰는 전형적인 룰에서 너무 탈피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그것만 따라가면 재미없을 테니 그 사이 조절하는 게 되게 힘들었다. 매 작품 말투 하나하나 당연히 신경 쓰지만, ‘협상’에서처럼 기술적인 방식으로 접근한 적은 별로 없다. 그만큼 대사 톤, 강도, 뉘앙스 등 모든 게 중요했다.”
이어 “고민이 이제까지는 하지 않았던, 다른 지점으로 이어지더라. 예를 들어 대사를 웃으면서 할 것인지, 현실적인 생활연기로 할지, 딱딱한 느낌의 전문성을 줘야할지 등 교묘한 줄타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잡아갈 때 너무 중요했다. 인간적이고, 감정이 넘치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도 직업적인 사명감, 책임감은 끝까지 지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손예진은 협상가에 대해 연구하는 작업도 놓치지 않았다. 실제 협상가를 만나지는 않았지만, 이종석 감독에게 사례에 대해 듣고 책도 열심히 읽었다.
“감독님이 전문 협상가분들을 만나셨다. 보통은 ‘하채윤’처럼 인질범에게 감정이입돼 동요된다고 하더라. 협상가가 경찰과 인질범 사이 중간다리 역할이긴 하지만, 실제 인질범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은 물론 인질범 편에 서야 좋은 결과를 끌 수 있다고 하더라. 또 감독님이 주신 책 4~5권에 적힌 실제 사례들을 보면서 캐릭터를 잡아갈 때 도움이 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손예진은 ‘하채윤’으로 거듭나기 위해 외형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파격적인 단발은 스스로 제안한 것이기도 해 화제를 모았다.
“사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 때문에 머리를 자르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캐릭터를 잡아나갈 때 배우가 머릿속 그려지는 모습은 외형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머리 색깔, 길이, 옷, 손톱 색깔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민했을 때 머리를 묶는 걸로는 답이 안 나오더라. 뭘 안 해도 보이시한 느낌을 주는 단발을 선택했다. 옷은 ‘시카리오1’의 에밀리 블런트 캐릭터가 레퍼런스가 돼 세련되게 꾸미는 대신 티셔츠를 선택했다.”
무엇보다 손예진은 현빈이 분한 ‘민태구’와의 협상 장면을 위해 이원 생중계라는 생소한 방식으로 고도의 심리전을 펼쳐야 했다. 이를 두고 손예진은 ‘감옥’이라고 표현해 인상 깊었다.
“내가 감옥 같다는 표현을 썼는데 내가 이 분량을 소화해야 출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정도로 세트장 걸어 들어가는 게 다른 때보다 심리적 압박이 심했다. 하지만 ‘민태구’ 앞에서는 모두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트라우마가 있음에도 안 그런 척해야 하지 않나. 단단하게 보이고자 했다. 시사회 후 동료배우들이 너무 힘들었겠다고 하더라. 한 달 반간 초집중해서 할 수 있었지, 세 달이었으면 못했을 거라고 답했다. 하하.”
이처럼 손예진이 마음속 부담을 안고 촬영에 임한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날 것의 긴장감을 담아낼 수 있었다. 손예진 역시 이를 ‘협상’의 강점으로 꼽았다.
“많은 분들이 ‘협상’은 범죄 오락 영화로 아주 재밌는 것 같다고 하더라. 표정만 보면 아는데 괜히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다 재밌게 보셨더라. 영화관에서 자꾸 스크린 앞으로 몸이 나가더라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러면 성공이다. 2시간 30분이 30분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순식간에 없어지는 영화니 많이 사랑해주시면 좋겠다.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