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천윤혜기자]그야말로 덕질, 덕후를 유발하는 드라마였다. '그녀의 사생활'은 직장에선 완벽한 큐레이터지만 알고보면 아이돌 덕후인 성덕미가 까칠한 상사 라이언을 만나며 벌어지는 본격 덕질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덕질이라는 소재를 로맨스로 끌고 들어와 익숙한 듯 하지만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안보현은 많은 사람들의 '최애'로 등극했다. 성덕미(박민영 분)의 33년 남사친으로서 물론 구질구질한 순간도 있었지만 듬직한 존재로 그녀의 뒤를 지켜봐준 모습은 '남사친의 정석'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안보현은 "저희 드라마가 배역이 많지 않았는데 배우들과 따뜻하고 알차게 보냈다. 올해 3, 4, 5월이 제 생애 가장 행복했던 날인 듯 싶다"며 '그녀의 사생활'로 보낸 따뜻한 봄날을 언급했다.
안보현은 '그녀의 사생활' 방송 전 있었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이번 드라마가 자신의 최애 드라마라고 밝힌 바 있다. '그녀의 사생활'이 종영한 지금에도 그 마음은 그대로일까. "캐릭터도 최애였고 작품도 제일 최애였다. 롤이 많았던 것도 있지만 은기 캐릭터가 애정이 많이 갔다. 또 홍종찬 감독님과 구면인데 감독님과 다른 작품을 했었는데 이번에 큰 역할을 주신 것도 감사했다."
안보현은 드라마 속에서 유도 체육관 관장 남은기에 분했다. 복싱 선수이기도 했던 만큼 운동에 일가견이 있는 안보현. 하지만 유도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됐다. "유도는 처음이었다. 다행히 제가 나온 고등학교가 체육 고등학교라 모든 운동 종목이 있었는데 그 때 유도부 친구들과 친해졌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조준호, 조준현 쌍둥이 형제가 저랑 초등학교, 고등학교 동창이다. 이 친구들에게 자문을 구해서 체육관에서 급속으로 배웠다."
친구들로부터 유도인으로서 꼭 필요한 부분을 직접 배우고 새벽 2~3시에도 체육관에 가는 열정을 발휘했던 안보현. 그는 그 덕분인지 드라마 상에서 노출신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하지만 그는 그 신을 회상하며 "옥의 티다"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것보다 더 좋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저를 아는 친구들은 '운동 안 했네. 막 찍었네'라고 반응을 보였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비현실적인 몸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유도 선수들이 정말 몸이 좋은데 그만큼은 못 보여준 것 같다. 준호, 준현이가 복근은 꼭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식단 조절에 실패한 셈이다."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덕질에 대한 편견도 깰 수 있었음을 털어놓았다. 안보현은 "처음에는 덕후라는 것에 대해 잘 몰랐다. 덕후는 단순히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무지했던 거다. 그러다 드라마를 통해 덕후 단어들 자체의 편견이 깨졌다"며 "저도 덕질 아닌 덕질을 하고 있더라. 캠핑, 바이크, 낚시를 좋아해서 카페에 가입하고 장비 사는 거에 행복해하고 고르는 거 보니까 덕질을 하는 거였다. 또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도 듣는다. 드라마가 아니었으면 제가 덕질을 한다는 걸 부인했을 거다"며 웃음지었다. 그러면서 레드벨벳, 트와이스, 아이유의 팬이라고 넌즈시 드러내기도.
'그녀의 사생활'에서는 유도 선수로 등장했지만 이전 작품에서도 그는 운동과 관련된 역할을 많이 맡았다. '태양의 후예'의 알파팀 소속 군인, '독고 리와인드'의 씨름부 선수 등이 그 예다. 운동 선수 출신이고 완벽한 피지컬을 가지고 있던 지점들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이로 인한 이미지 고착화 우려에 대해서는 "나쁘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운동선수만 하다가 끝나지 않을까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해볼 수 있는 종목들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운동 선수 배역에 제가 떠오른다는 거 자체가 기분이 좋은 일이다. 저를 선택해주시고 그 이름을 입혀주는 게 감사하다. 사실 피지컬 좋은 배우가 한 두명도 아니고 많을 텐데 희열을 느낀다. 열심히 한 것에 보답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행복한 고민이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복싱 선수, 모델을 거쳐 배우가 된 과정을 설명하며 "김우빈, 김영광, 이수혁, 강동원 선배님까지 모델 출신이신 분들이 길을 너무 잘 만들어놓으셨다. 또 장기용, 남주혁도 올라오며 편견이 깨진 것 같다는 느낌이다"며 고마움을 표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길고 길게 돌아왔지만 결국 배우라는 꿈을 이루고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찾아가고 있는 그. 그에게 '그녀의 사생활'은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배우로서 조바심이 없다면 거짓말인데 이번 작품을 통해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서 더 아직까지 여운이 남는다. 빨리 빠져나오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목마름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