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2일 오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는 제1형사부의 심리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의 첫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강지환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대체로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깊게 인정한다”며 “고통 받은 피해자 분들께 어떤 말로 사죄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스스로도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뼈저린 반성과 사죄하는 마음이다”라고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 뒤 반성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피고인은 당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며 “피고인은 기록에 나타난 자신의 모습이 낯설 정도로 기억이 나지 않아 스스로 당황하고 있다. 왜 이런 행동이 나타났는지, 연예인의 삶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정도의 잘못은 하게 됐는지는 추후 말씀 드리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반성은 하지만, 사건에 대한 기억이 온전치는 않다는 뜻. 결국 술이 문제라는 뜻일까. 하지만 온전치 못했던 강지환의 기억과 달리 사건의 기록은 너무 뚜렷하게 명시되어 있고, 피해자들의 상처 또한 사건 당시를 잊지 못할 정도로 깊다. 그렇다면 강지환이 기억나지 않는 당시의 시간을 검찰 측과 피해자 측이 떠올리게 해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이날 공판에서 “피해자 중 한 명은 열상을 입어 2주간의 진단을 받았고 다른 한 명은 신경 정신과에서 우울증을 비롯해 후일 PTSD 장애 판정도 받을 가능서이 있다”고 피해자들의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피해자들은 그들의 원래 직업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이들 대신, 강지환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당시 상황으로 되돌아가봐야 한다. 하지만 언론에 공개된 사건의 전말은 지난 7월 9일 강지환이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외주 스태프 A, B씨와 술을 마신 뒤 이들이 자고 있던 방에 들어가 A씨를 성폭행하고 B씨는 성추핼한 혐의로 긴급체포 됐다는 점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지환의 변호인 측은 “세부사항에서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부분이 있다.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건 현장의 CCTV 영상과 사진을 시간 순서대로 설명하고자 한다. 피해자 사생활까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비공개 심리를 요청한다”고 몇 가지 증거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모든 것은 재판부에게만 공개하고 재판부의 결정만 따르겠다는 의사다. 하지만 반성을 하면서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긴 것은 석연치 못하다. 행위에 대해서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행위를 반성한다는 뜻은 비문의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2일 구속이 결정되고 3일 만에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던 강지환. 그가 반성하고 인정했던 혐의는 무엇일까. 떠오르지 않는 기억의 퍼즐이 맞춰질 수 있을 때 반성과 혐의 인정에 남은 석연치 않음이 사라질 수 있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