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관객들에 괜찮은 추억거리로 남았으면 좋겠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캐릭터의 한 획을 그은 바 있는 배우 한석규가 신작인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통해 다시 한 번 ‘세종’을 연기하게 돼 의미를 더했다. 여기에 그는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을 조명한 이번 작품에서 최민식과 ‘쉬리’ 이후 20년 만에 조우, 한층 더 빛나는 케미를 완성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한석규는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세종’이었다면,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세종’으로 접근했다고 밝혀 흥미로웠다.
“젊은 시절에는 내가 위인을 연기할 거라고 상상해본 적이 없다. 하기 싫다, 좋다는 개념보다는 상상력이 동원이 안 됐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를 먹다 보니 사람을 탐구하는 게 관심사가 되더라. 20대 때는 연기라는 건 남을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40대를 넘어가니 나를 벗어난 연기는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결국 연기라는 건 내가 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된 거다.”
이어 “나를 정확하게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만나게 된 게 ‘뿌리깊은 나무’의 ‘이도’였다. 그때 ‘세종’이 다뤘던 일들의 원동력이 뭘까 생각해봤는데 아버지 때문일 거다 싶었다. 왕권을 멋지게 펼칠 수 있게 해준 태종이 있지 않았나. 세월이 흘러 50대가 되니 오히려 어머니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허진호 감독은 최민식, 한석규에게 배역을 정해놓지 않고 ‘천문: 하늘에 묻는다’ 출연을 제의했음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허진호 감독은 온전히 두 사람의 결정에 맡겼다. 이에 한석규는 ‘세종’ 캐릭터를 선택했다.
“‘뿌리깊은 나무’ 때와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보고 싶은 마음이 끓었다. ‘세종’의 어머니의 사연이 기가 막힌다. 집안 남자들이 죽임을 당한 것에 대해 한을 품은 어머니의 영향을 엄청 받은 ‘세종’을 표현해보고 싶어 (최)민식이 형님께 ‘세종’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고 말씀 드렸는데, 이유는 안 물으시고 그러라고 하시더라. 참 좋은 사람이다.”
그러면서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세종’을 두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만 절대 죽이지 말아야지 하는 인물로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을 더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인물로 풀었다. 그래서 ‘세종’이 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도움을 줌으로써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고 그랬다는 해석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뿌리깊은 나무’ 촬영 당시 언급된 건 없었음에도 ‘세종’에게 친구가 있었다면 ‘장영실’이었을 거라고 혼자 생각을 품었었던 한석규는 이를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펼쳐보게 됐다.
“‘뿌리깊은 나무’ 때 ‘세종’은 외로웠겠다 싶으면서 동시에 정말 친한 친구가 있었다면 ‘장영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분을 떠나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그걸 현실화시키며 정말 좋았을 것 같더라. 두 사람은 서로 이해해주며 정신적인 공유가 되는 그런 관계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식이 형과는 척하면 척 통하니 현장에서도 더 ‘세종’, ‘장영실’스럽게 장면들을 만들어나갔고, 그 작업이 너무 재밌었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다. 자주적인 우리의 것을 위해 늘 생각했던 대단한 천재 ‘세종’에게는 친구가 없었을 텐데 ‘장영실’을 만났을 때 그 기쁨이 대단했을 거다. 그런 걸 조심스럽게 풀어낸 거다. 내게 영화가 뭘까 생각해보면 추억이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 역시 관객들에게 그런 괜찮은 추억거리로 남았으면 좋겠다.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