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조은미 기자]아동들이 미디어에 출연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들이 어른들의 소비 방식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일이 우려된다.
지난 23일 TV조선의 '우리 이혼 했어요 시즌2'에는 그룹 유키스 출신 일라이가 2년 만에 아들 민수와 재회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7살이라고 하기에는 성숙한 언행과 마음씨를 보여온 민수였지만, 보고 싶었던 아빠를 만난 아들 민수는 엄마 지연수의 눈치를 살피며 "그냥 우리 집에서 살라고 할까"라고 물었다. 목욕을 하던 중에는 일라이에게 "아빠 결혼했어요? 엄마 쫓아낸 거 아니죠?"라고 물어 충격을 안겼다.
아빠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민수는 "우리 집에 같이 살아요 제발"이라면서 소파 위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비는 모습을 보여 다시 한 번 보는 이들의 탄식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지현과 그의 자녀들은 또 다른 이유로 시청자들에게 복잡한 감정을 전했다. 이지현은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에 ADHD 판정을 받은 아들과 출연해 오은영 박사를 통해 솔루션을 받고 있다. 성인들에게서 보일 법한 폭력적인 성향이 8살 아이에게서 보이자 시청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동생, 동생에 쩔쩔매는 엄마 사이에서 애매한 역할로 남을 수밖에 없는 첫째 딸의 가감 없는 말과 행동도 화제가 됐다. 동생과 다툼을 한 후 엄마 이지현이 동생 편을 들자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면서 "나 죽고 싶다"라고 호소해 보는 이들의 걱정을 샀다.
이지현부터 지연수, 일라이 등 연예인들이 자녀들과 방송에 출연을 결심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족들과의 관계 개선일 터. 그렇다면 출연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청률을 잡기 위한 소재, 혹은 어른들의 호기심과 볼거리 충족을 위해 아동들의 인격과 프라이버시가 무시되는 상황은 문제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필터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행동과 언행 등은 고스란히 어른들의 평가대 위에 오르게 된다. 아픈 과거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문제아로 낙인 찍히는 일은 아동들의 견해와 무관하게 이루어진다.
실제 이지현은 아들과의 방송 출연 이후 쏟아지는 악성댓글 세례에 결국 댓글창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비난의 화살은 대체로 8살 아이를 향했다. 이러한 흐름을 지적하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향한 수위 높은 악성 댓글을 100% 정화하기란 불가능하다.
오은영 박사는 이지현과 자녀들의 모습이 방송으로 나간 이후 어떤 반응이 쏟아질지 예상이나 한 듯 "시청자들이 애가 영악하다고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 이 방식 이외의 방식을 배우지 못했다. 어른의 잣대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방송에 출연한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본인들에게 가해진 평가를 접하게 될 터. 한참 예민할 성장기에 아이들이 받을 상처와 악영향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아동, 청소년을 출연 시키는 방송들은 이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는지 거듭 점검해야만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