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2015년 3월 19일. 배철수가 매일 2시간씩 DJ로 청취자 앞에 선 지 25년이 되는 날이다. 시간으로 따지면 1만 8000시간 정도. 한 명의 DJ가 동일 타이틀을 25년간 끌어온 건 배철수가 국내에서 가장 오래 됐다. 배철수는 지난 25년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오래하게 될 줄 몰랐다”며 “이 프로그램을 만난 건 내 인생 최대 행운”이라고 정리했다.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지난 1990년 3월 19일 첫 방송됐다. 딥 퍼플, 메탈리카, 블랙 아이드 피스, 제이슨 므라즈,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리아나 등 세계적 팝스타가 다녀갔을 정도로 국내 대표 팝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배철수는 12일 오후 서울 MBC 상암 사옥에서 열린 ‘배철수의 음악 캠프’ 2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6개월마다 진행하는 개편만 바라보며 지내왔는데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라며 “이 라디오를 그만 두는 내 모습을 매일 상상한다. 여행 등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다가도 일상으로 돌아와 라디오를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음악의 장르 중 하나인 록앤롤에 비유했다. 25년간 큰 굴곡 없이 프로그램을 이끌어올 수 있었던 장점으로 성실함을 꼽았다.
“제가 봐도 참 성실한 것 같습니다. 하하. 제가 입에 발린 소리도 잘 못합니다. 이런 성격 때문에 청취자와 다투기도 했죠. 맞으면 맞다고 하고 틀리면 틀리다고 합니다. 그런 솔직함을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요. 단점은 남에 대한 배려나 따뜻한 태도가 부족합니다. 고집도 셉니다. 같이 일하는 PD들은 피곤할 거예요(웃음).”
직언을 잘하는 자신처럼 25년간 함께해온 청취자도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매일 같이 하다 보니까 진행자와 청취자가 비슷해져가는 것 같다. 청취자 사연 중 철자가 틀리면 지적을 한다. 반대로 내가 작은 실수라도 하면 게시판에 몰려든다”라며 “예전에는 청취자들이 사회적 이야기를 주로 했다면 요즘에는 개인사가 많다”라며 변화를 되돌아봤다.
25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긴 세월임에도 라디오에서 흔히 일어나는 대형사고 한 번 없었다. 10년 전 음악을 듣는데 집중하다가 25초 정도 오프닝을 늦게 시작한 것 빼고 큰 실수도 없었다. 배철수의 치밀한 성격 덕분이다. 25년 전부터 거의 매일 2시간 전부터 라디오 부스에 도착해 음악을 선별하고 준비한다고. 그동안 비틀즈의 음악을 가장 많이 틀었다고 털어놨다. 초대 손님이 와도 부스 밖으로 잘 마중을 나가지 않는다는 배철수. 그런 그를 일으켜세운 팝스타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우상이었던 블랙 사바스의 토니 아이오미와 딥퍼플의 이안길러였다. 만나본 팝스타 중 가장 매력적인 여가수로 리한나를 꼽으며 “몸매가 정말 예술”이라고 농을 던졌다.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적는 직업란에 ‘라디오 디스크 자키’라고 적을 정도로 배철수에게 DJ는 그의 또 다른 인격이자 삶이다. 그만큼 ‘배철수의 음악 캠프’에 대한 애정도 강했다. 배철수는 “이 프로그램은 내 삶 자체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애인이다. 내 인생에서 이 라디오를 떼어내면 남는 게 무엇일까 생각이 들 정도로 비중이 크다”라며 “위대한 운동선수가 은퇴할 때 그 번호를 영구 보존하는 것처럼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폐지되면 그대로 남겨뒀으면 좋겠다. 다음 DJ는 다른 이름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배철수는 팝음악에 대해 ‘올드한 뮤직’이라는 시선을 거둬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자극을 받았기에 여기까지 왔다. 케이팝도 팝음악을 듣지 않고 자기 복제 및 재생산을 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우리 음악도 소중하지만 바깥 세상의 음악도 들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요즘 아이돌 노래도 찾아서 듣는다. 걸 그룹 EXID ‘위아래’ 직캠이 유행이라 해서 직접 찾아서 봤다”라고 웃으며 말한 뒤 “소녀시대 태연이나 씨스타 효린 같이 노래를 잘하는 아이돌도 좋아한다. 알리 노래는 때로 감동을 준다”라고 덧붙였다. 정찬형 담당 PD는 “배철수를 빼고 ‘음악캠프’만 존재하기 어렵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대체 불가한 프로그램”이라고 자평했다. 김경옥 작가는 “기본이 항상 갖춰져 있어 큰 변화를 모르겠다. 초창기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목소리다. 진행력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라고 평했다. 배철수도 자부심을 드러내며 “이 프로그램이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청취율 1등은 아니지만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MBC와 PD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라고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배철수는 25주년을 기념해 특별 생방송 ‘라이브 이즈 라이프(Live is Life)’을 마련했다.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상암MBC 골든마우스홀에서 4일간 이승환 밴드, 부활, 킹스턴루디스카, 넥스트, 시나위, 크라잉넛, 장기하와 얼굴들, 강산에 밴드 등 국내 밴드 12팀이 축하 공연을 한다. 16일에는 청취자의 사연을 전화로 연결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17일에는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다. 20일에는 청취자로 이끈 공로로 방송인 정형돈에게 ‘배캠 25주년 특별공로상’을 수여한다.
MBC와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25주년을 기념하는 앨범도 출시한다. 팝 전문 대표 라디오답게 국내 3대 팝 메이저 음반사인 워너 뮤직, 소니 뮤직, 유니버설 뮤직과 합작해 아바, 퀸, 엘비스 프레슬리, 사이먼 앤 가펑클 등 팝스타의 명곡들을 총 6장으로 정리해 오는 24일 내놓는다. 김은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