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음악영화를 보고 있으면 '심금을 울린다'는 표현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흐르는 음악은 세상에 던져진 주인공이 겪는 사건을 극적으로 만드는 효과를 넘어 그 자체가 영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유난히 한국에서 음악영화들이 관객들을 사로잡는 비결은 뭘까. 어떤 힘이 한국 관객을 자극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음악영화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여러 요소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지난해 개봉해 거리마다 OST곡 '로스트 스타(Lost Stars)'를 울려 퍼지게 만든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 올해 입소문을 타고 흥행까지 이어진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위플래쉬' 등 음악영화는 언뜻 보면 흥행과 관련 없어 보인다.
하지만 비주류 영화 같은 이 음악영화들에게는 주류로 파고드는 힘이 있다. 종종 흥행에 성공하는 음악영화들은 '열풍'이라는 말까지 붙여갈 정도로 열광을 이끈다. 하지만 한국영화로는 이런 결과를 본 적이 드물다. '서편제' 정도가 예외일까.
물론 외화 속 음악이 주는 특정한 감성이 한국 관객과 안 맞는 경우도 있다. 실례로 미국 팝음악을 아카펠라 무대로 꾸민 '피치퍼펙트' 시리즈는 한국에서 그렇게까지 주목받지는 못했다. 반면 '원스' '비긴 어게인'은 기타를 비롯해 밴드연주와 아름다운 화음이 빛을 본 작품이다. 여기에 연장선인 듯한 새로운 작품이 현재 관객과 만나고 있다. 바로 영화 '러덜리스'다. 제목의 의미는 '키가 없는', '지도자가 없는' 정도로, 방향키가 없어 갈팡질팡하는 배의 모습을 뜻한다.
'러덜리스'는 한국 관객에게 대중적인 영화가 된 '원스' '비긴 어게인'과 많이 닮은 구석이 있다. 음악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음악자체가 밴드음악인 것과 기타가 중요한 매개체라는 점이다. 캐릭터를 보더라도 '러덜리스'의 주인공인 광고기획자 샘(빌리 크루덥 분)은 큰 상처와 인생의 실패를 겪은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는 '비긴 어게인'에서 댄(마크 러팔로 분)이 스타 음반프로듀서였지만 해고된 절망적인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주인공의 아픔은 음악영화가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가장 좋은 밑바탕이 된다. 여기에 밴드가 결성되는 점, 두 사람이 만나 음악적으로 교류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음악영화가 가진 큰 공통점이다. 이후 두 사람에서 확장되면서 밴드가 이뤄지고 녹음도 진행된다. 이는 '원스' '비긴 어게인'은 물론 '러덜리스'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것은 '악기점'이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장소가 되기도 한 점이다. '원스'에서 남자(글렌 핸사드 분)와 소녀(마케타 잉글로바 분)가 악기점에서 기타와 피아노로 호흡을 맞추는 명장면이 등장한다. '러덜리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악기점' 그리고 '악기점' 주인이 꾸준히 등장해 샘과 쿠엔틴(안톤 옐친 분)의 관계는 물론 이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게 만든다. 이는 음악으로 교류할 수 있는 장소가 '악기점'으로 대표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비긴 어게인'과 '러덜리스'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는 '술집'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러덜리스'가 성공한 음악영화의 큰 틀을 따라가는 것은 '치유'와 '성장'이다. 샘은 아픈 기억을 음악을 만나면서 서서히 잊거나 이겨내는 순간을 맞는다. 이는 '비긴 어게인'의 불안정한 가족사 극복, '위플래쉬'의 예술에 대한 강력한 중압감을 넘어서는 또 다른 성장, '어거스트 러쉬'가 말하는 가족의 회복, '원스'의 아름다운 이별 등과 은근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각각의 음악영화가 모여 하나의 화음을 이루는 것은 아닐까.
‘러덜리스’는 결국 여러 음악영화가 가진 진한 드라마적인 요소를 적극 활용하면서 음악 자체의 아름답고 슬프면서 흥분되는 감정을 이끌어낸다. 특히 음악이 상처를 치유하는 메시지는 물론 영화음악 자체가 풍기는 힐링이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아울러 첫 감독 데뷔작을 통해 멋진 감성을 선사한 배우 윌리암 H. 머시의 차기작도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