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향식 프리랜서 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가 장시정 함부르크 총영사와 함께 독일의 유명 판타지 작가인 토마스 핀 씨를 그의 함부르크 자택에서 만나 ‘글쓰기’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였다. ‘창의적 글쓰기공작소’의 존야 뤼터 대표도 참석하였으며 좌담록(독문)은 스반체 퇴니스 씨가 작성하였다. 5월 19일 저녁에 좌담회를 열고, 추가 질문과 답변은 이메일로 주고 받았다. ①‘문장력 향상 비법’과 ②‘창의적으로 글쓰는 방법’, ③‘핀 작가의 작품 창작 방법’ 을 3회로 나누어 연재한다.<편집자 주> 사람은 왜 글을 쓸까, 어떻게 글쓰기 공부를 해야 할까 [함부르크(독일)=신향식 프리랜서 기자] 5월 19일(현지 시각) 늦은 오후, 독일 함부르크에 소나기가 내렸다. 깨끗한 공기로 유명한 함부르크의 대기가 더욱 상큼해졌다.
독일의 판타지 작가인 토마스 핀(Thomas Finn 48) 씨를 만나러 함부르크에 주재하는 장시정 총영사와 함께 그의 자택 입구에 도착했다. 지하철 2호선과 3호선 환승역인 슐룸프역 근처로 함부르크 대학과 아주 가까웠다.
공동주택 2층의 초인종을 눌렀는데 응답이 없었다. 어렵사리 성사한 인터뷰인데 착오가 생긴 것은 아닐까. 확인해 보니, 이름이 비슷해 윗집 것을 잘못 눌렀다. 핀 작가는 그가 강사로 일하는, ‘창의적 글쓰기공작소’의 존야 뤼터 대표와 함께 우리를 맞아주었다.
거실 소파로 우리를 안내한 핀 작가는 초콜릿 상자를 열어보이면서 맛을 보라고 했다. 껍질을 벗겨 입에 넣으니 깊고 그윽한 카카오향이 느껴졌다. 벽의 책장에는 책들과 영상물을 담은 CD가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저는 시인이나 작가들의 활동이 굉장히 부럽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부족하지만 저도 나중에 글을 한번 써볼 생각입니다. 이런 저의 생각이 헛된 생각인지, 실제 글을 쓰는 작가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 오늘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장시정 총영사가 이렇게 첫 질문을 하면서 좌담을 시작하였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새로운 것들을 떠올려야 하는 작가는 참 힘든 직업입니다. 작가들은 대개 출판사로부터 제의를 받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출판사에 먼저 제안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더욱 힘듭니다.”
핀 작가는 “예전에는 글쓰기로 먹고 살게 될 줄 전혀 몰랐다”면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졸업 뒤에 어떤 진로로 가야 할지 많이 고민하다가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판타지 소설을 썼습니다. 2003~2004년에 첫 번째 소설을 출판했는데, 글을 쓰기도 전에 출판사와 계약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이래저래 소설을 16권 출판했습니다.”
장 총영사가 “글을 쓸 때 선호하는 장르가 특별히 있냐”고 묻자 핀 작가는 “요즘 범죄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원래는 판타지 쪽이 주 전공”이라고 말했다. 판타지, 공상과학, 호러물에 집중한다는 뜻이었다.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성장한 토마스 핀 작가는 대학에서 광고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부터 판타지 장르 잡지회사(‘ZauberZeit<마법의 시간>’, ‘Nautilus<앵무조개>)의 편집자와 프리랜서로 일했고 현재 소설, 희곡과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이다. 특히 판타지 소설 분야에서 독일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Das Schwarze Auge(검은 눈)‘, ’Splittermond (달조각)‘이 대표작이다. ARD, Sat1, NDR 등 방송사의 작품도 집필하고 있으며 창의적 글쓰기 공작소(Ideenreich der Kreativhof)의 객원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핀 작가는 이날 인터뷰에서 글을 쓸 때 실수하지 말아야 할 주의사항을 몇 가지 소개했다.
“첫째, 글을 읽는 대상(Zielgruppe)이 어떤 사람들인지 유의해야 합니다. 전문가를 위한 글은 비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라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형용사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너무 많은 형용사가 들어가면 텍스트가 늘어질 수 있습니다. 문법적으로 ‘한 죽은 소녀 시체’와 같은 표현은 말이 안 됩니다. 시체라는 것은 항상 죽어있는 상태니까요. ‘푸른 하늘’이라는 표현도 이야기의 진행에서 '흐림'이라는 이미지가 지배적이지 않을 때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어서 그는 “짧은 문장과 개념은 독자들을 숨가쁘게 하고 긴 문장은 약간의 휴식을 제공한다”면서 “글 내용에 맞게 문장의 길이와 속도를 조절하라”고 강조했다. 또 가급적 외래어를 피하라고 당부했다.
“모든 독자가 이해할 만한 개념을 굳이 외래어로 사용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글은 독자들이 읽는 겁니다. 독자 처지에서 생각하기 바랍니다.” 핀 작가는 특히 “글쓰기는 손으로 하는 작업”이라면서 “손으로 직접 초안을 작성하는 글쓰기(Das Handwerk des Schreibens, Handwork for writing)를 실천하라”고 당부했다.
“글솜씨는 힘든 과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능력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로서 태어나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믿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재능을 얻는다는 건데,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핀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은 일단 자신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면서 “말에 안장을 얹는 방법이든, 외과의사가 수술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든, 글에 담을 내용 자체를 글쓴이가 확실하게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한때 존경하는 작가의 작품을 통째로 외우기도 했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유명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받은 영향을 모두 비워버린 상태에서 자신만의 글쓰기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또 “어린 학생들이 단순하게 책을 읽는 데 그치게 하지 말고 나중에 다시 누군가에게 설명한다는 목적을 갖고 독서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좌담 내용.(장시정 총영사는 독서와 글쓰기에 깊은 이해와 관심을 갖고 일과 후 저녁시간에 기꺼이 취재를 지원해 주었다. 독일어에 능통한 장총영사의 좌담 진행은 이번 취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저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장시정 총영사=“사람들은 왜 글을 쓸까요?” ▲토마스 핀 작가=“제 경험을 통해 답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곤 했습니다. 정말 많은 판타지를 떠올렸고 직접 써보곤 했습니다. 저는 그걸 잘 했고 좋아했습니다. 개개인마다 열정을 갖고 하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 혹시 총영사께서는 취미가 있으세요? ” ▲장 총영사=“저는 우표 수집을 합니다. 우표는 많은 지식과 이야깃거리를 가져다줍니다.” ▲핀 작가=“그것 보세요. 총영사께서는 어떻게 우표 모으기에 열중하시나요? 개인적인 관심은 인생을 통틀어 하나의 영감을 줍니다. 글쓰기가 없다면 오늘의 저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존야 대표=“저도 공감합니다. 책을 집필하는 것은 제게 공기를 마시고 숨을 쉬는 것, 다시 말해 삶의 일부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핀 작가=“아마 조각가나 화가도 똑같을 것입니다. 저는 이야기 하나를 완성하고 나면 바로 다음에 쓸 작품의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가끔은 집필하는 도중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작가들이 작업을 계속 진행하지요.”
▲존야 대표=“저는 글을 쓸 때 가장 즐겁습니다.” ▲핀 작가=“네, 스스로 생각해낸 새로운 이야기를 떠올리고 혼자 웃기도 합니다.” ▲존야 대표=“혼자 고통스러워하기도 하고요.”
“뭔가 전달하고 싶고 재미가 있어 글을 쓴다” ▲신향식 기자=“도대체 무엇이 작가들에게 글을 쓰게 하나요?” ▲핀 작가=“재미요! 재미있으니까요. 하하. 뭔가를 전달하고 싶은 욕구랄까요?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겁니다.”
▲기자=“다소 철학적인 질문일 수도 있는데, 작가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핀 작가=“우리 인간은 모두 감동하고 흥미를 느끼고 질문을 할 수 있는 이야기에 몰두합니다. 그래서 작가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야기는 우리를 이야기해 주고 기쁘게 합니다. 이야기는 우리가 힘든 시간에서 벗어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에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는 다들 이야기꾼이 숨어있지만 알아차리지 못해” ▲기자=“글을 잘 쓰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말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핀 작가=“많이 읽으세요. 보고 느끼는 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감각을 강화시키세요. 영화관이나 극장에 자주 가고 텔레비젼에 나오는 영화를 비판적으로 보세요. 그리고 이것이 여러분에게 어떤 작용을 하는지 스스로 고민해 보세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는 다들 이야기꾼이 숨어있습니다.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이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이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는 사람이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어린 시절 자신의 주변을 놀란 눈으로 관찰했던 사람들은 이것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장 총영사=“어떤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핀 작가=“소설을 예로 들자면, 좋은 글은 호기심과 긴장감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독자들이 쉽게 볼 수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문장이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게 읽혀야 합니다. 보통 책의 첫 문장은 중요한 정보들이 놓여서 독자들이 독서를 시작하게 만들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
“글 분위기에 맞게 문장의 길이를 조절해 속도를 부여하라” ▲기자=“예를 들어 보시겠습니까?” ▲핀 작가=“어느 탐정 소설 중에서 ‘Peter Smith(피터 스미스)가 런던의 기차에서 내렸을 때, 그는 삶이 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는 문장보다는 다음 문장이 더욱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Peter Smith가 기차에서 내렸을 때, 런던에는 비가 왔다’ 이렇게 말입니다.”
▲기자=“글쓰기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을 하였나요?” ▲핀 작가=“문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습니다. 매일매일 전날 쓴 글을 고쳐 가면서 좀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초안을 계속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좋은 글로 다듬어나간 것입니다. 글쓰기는 (문장들의) 선을 긋는 것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때때로 너무 긴 문장을 수정하거나 필요치 않은 형용사를 삭제할 수도 있습니다.”
▲장 총영사=“문장의 길이는 아무래도 짧은 게 좋겠지요?” ▲핀 작가=“맞습니다. 그런데 글 종류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소설의 특정 장면에는 그에 필요한 속도를 부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짧은 진술들이 모여서 ‘피터는 비틀거렸다. 그의 얼굴이 아파왔다. 그는 패닉에 빠져서 권총을 쥐었다. 조준했다. 발사했다’와 같이 바쁜 사건이나 액션 상황을 잇달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긴박한 분위기가 나지 않습니까? 반면에 문장의 길이를 약간 길게 하면 평온한 분위기가 풍깁니다. 설명하려는 상황에 맞게 문장의 길이를 조절하면 됩니다.”
“글쓰기는 스스로 많이 써보면서 배울 수밖에 없어” ▲기자=“창의적 글쓰기 공작소에서는 수강생들을 어떻게 지도하나요?” ▲핀 작가=“저는 우선 학생들이 글을 쓰면서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물론 전문적으로 쓰라고 주문하지는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작문을 해 보았을 테니까요.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의 주제로 ‘어떻게 첫 문장을 잘 쓸 것인가’와 같은 일관된 주제를 가져다주는 것도 표현력과 자신의 이야기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기자=“초보자들에게는 어떻게 합니까?” ▲핀 작가=“초보자들을 위해 글을 쓸 때 동기부여된 상태를 유지하게 도와 줍니다. 교육 자료들을 기억하게 하고, 무엇보다도 포기하지 않게 지도합니다.”
▲기자=“그러면 초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핀 작가=“우선 많이 써봐야 잘 쓸 수 있습니다. 물론 재능도 있으면 좋겠지만요. 글을 잘 쓸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많은 초보자들은 긴 글을 쓸 때 인내심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만의 확고한 아이디어와 텍스트를 얻으려는 확신도 가져야 합니다. 언어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도 배워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는 연습을 해 가면서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스스로 많이 써보면서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실수를 해도 됩니다. 그래야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글을 필사하는 방법은 좋지 않아…자신만의 방식을 찾는 게 중요” ▲장 총영사=“좋은 작품을 필사(筆寫)하는 연습은 글쓰기 스타일을 향상시키기 위해 과거에 많이 활용하던 방법이었어요. 요즘에는 아마 더 이상 이렇게 하진 않겠지만요.” ▲핀 작가=“필사하는 연습이요? 독일에서는 예전에 사람들이 시를 통째로 외우기도 했어요.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즉시 찾아볼 수 있어서 전혀 외우지 않지만요. 베껴 쓰기라는 것은 존경하는 작가의 글을 모방한다는 말인데 개인적으로는 좋지 않다고 봅니다. 제가 슈테판 킹이란 작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슈테판 킹처럼 쓰는 것은 옳지 않거든요. 베껴 쓰면서 뭔가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본래의 목적은 자신만의 글쓰기 도구를 찾는 거잖아요.”
▲장 총영사=“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나만의 문장과 문체와 구성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핀 작가=“맞습니다. 저는 일단 글쓰기에 관한 모든 정보를 기꺼이 머릿속에 받아들입니다. 여기에는 유명 작가의 글쓰기 스타일도 포함되겠지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는 지금까지 영향을 받은 모두 것을 비워버리고 시작합니다. 저만의 방법을 스스로 개발하여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다음호에 이어서 연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