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유진 인턴기자]"원해서라기보다 우연히 됐어요"
2014년 데뷔한 패션계의 무서운 신인 모델 김상우의 첫 마디다. 다소 건방지게 들릴 수 있는 첫 마디건만, 그의 이력을 듣고 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근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은 사상 처음으로 동양인 모델 김상우를 런웨이에 세웠다. 그동안 영국 특유의 감성과 무드를 고집해왔던 만큼 동양인 모델을 쇼에 내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후 '모델스 닷컴(Models.com)' 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각종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괴물 신인' 김상우를 헤럴드 POP이 만났다.
영국 태생의 김상우는 예술 쪽으로 명성이 자자한 학교 '골드스미스(GoldSmith)'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했다.
그는 이전에 다니던 학교 '세인트 마틴(Saint Martins)'에서 여러 학생들의 부탁으로 시작한 모델 일을 계기로 업계에 발을 들였다.
"친구들이 한번 해보라고 했어요. 밑져야 본전이라고 도전이라도 해보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죠. 영국에서는 모델이라는 직업을 전업보다는 부업 정도로 인식해요. 그래서 큰 부담 없이 '셀렉트(Select)'에 찾아갔어요. 그냥 유명한 곳이라고만 들었는데 영국 최고의 모델 에이전시더라고요."
'셀렉트'와의 만남을 계기로 김상우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이후 그에게 벌어질 일들을 그는 상상이나 했을까.
"'셀렉트'를 찾아간 다음날 바로 일이 들어왔어요. 기회가 좋았고 점차 일이 바빠지면서 학교는 쉬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모델 경력은 쌓였고 아티스트와는 점점 멀어졌어요. 그런데 모델 일을 하면서 쌓인 인맥이 미술 활동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저의 작품에 대해 얘기하면 관심을 많이 보였어요. 최근에는 '하비니콜스(Harvey Nichols)'라는 영국 백화점과 작업을 진행하게 됐어요. 모델로서가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요. 꽤 큰 프로젝트인데 만약 제가 대학생이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학생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까요. 모델 일 덕분에 시작할 수 있었던거죠. 다른 아티스트들 입장에서는 얄미울 수도 있어요. 외모로 얻어진 결과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하지만 제 작품이 별로였다면 기회는 오지 않았겠죠."
그는 모델 일 만큼이나 아티스트로서의 경험을 소중히 생각했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아티스트로서 인정받는 것은 타고난 외모만으로 얻게 된 모델 일에 비할 바가 안된다고.
"모델 일을 하면서 번 돈 보다 작품으로 번 돈에 대한 성취감이 더 커요. 모델 일을 하면서 아티스트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 이쪽(모델)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돼요. 최근 정말 자랑스러웠던 일이 있어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매 회사 중 하나인 '소더비(Sothebys)'에서 9월에 자선 경매를 열어요. 경매금액의 50%는 기부금으로, 50%는 아티스트한테 주는 방식이에요. 그곳에 참여할 6명의 영 아티스트를 뽑았는데 그중에 한 명으로 제가 뽑혔어요. 22살인 제게 벌써 그 기회가 온 거죠. 아티스트로서는 엄청난 행운이에요. 이것도 결국 모델 일 덕분에 생긴 기회죠. 저는 전업 모델도 아니고 가끔 해외 활동만 하는 정도인데 그 자유로움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어요."
이어 그는 순수미술에 대한 애정과 아티스트로서 가진 열망을 드러냈다.
"순수미술은 대화예요. 학교에서도 그림 그리는 방법보다 사고방식에 대해 알려줘요. 저의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게 가장 중요한거예요. 사람들의 대화가 작품을 완성시키는 거죠. 굉장히 철학적인 부분이에요. 미술과의 대화라니. 휴학을 한 상태로 혼자서 작업하는 중인데 제겐 큰 과정이에요. 그래서 아티스트로 봐주는 시선이 반가워요. 한국에서도 예술 쪽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어요. 그런 쪽으로 욕심이 더 많고요. 한국과 외국에서 아티스트로서 더 큰 성장을 이루고 싶어요. 모델로서의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모델도 맞고 아티스트도 맞으니까요."
모델로서도, 아티스트로서도 해외에서 더 좋은 기회를 얻고 있는 그가 '에스팀(Esteem)'과 만나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쨌든 저는 한국인이니까요. 한국 최고의 에이전시 '에스팀'도 궁금했고, '에스팀'을 통해 한국의 문화와 직장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한국에서의 모델 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고요. 여기서 하는 모든 것이 제게는 새로운 경험이에요. 덕분에 친구들도 많이 생겼고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됐어요. 다만 영국에서 온 제게 한국 문화는 살짝 낯설게 느껴지기도 해요. 비즈니스 관계에서 내가 눈치를 봐야 하는 것과 말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것은 영국에는 없는 문화거든요. '에스팀'에서는 일 끝나고 나면 밥도 사주고 같이 술도 마시고 그래요. 영국에선 그런 것 없어요. 그냥 딱 일만 하는 관계. 한국의 문화가 좋은 점도 있고 부담스럽기도 해요. 그래도 다들 저를 한국 사람으로 받아들여주고 잘해줘서 너무나 좋은 경험들을 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참 감사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