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유진 인턴기자]최근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 파리(Loreal Paris)'는 설립 이래 최초로 글로벌 캠페인에 아시안 모델을 발탁했다. 바로 IMG 파리와 에스팀(Esteem) 소속의 한국계 미국인 모델 수주(본명 박수주)다.
수주는 동양적이면서도 뚜렷한 이목구비와 탈색 머리로 묘한 매력을 풍기며 단숨에 패션계를 사로잡았다. 특히 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 등 세계 4대 패션쇼에서 가장 핫한 모델로 사랑받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에서 당당히 오프닝과 피날레를 장식하는 등 칼 라거펠드가 특별히 아끼는 모델이기도 하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를 비롯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각종 매거진 커버를 장식 중인 모델 수주를 헤럴드 POP이 만났다. 그는 이날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은 이야기와 해외 활동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어요.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내던 중 우연한 계기로 모델 일을 시작했고 조금씩 경력을 늘려갔죠. 고민 끝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모델 일을 시작했어요. (이 일에) 확신하기는 힘들었어요. 당시에 일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나이도 많은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무작정 짐을 싸서 뉴욕으로 갔어요."
뉴욕에 간 수주는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이자 전 파리 보그 편집장을 역임, 패션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카린 로이펠드 눈에 띄었다.
"(카린 로이펠드가) 저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어요. 'You are my girl'(넌 내 아이야)라고 하면서 저를 밀어주겠다고 여러 디자이너를 소개해줬어요. 그중 톰 포드와 샤넬에서 굉장히 좋은 반응이 왔고요."
2011년 한국 최고의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과 계약한 뒤 본격적인 하이패션 무대에 발을 들인 수주는 현재까지 수많은 디자이너들과의 작업으로 실력을 인정받으며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그런 수주에게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무대는 뭘까.
"2013년 1월에 열린 샤넬 오트 쿠튀르 쇼예요. 저의 첫 샤넬 쇼였어요. 그 무대가 더 특별한 이유는 익스클루시브(Exclusive) 모델 쇼였기 때문이에요. 익스클루시브는 한 브랜드가 마음에 드는 모델을 한 시즌 동안 독점하는 제도인데, 샤넬은 익스클루시브 모델을 잘 뽑지도 않을뿐더러 오트 쿠튀르 쇼였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었죠. 당시 LA에서 다른 촬영 중이었는데 파리 샤넬 하우스의 러브콜을 받고 바로 비행기를 탔어요. 컨펌(확정)보장도 없었고 그냥 '한번 보고싶다' 정도였는데 무작정 간거죠."
이후 세계적인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으며 디자이너들의 뮤즈로 자리매김한 수주에게도 힘든 일은 많았다.
"촬영하면서 발목 부상을 당한 적이 있어요. 다음 시즌 패션위크를 2주 남긴 시점이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어요. 꼭 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무리하게 쇼에 섰는데 치료가 8개월이 걸렸어요. 또 한 번은 어떤 브랜드에서 캠페인 모델로 절 쓰겠다고 해서 확정까지 됐는데 이후 '한국인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소했어요. 이 외에도 이쪽 일을 하다 보면 쇼 당일 메인 모델이 바뀌고 갑자기 촬영이 취소돼 상처받는 일이 많아요. 그래서 일이 들어와도 주변에 잘 안 알려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또 그는 여러 아시안 모델의 활발한 활동에도 아직 존재하는 패션계의 인종차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쉬쉬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일비재한 편이죠. 매 시즌 정말 핫한 아시안 모델 한 두 명만 쇼에 서는 것도 그렇고 화보 촬영때도 오리엔탈 콘셉트를 작정하지 않은 이상 (아시안 모델은) 잘 쓰지 않아요. 제가 탈색 머리를 한 이유에도 한몫 했어요. 금발이 더 눈에 띄는 것도 있고 금발로 바꾼 뒤 더 잘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 주변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이어 그는 공장처럼 모델들을 양산하고 각종 모델 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국내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아시안 모델의 해외 진출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한국에도 실력 있는 분들이 많고 좋지만 모델이라는 직업 특성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이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에요. 모델 학원이 있다면 영어를 제일 먼저 가르쳐야 해요. 영어가 제일 큰 벽이에요. 의사소통이 안되면 아무리 훌륭한 모델이라도 제한이 커요. 저는 활발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언어가 되니까 어떤 상황에서 어려움이 있어도 잘 헤쳐나가는 것 같아요."
그는 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을 밝히며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을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패션 쪽은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인내심도 중요해요. 정해진 과정이 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 눈에 띄는 결과가 없더라도 자기 주관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해요. 제가 지금까지 배운 건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거예요. 힘든 일이 있어도 후회하기보다는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요.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면서 자책하기 시작하면 더 힘들어져요. 그런 일을 훌훌 털어버리는 방법을 알아야 해요."
마지막으로 수주는 자신이 생각하는 '모델'의 의미를 떠올렸다.
"이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얼굴, 이미지, 무드를 가진 특별한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