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올해 ‘천만배우’가 되는 순간을 두 번 맞은 황정민. 이런 화려한 수식어에 앞서 그는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에서 서민을 대변해주는 서도철 형사 역할을 맡은 만큼 ‘서민배우’가 더 어울린다. 황정민은 데뷔 이래 거친 형사, 조폭, 식당 사장, 시골총각, 아버지 등 고위층 역할과는 인연이 없었다. ‘댄싱퀸’에서는 서울시장 후보 역할로 나서기도 했지만 그의 기본적인 이미지는 ‘서민’이다.
이번 ‘베테랑’에서도 그는 서민의 입장에 섰다. 황정민은 문제적 고위층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인물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사실 연기라기보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배 기사(정웅인 분)와 차를 타고 가면서 안부를 묻고, 그의 아들에게 만 원짜리를 건네는 정감어린 서도철이 워낙 서민들의 삶과 닮았다. 그게 자연스럽게 연기에 흘러나왔다.
‘베테랑’은 간단한 영화 설명에서 나왔듯이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이다. 장르적 특성상 때리고 맞고 거친 욕도 나오면서 카체이싱까지 질주하는 영화지만 ‘서민’이라는 단어가 강력하게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는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라는 인물이 있기에 더욱 부각된다. 하지만 황정민이 극을 이끌어가면서 끝없이 ‘죄는 짓지 말고 살라’는 충고를 조태오에게 날리고,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신념을 지켜나가는 순간들을 통해 서민적 삶을 유지하면서 관객 몰입이 흩어지지 않게 만든다. 물론 현실적 어려움을 함께 겪는 아내에게 듣는 한마디가 그의 속을 긁겠지만, 그는 더욱 이 조태오라는 악당을 잡기 위해 몸부림치게 된다.
이런 우리 사회의 소수일 ‘신념을 지키는 서민’을 대변하는 배우가 황정민이라는 점에서 관객의 몰입도 역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영화 속처럼 인정 많은 아저씨의 모습은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올렸을 뿐”이라는 유명한 수상소감으로 주목을 받은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이는 이번 ‘베테랑’ 제작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제작자이자 류승완 감독의 아내인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라스트 명동 카체이스 장면 헌팅을 위해 중구 경찰서장을 류승완 감독이 만나러 갔는데 이때 황정민 씨가 같이 같다”며 “그때 황정민 씨가 ‘내가 가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사실 우리는 되게 좋았다. 배우에게 부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그런 귀찮은 것을 배우가 왜 하겠나. 우리는 만세를 불렀다”라고 당시의 일을 전했다.
황정민은 지난 7월 27일 방송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했다. 과거 연극배우 시절 연봉 300만원으로 지냈던 생활부터 다시 태어나면 배우를 할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고백했다. 물론 연기활동을 하는 순간에는 끝없는 고민을 했고 치열했으며 지금에 와서야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를 통해 그는 ‘인간 황정민’으로서의 삶을 드러내며 친근감을 더욱 높였다.
정말 황정민은 이번 ‘베테랑’에서 액션배우가 잘 맞는다 싶다가도 코믹한 연기는 또 왜 이렇게 능구렁이 같이 표현할까 싶다. 물론 영화 속에서 울분을 토할 때는 드라마 장르에서 보여준 그만의 진솔함이 느껴진다. 그가 쌓아온 연기가 자연히 한편의 상업영화에 어떻게 녹아 들어가는지 보여준 ‘베테랑’이다.
강혜정 대표는 황정민이 ‘베테랑’과 얼마나 떼놓을 수 없는 지도 설명했다. 그는 “황정민 씨가 ‘베테랑’을 좋아했고, 자기가 서도철인 게 정말 좋다고 했다. 대본을 ‘황정민’이라고 생각하고 써서 ‘황사마’(제작진끼리 황정민을 부르는 애칭)의 말투가 있다. 그렇게 정민 씨의 말투, 행동을 연상시키고 대본을 쓰니까 다른 배우가 하는 것은 불가능하겠더라”라고 말하면서 황정민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대체 불가능의 배우가 된 황정민. ‘국제시장’에서 20대부터 70대까지 열연해 천만관객에 웃음과 눈물을 준 그가 ‘베테랑’을 통해 시원한 액션과 통쾌한 메시지를 연기로 채웠다. 이미 관객들, 특히 서민들에게 다가와 대변해주고 대신 분노해주는 서도철과 황정민은 한 사람으로 다가온다. ‘국민배우’라는 칭호를 넘어 더욱 디테일한 ‘서민배우’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