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나희 기자]믿고 보는 배우 조승우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깜짝 등장했던 영화 '암살'을 제외하면 '복숭아나무'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주연작인 셈. 언제나 대중이 예상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는 그의 컴백에 영화팬들의 기대감이 한 층 고조되고 있다.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그린 범죄 드라마다. 지난 2012년 '한겨레 오피니언 훅'에 연재됐으나 돌연 제작이 중단돼 현재까지 미완결로 남아 있는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안으로 한 작품. 조승우를 비롯해 연기라면 남부럽지 않은 이병헌, 백윤식의 합류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특히 조승우는 우민호 감독의 삼고초려 끝에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평소 바쁜 뮤지컬 무대 일정으로 스크린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조승우. 그럼에도 꾸준히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켜 나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를 헤럴드POP이 만나봤다.
Q. 작품을 세 번이나 거절했다고 하던데 그 이유는? "그 당시에는 생각을 못 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검사 역할이 부담스러웠다기 보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사회 고발적인 주제가 너무 어둡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아요. 제가 이런 세상을 보고 싶지 않아서요. 감독님은 조연이라서 안 하는 걸로 오해하시고 대본에서 분량을 수정해오시더라고요. 그런 게 아니었어요. 그래도 출연하게 된 이유는 주변에서 정말 많이 추천해주셨어요. 저는 원래 제가 주체적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편인데 주변에서 하도 추천해 주시니까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모험을 한 번 해보자 싶었죠. 또 이병헌 형이랑 꼭 한 번 작업해 보고 싶었어요. 결과적으론 잘 선택한 것 같아요."
Q. 거절했다 출연하게 된 작품이 또 있는지? "사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도 저한테 3번 왔는데 3번 거절한 작품이에요. CD를 들어봤는데 제가 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때 제가 24~25살이었는데 그 감정을 표현하기에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당시 대표님이 '꼭 해야 한다'고 하셔서 미친 척하고 결정했어요. 그 이후에 역시나 비난에 화살이 쏟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영화 '마라톤'도 너무 힘들 것 같고 실화라서 롤모델이 있으니 그 친구만 따라 할 것 같아서 거절했어요. 그때도 주변에서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해주셔서 하게 됐죠. 타인의 영향을 받은 건 '내부자들'까지 합해서 이 세 작품이에요. 세 작품 중에서도 '내부자들'의 주변 추천이 가장 강렬했어요. 안 하면 절 때리겠더라고요.(웃음)"
Q.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 "대본이 재밌게 잘 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제 기준에 있어 감동이 있고 재미가 있느냐도 중요하고요. 이 작품이 10년~20년 세월이 흘러서 봤을 때 촌스럽지 않은지도 중요해요. 트렌드에 치중한 작품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거죠. 영화나 작품으로서의 낭만이 있느냐도 중요하고요. 역할이 크고 작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지금은 원탑으로 주연을 하는 역할은 별로 없어요. 뭉쳐야 사는 때죠. 그래서 '암살'도 시나리오가 재밌고 제 역할이 가장 매력 있게 다가와 바로 출연을 결정했어요."
Q. '내부자들'을 보고 느낀 점은?
"사실 전 전 제가 찍은 영화는 민망해서 잘 못 봐요. 항상 아쉬움이 남아요. 뒤늦게 찾아오는 깨달음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제 영화는 늘 고개를 숙이고 보죠. 내가 나오는 부분은 특히요. 그래도 에너지는 느껴져요. 실은 '타짜'도 두 번밖에 못 봤어요. 텔레비전에서 나오면 돌려버려요.(웃음)"
Q. 욕하는 장면은 본인이 한 애드리브인지? "욕은 주로 제가 만들었어요. 경상도 분께 여쭤봐서 욕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었죠. 너무 무겁게 가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가뜩이나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는데… 위트와 유머 속에도 감동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 속에 여러 가지 무게감도 존재하고요. 그래서 이번에 이병헌 형도 안상구 역할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킨 것 같아요. 감정선도 더 극대화됐고요. 안상구와 우장훈의 관계에 대한 여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티격태격하며 일반적이지 않은 밀당을 하고 싶었죠."
Q. 이병헌과의 호흡을 어땠는지?
"연기는 상대방과의 호흡이 정말 중요해요. 서로 그렇게 에너지 공유가 있었기 때문에 좋은 장면이 탄생하는 것 같아요. 이병헌 형과 둘이 호숫가 앞에서 싸우는 신이 있어요. 보통은 대사를 주고받는데 저희는 서로 이야기하려고 계속 말을 끊고 그랬어요. 그게 어떻게 보면 NG인데 자연스러워서 그런지 감독님께서 진짜로 쓰셨더라고요."
Q.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이병헌의 연기는 어땠는지? "형은 굉장히 디테일해요. 자기 스스로 금방 그 역할에 집중해서 연기하다 바로 빠져나와서 모니터를 냉정하게 하고 있어요. 문제점이 보이면 감독님과 뭐가 효과적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요. 저는 반대에요. 감독님한테 다 맡기는 편이에요. 디렉션 받고 오케이 해주시면 끝이고 '아쉬운데 한 번 더 마음대로 해봅시다' 이러시면 진짜 마음대로 연기해요. 그중에 감독님이 좋은 것들을 골라 쓰시는 거죠. 감독님의 조율에 맡기는 편이에요."
Q. 현재 영화 홍보와 함께 뮤지컬 무대도 병행하고 있는데 힘들진 않는지? "지금도 계속 공연 중이에요. 최근 한 달 동안 '맨오브라만차' 10주년 공연을 하면서 '베르테르' 연습을 시작했어요. 이렇게 일정이 겹친 적은 처음이에요. 거기에 영화 홍보 일정도 생기고. 사실 적응이 안 돼요. 과부하죠. 그런데 또 언제 이렇게 해보겠나 싶기도 해서 기분 좋게 하고 있어요. 피곤하지 않아요."
Q. 무대만의 매력이 있다면?
"원래 아기 때부터 제 꿈은 뮤지컬 배우였어요. 그래서 무대가 제 고향이고 제일 편해요. 모든 무대 출신 영화 선배들도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있을 거예요. 그리움이 있는데 영화 쪽에서 놔주질 않는 거죠.(웃음) 모든 연기의 시작이 거기였으니까. 전 영화를 15년 했지만 아직도 카메라가 낯설고 힘들어요. 자유롭게 한다고 하지만 무대만큼 자유롭게 하진 못 해요. '무대에선 에너지가 더 넘쳐 보이는데 영화 쪽에선 좀 아니지 않나'라고 많은 분들이 말해주시죠. 무대가 더 편하고 그래서 잠도 더 잘 자요. 시간도 하루에 3시간 딱 정해져 있고 지칠 일이 별로 없어요. 많은 형들이 그리워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게 무대죠. 그게 뭔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인간 조승우의 허기를 느낄 때는 언제인지? "가장 힘든 순간은 뮤지컬에서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저 혼자 분장을 지울 때에요. 클렌징을 하는 순간 굉장히 고독하고 섭섭한 감정을 느껴요. 사람이 느끼는 가장 큰 고독감이요. 모든 작품을 할 때마다 그 순간이 가장 울컥해요."
Q. 결혼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나? "저도 예쁘고 낭만적이고 불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결혼은 '마흔을 넘어서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요즘 세상은 안 좋은 일이 워낙 많아서 좀 더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Q. 최근 가장 행복했던 일은? "제 조카가 예쁘게 크고 있는 거요. 그리고 조카가 삼촌이라고 해줬을 때도 행복했어요. 또 제가 키우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그 새끼가 다 커서 성묘가 돼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참. 올해 강정호 선수가 미국에서 활약할 때 행복했어요. 그리고 강정호 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때 가장 슬펐죠. 실제로 문자를 보냈어요. 제가 롯데 황재균 선수와 친분이 있는데 강정호 선수의 번호를 물어봐서 '빠른 쾌유를 빌고 내년에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문자를 보냈죠. 그랬더니 답장이 왔어요. '저 '타짜' 백번 봤어요. 대사도 다 외워요'하고. 지금도 가끔씩 문자 보내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