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나희 기자] 말고 많고 탈도 많았던 제52회 대종상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후보자 다수 불참으로 예상은 됐지만 대리 수상 잔치로 점철된 160여 분의 시상식은 대종상 반백년의 역사를 허무하게 만들었다.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홀에서는 제52회 대종상영화제가 진행됐다. 배우 신현준과 한고은이 진행을 맡은 영화제는 KBS2를 통해 오후 7시 20부터 생중계됐다.
이날 가장 먼저 수상의 기쁨을 안은 이는 신인남우상을 차지한 배우 이민호였다. 이민호는 과거 6년 전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신인상을 받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영화를 찍으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한국 영화에 도움이 되고 열심히 활동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박빙의 승부를 벌였던 신인여우상에는 '봄'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신예 이유영이 차지했다. 이유영은 "봄을 만난 건 제 인생의 행운인 것 같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책임감을 가지고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예쁘게 봐달라. 감사하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신인감독상으로 '뷰티 인사이드'의 백감독이 호명되는 순간 이날의 코미디(?)가 시작됐다. 백감독이 시상식에 불참하자 그와 일면식도 없음은 물론 함께 후보에 올랐던 이병헌 감독이 대리 수상을 진행한 것. 이병헌 감독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일면식도 없는데 나에게 이런 짓을 시켰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백감독에게 "영화 정말 잘 봤다. 수상 축하한다"고 인사를 마쳤다.
대리 수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상의원'의 최경선 감독과 조상경 감독이 각각 미술상과 의상상으로 호명됐지만 시상식 불참으로 MC인 신현준이 대리 수상을 했다. 그는 "이럴 줄 알았다면 내가 '상의원'에 출연할 걸 그랬다"라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누리꾼의 온라인 투표로 수상자가 이미 정해졌던 남녀 인기상 김수현과 공효진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MC 한고은은 "두 사람 모두 해외 일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고 설명한 후 이들을 대신해 트로피를 받았다.
가장 황당했던 순간은 나눔화합상의 실종이었다. 이 상은 올해 신설된 상으로 원로 배우 김혜자가 당초 수상자로 내정됐다가 전날 주최 측이 번복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당연히 나눔화합상 수상에 이목이 집중됐던 상황. MC 한고은은 발표를 하기 위해 수상자 명단을 확인했지만 잠시 침묵의 순간이 흘렀다. "시상을 맡아 줄 관계자가 참석하지 못해서 다음으로 넘어가겠다"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어느 영화 시상식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사건인 것이다.
이후에도 한국영화발전공로상의 윤일봉과, 남우조연상 오달수, 여우조연상 김해숙, 남우주연상 황정민, 여우주연상 전지현과 다수의 스태프들이 시상식에 불참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종상영화제는 이준익 감독의 이름을 이익준이라고 오기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시상자가 오승욱 감독을 윤제균 감독으로 잘못 호명하는 등 잦은 실수로 정점을 찍었다.
물론 이같은 어수선한 상황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이는 앞서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했다"는 무리한 방침을 내세우고 시상식 2주 전에서야 섭외에 들어가는 등 주최 측의 허술한 진행이 야기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매끄럽지 못했던 진행과 수상 번복 논란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나눔화합상의 실종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국내 3대 영화상이라고 불리는 대종상영화제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MC를 맡은 신현준이 방송 말미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이니 만큼 영화인들이 소중히 여겨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한 멘트가 뼈아픈 이유기도 했다.
수상을 한 기쁨과 감격의 소감 대신 "이 상을 잘 전달하겠습니다"는 말이 난무했던 제52회 대종상영화제. 대리 수상 불가, 김혜자 나눔화합상 수상 번복 등의 논란으로 점철돼 이른바 '대충상'이라는 오명을 쓴 대종상영화제가 내년에는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과 영화인의 축제로 다시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한편 이날 '국제시장'이 제52회 대종상영화제의 10관왕을 휩쓸어 눈길을 끌었다. '국제시장'은 이날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녹음상, 첨단기술상, 편집상, 촬영상, 기획상, 시나리오상 등 총 10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이날 세 번이나 무대에 오른 윤제균 감독은 "부득이 하게 참석하지 못한 배우와 스태프들을 우리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는 제가 조금 더 화합의 중간다리 역할을 선배와 후배 사이에서 잘 하겠다. 영화계 전체가 화합의 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하, 제52회 대종상영화제 수상자(작). ▲최우수작품상 = 국제시장 ▲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 = 황정민(국제시장), 전지현(암살) ▲남우조연상·여우조연상 = 오달수(국제시장), 김해숙(사도) ▲신인남우상·신인여우상 = 이민호(강남 1970), 이유영(봄) ▲한국영화발전공로상 = 배우 윤일봉, 정창화 감독 ▲해외부문상 = 쑨홍레이, 고원원 ▲인기상 = 김수현, 공효진 ▲감독상 = 윤제균(국제시장) ▲신인감독상 = 백감독(뷰티 인사이드) ▲시나리오상 = 박수진(국제시장) ▲기획상 = 국제시장 ▲촬영상 = 최영환(국제시장) ▲편집상 = 이진(국제시장) ▲조명상 = 김민재(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음악상 = 김준성(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녹음상 = 이승철, 한명환(국제시장) ▲의상상 = 조상경(상의원) ▲미술상 = 채경선(상의원) ▲첨단기술특별상 = 한태정 외 4명(국제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