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지난달 21일 뇌섹남녀 특집으로 꾸며진 MBC 토크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다. 바로 책 ‘공부 기술’ ‘그물망 공부법’ ‘비지니스 인문학’ ‘이야기 인문학’ 등으로 75만 권 이상의 판매량을 자랑하는 인기 작가 조승연이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언어 천재’이기도 하다. 주로 교양 프로그램 단골손님으로 나가던 그가 생전 처음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렬한 ‘한 방’을 터뜨렸다. ‘기-승-전-잘난척’이라는 MC들의 놀림에도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려줬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모습의 지식인이자 방송인이었다. ‘라디오 스타’ 활약으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도 연이어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조승연은 명함이 여러 개다. 작가, 방송인, 강사, 선생 등 자신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직업군이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다. 지난 5일 헤럴드POP과 만난 날에도 조승연은 바빴다. 매일 이어지는 강연과 올 연말 출간될 책 집필까지 하루가 짧았다. 이날 아침에는 지난 5월부터 언어의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 학생,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오리진보카 언어 멘토링 모임을 만들어 무료로 강의를 해주고 오는 길이었다. “재능 기부에도 관심이 많다”는 그는 혼자 잘난 척 하는 지식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삶을 지향하고 있었다. 조승연은 무엇보다 ‘라디오 스타’의 힘이 대단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12년부터 KBS1 ‘즐거운 책읽기’ 출연을 시작으로 ‘언니들의 선택’ ‘세계테마기행’ ‘비밀독서단’ 등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온 그다. 수년간 각종 교양 프로그램에 수시로 나갔으나 알아보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는데 ‘라디오 스타’ 출연 직후 길거리에서도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조승연도 왜 ‘라디오 스타’에서 자신을 섭외했는지 의아했다고 털어놨다. 섭외 전화를 받았을 당시 미국 뉴욕 친형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재미교포인 형수가 한국 방송 프로그램을 굉장히 좋아해요. 전 주로 책을 쓰는 게 본업이라 방송을 일일이 챙겨볼 수 없었거든요.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한국행 비행기를 탔어요.”
이탈리아 여성과의 불타는 사랑 이야기부터 5개 국어로 ‘라디오 스타’ 소개하기까지 입담이 제대로 터졌다. 첫 예능 출연에 성과가 꽤 좋았다. 이에 대해 조승연은 “‘라디오 스타’ 스튜디오가 굉장히 아늑해 긴장감을 덜어주더라. 특히 진행자들도 동네 형처럼 친근해서 떨지 않게 이끌어줬다. 왜 ‘라디오 스타’가 인기가 많은지 알겠더라. 방송을 본 친구들은 ‘너 왜 술자리에서 떠들던 모습으로 방송에서 했냐’며 망가진 내 모습을 보고 놀리더라. 이런 방송은 처음이었는데 아귀가 맞아떨어진 것처럼 이야기가 잘 나왔다. 다행히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승연의 잘난 모습은 밉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도 잘난 사람이다. 미국 뉴욕대학교 경영학을 전공하던 중 줄리어드 음대 이브닝 스쿨에도 합격해 다녔다. 뉴욕대학교 졸업 후 파리로 건너가 1년간 소르본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고 에콜 뒤 루브르에서 중세 그림을 배웠다. 5개 국어를 능숙하게 하지만 주로 한국에 머물고 있기에 요일마다 각국의 신문을 정독하면서 언어의 감을 유지하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책과 관련된 일을 직업으로 하면서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그는 다방면에 박학다식하다. 무엇보다 호기심이 왕성하고 도전 의식이 강한 사람이었다. 자신감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에 여러 가지 주장이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기자가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면 좋으냐”고 묻자 막간을 활용한 알짜 팁도 들려줬다. 이렇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유명 강사이자 방송인의 자리까지 가게 되면서 여러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들어왔다. 어느 날 갑자기 여행을 떠나는 즉흥적 삶의 재미를 포기할 수 없어서 여러 제안을 정중히 고사했다. 하지만 이런 삶과 방식을 두고 혹자는 “너무 잘난 척 하는 거 아니냐” “금수저니까 유학도 가능하지” 비난을 하기도 한다.
“당연히 저에 대해 오해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 중 단 한 명이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삶의 메시지를 듣고 인생이 바뀌었다면 광대놀음이라도 해야죠. 제 인생은 그거 하라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쓰는 책들도 누군가의 삶을 열어주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0만 원 들고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서 옥탑방에서 사는 것부터 시작했듯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도전했기 때문에 오늘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를 삶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 조승연 작가가 지향하는 삶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다. 이번에 ‘라디오 스타’를 나가면서 예능의 힘을 경험했기에 이 통로를 통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요즘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이 웃음이 없더라. 행복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나는 밝고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인생과 즐거운 철학으로 ‘에디톨로지’를 만들어낸 김정운 전 교수를 롤 모델로 꼽았다.
“김정운 교수가 잘 나가던 일상을 멈추고 일본으로 만화를 배우러 갔잖아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웃음). 사실 예능에 나가면 가볍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웃음). 사실 지식인은 자칫하면 자기 세계에 빠져서 공허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도 많거든요. 예능이라는 강한 매개체를 통해 많은 이들의 사고를 바꿀 수 있다면 자주 출연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다행히 조만간 또 예능에 나갈 것 같아요. 결과는 마음대로 될지 모르겠네요. 뭐 아직 김정운 교수보다 젊으니 가능성이 더 많지 않을까요. 하하.” 김은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