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아이돌

[POP리뷰]‘신’을 넘어선 ‘기원’ 이승환, ‘공연의 끝’을 보여주다

입력 2016-03-21 10:55:21
    • 복사완료!

[글/사진=헤럴드POP 김종효 기자]

공연을 처음 접하는 누군가에게 공연 하나를 추천해야 한다고 하면 기자는 서슴없이 이승환과 조용필의 공연을 추천한다. 그 중 이승환의 공연을 추천하는 이유는 단지 이승환이 갖는 ‘공연’이라는 상징적 의미 때문이 아니라 돈을 주고 처음 보는 공연, 제대로 된 공연을 봐야 한다는 철저한 ‘소비자적 심리’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그 알량한 ‘소비자적 심리’가 아니더라도 공연계에서 이승환이 갖는 의미는 앞서 언급한대로 ‘공연’ 그 자체다. 그 때문인지 이승환이 ‘공연지신(公演之神)’이라는 타이틀에 이어 ‘공연의 기원-ORIGIN’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네이밍을 연말 공연 타이틀로 채택했음에도 공연계에선 이에 대한 큰 거부감은 없었다.

‘공연의 기원-ORIGIN’이라는 공연 타이틀에 대해 현재 다른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승환 자신이 공연 그 자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지은 것이 아닐까”라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아이러니하다.

2014년이 그간 저평가돼왔던 이승환의 음악적 성과가 한국대중음악상 등으로 제대로 인정받은 한 해였다면 2015년은 이승환 스스로 ‘공연의 신’이라는 타이틀을 증명한 한 해였다. 이승환은 40여 차례의 오리지널 브랜드 공연과 5번의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서면서 쉴 새 없는 공연 행보를 펼쳤다. 데뷔 26주년을 기념하는 공연 ‘빠데이 26년’을 통해 6시간 21분 동안 무려 66곡을 선보여 공연계 길이 남을 전대미문의 공연을 펼쳤다. 그런 이승환이 공연으로 대체 무엇을 더 증명해야 하는 것인가.

이런 의문점에 대해 이승환 소속사 드림팩토리 관계자는 “공연의 시작으로 불리는 이승환이 공연으로 자신을 증명함과 동시에 새로운 공연의 시작을 보여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역시 이번에도 ‘증명’이라는 단어로 ‘공연의 기원-ORIGIN’이라는 공연 브랜드를 설명해 의문점이 많이 남는 설명이지만 결국 많은 설명을 종합하자면 ‘이승환이 ‘공연의 신’이라는 별명을 ‘공연’으로 증명하려는 것’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5일 광주 염주체육관을 시작으로 일산, 서울 등을 거쳐 3월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이승환 전국투어 콘서트 ‘공연의 기원-ORIGIN’을 관람하게 되면 모든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다. 적확히 말하면 이승환이 ‘공연의 기원-ORIGIN’이라는 다소 거창한 타이틀을 공연 브랜드 네임으로 선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 공연의 기원, 의미를 찾다

물론 이승환의 공연 전에도 가수들의 콘서트는 존재했다. 그럼에도 이승환이 당당히 ‘공연의 신’을 넘어 ‘공연의 기원’이라고 자신을 칭하는 것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승환은 공연계에서 ‘최고’의 타이틀 외에도 ‘최초’의 기록들을 써 왔다. 이승환은 최초로 공연 투어를 브랜드화한 것은 물론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최초로 대중음악 공연을 하기도 했으며 최초로 콘서트 실황을 인터넷서 생중계한 가수다. 이승환은 지금은 보편화돼 있는, 공연장 모니터에 가사를 띄우는 프롬프터도 최초로 도입했으며 공연에 360도 플라잉 와이어와 ABR을 도입한 최초의 가수기도 하다. 물론 ABR 외에도 공연 장비 및 무대 효과 등을 보자면 이승환의 ‘최초’ 기록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더 대단한 것은 이 모든 공연을 이승환이 직접 기획, 연출했다는 것이다.

국내 공연계는 이승환이 ‘최초’로 선보인 것들과 이승환이 ‘발전’시킨 요소들과 함께 성장해왔다. 현재 국내 내로라 하는 '공연쟁이' 뮤지션들 중 이승환 공연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이들은 드물다. 직접 이승환의 공연을 관람하거나 경험을 전수받지 않았더라도 공연이 진행되는 시스템, 공연장의 설비, 특수효과, 편의 등은 이승환에 의해 탄생된 것이 대부분이다.

기자는 다른 의미에서 ‘최초’를 찾고자 한다. 이승환은 ‘최초’로 공연 저작권과 관련한 무대도용 소송을 겪은 가수다. 2007년 연말 공연 이후 빚어진 컨츄리꼬꼬와의 무대도용 관련 소송은 2009년 법원에서 쌍방의 명예훼손 혐의만을 인정해 컨츄리꼬꼬가 이승환에게 1,000만원을, 이승환도 컨츄리꼬꼬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이승환은 “무대 창작물을 허락받았다고 하는 착각이 기가 막히다”며 무대 창작물의 저작권에 대해 강력히 주장했으나 당시 법원은 ”명시적 승낙은 없었으나 묵시적 승낙으로 보인다”는 판시와 함께 이승환의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부분을 기각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결과와는 별도로 공연과 관련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대중에게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전부터 이승환을 비롯한 몇몇 가수들은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세운 ‘공연’을 해왔으나 대중에게 가수들의 공연이란 ‘노래 콘서트’로만 인식돼 왔다. 그러나 사실상 이 사건 이후 공연은 하나의 브랜드, 창작물이라는 인식이 대중에 확산됐다.

이는 소송 결과와는 별개인, 이승환이 공연계에 남긴 커다란 공이다. 실제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공연예술과 저작권' 토론회가 열려 공연예술의 창작과 유통, 공연예술가의 권리 등과 관련된 저작권 법·제도의 현안과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쯤 되면 공연을 처음 시작한 ‘공연의 기원’이 아닌, 공연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정착시킨 ‘공연의 기원’이 이승환이라는 점을 논리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이승환은 공연에 있어선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자타공인 ‘공연의 신’이라 칭해지는 이승환이 ‘공연의 기원’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대한민국 공연사의 시작이란 말인가.

♬ 불친절과 자랑질, 역설의 미학 이승환은 ‘공연의 기원-ORIGIN’ 콘셉트를 ‘불친절, 그리고 자랑질’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면 이승환이 완벽히 역설적으로 이번 공연 콘셉트를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승환은 ‘공연의 기원-ORIGIN’에서 역대 공연 중 가장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1집부터 시작된 음악인생과 공연인생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각오를 설명하는 모습, 심지어 최근 사회적인 발언들을 하게 된 배경이나 본인의 설명처럼 ‘내리막’을 타게 된 계기를 덤덤하게, 때로는 농담을 섞어 설명하는 모습에서 ‘불친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명한 곡들의 탄생 계기를 들으며 이를 이어나가다 보면 이승환의 26년 음악인생이 하나의 큰 그림으로 완성된다.

오히려 오랜 팬들이 이미 잘 알고 있던 얘기를 복기시켜준 것이 불친절이라면 불친절이랄까. 이번 ‘공연의 기원-ORIGIN’을 통해 처음 이승환 공연에 입문한 팬들은 이승환이 왜 ‘공연의 기원’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충분했다.

이와 관련해 이승환의 ‘자랑질’도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공연장에 있는 그 누구도 이승환의 ‘자랑질’에 대해 부인할 수 없다는 게 재미있다. 이승환의 ‘자랑질’이 ‘팩트’에 근거한 것이라는 게 아마 이유일 것이다.

♬ 돈자랑의 끝, 공연의 진수

그런 ‘자랑질’의 끝 역시 공연에서 드러났다. 바로 공연에 쓰인 장비와 특수효과들이다.

이승환 본인이 ‘돈지랄’이라고 표현할 만큼 막대한 물량 투입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승환이 보여준 이전의 공연을 스스로 뛰어넘었다. 그간 이승환 공연을 많이 봐 온 팬들조차 놀랄 만큼 모든 곡에 효과가 적용돼 말 그대로 2~3분여마다 돈이 들어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초’, ‘최고’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이승환의 공연답게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이승환의 손길이 닿아있고 1%가 10개가 되면 10%가 되듯 이승환의 공연은 타 공연과 격이 다른 명품 공연이 됐다.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요소들을 공연에 도입해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한 공연으로 인해 ‘불쇼’, ‘물쇼’ 등이 이승환의 공연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기도 했다. 특수효과와 더불어 기발한 장치들은 이승환 공연에서 대부분 처음 선보여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팬들은 매 곡마다 등장하는 화려한 레이저와 불꽃, 영상, ABR, 팬들이 준비한 이벤트, 조명 효과에 넋을 잃었다. 게다가 이승환은 이번엔 무대마저 변형시키는 공연 효과의 끝장을 보여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감탄을 넘어선 경탄을 이끌어냈다.

이승환의 ‘돈자랑’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했다. 이승환은 공연에 모든 돈을 쏟아부었고 이는 공연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것이다.

이승환이 자랑한 것들을 되새겨보면 오로지 음악과 공연에 관한 것이다. 자신의 음악세계와 생활에 대한 확고한 신념, 공연에 대한 끝없는 자부심. 이승환이 자랑할 것이라곤 그게 전부인가 싶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음악과 공연이 이승환 인생의 전부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그의 인생에 운명의 여자가 함께 한다면 다른 자랑거리가 생기겠지만 말이다.

♬ 공연의 기원, 그리고 공연의 끝 이승환이 이번 공연 타이틀을 ‘공연의 기원-ORIGIN’으로 정한 이유는 분명했다. 이승환은 넘치는 자신감으로 자신이 ‘공연의 신’이자 ‘공연의 기원’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매개체는 그가 제일 잘 하고 가장 자신감을 갖고 있는 ‘공연’이었다.

‘제대로 된 쇼’를 보여준 이승환은 자신의 공연이 왜 항상 관람객은 물론 공연 관계자들에게도 극찬 받는지, 왜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는지를 공연으로 증명했다.

이승환은 지난 2008년 ‘라스트 슈퍼히어로’ 콘서트 당시 실내에서 가능한 가장 거대한 구조물을 투입하면서 “무대는 결코 공유될 수 없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공연의 기원-ORIGIN’은 늘 발전해 온 이승환의 공연 중 최정점이다. 이는 곧 더 이상 이승환의 공연을 따라 할 수 있는 엄두조차 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연의 기원-ORIGIN’은 이승환 본인이 공연의 기원이자 공연의 끝이라는 것을 확인시키기 위해 직접 부담감을 짊어진 공연 타이틀이다. 이승환은 이 부담감이 실린 미션을 완벽히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리고 공연을 위해 맹장을 미리 떼 버릴까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공연을 목숨 걸고 한다”는 이승환은 분명 다음 공연에서도 이 역대급 공연인 ‘공연의 기원-ORIGIN’을 뛰어넘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공연의 기원-ORIGIN’은 ‘공연의 신’ 이승환이 공연의 기원이자 끝이라는 것을 증명한 공연임과 동시에 새로운 ‘공연의 기원’을 선언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에서 공연의 진수를 보이고 관계자들의 극찬을 얻은 뒤에도 국내 공연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이승환은 ‘공연의 기원-ORIGIN’은 ‘극장판’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26일 춘천 공연을 비롯해 6월 성남, 이천 등 계속되는 투어 일정을 남겨놓고 있다. 일정만 보자면 ‘연말 공연’이라기보다 ‘연중 공연’이다. 이와 동시에 이승환은 오는 4월부터 자신의 발라드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한 특별한 공연인 ‘온리 발라드(Only Ballad)’ 공연으로 따뜻한 봄, 팬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셔줄 예정이다. 또 ‘퇴물’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클럽 투어 콘서트 역시 진행 중이다. ‘공연의 신’ 이승환은 2016년 역시 공연 자체만으로로 아이돌 이상의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언제나처럼 말이다.

이 기사가 어떠셨나요?

LATEST MUSE

MOST READ

#이달의 아이돌
CLICK
블랙핑크 지수, 제니 이어 솔로 컴백
미스터리한 놀이공원으로의 초대
CLICK
#이달의 영화
오디세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신작
세계 최초 전편 IMAX 촬영
오디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