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최근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아이돌 그룹이라고 하면 기획사에 의해 콘셉트부터 무대 디테일 하나까지 만들어져 나온다는 인식이 강하다. 사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지며’, 그 사실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무대 위에서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 가수의 역할이라면, 가수가 무대 위에서 빛날 수 있고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기획사의 역할인 것이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빅뱅, 신인 그룹 세븐틴 등 데뷔 초부터 ‘자체 제작’을 모토로 삼은 그룹들도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그래서 최근 솔로 앨범을 발표한 종현과 준케이(Jun.K)의 성장이 더욱 주목할 만하다. 두 사람 모두 국내 대형 기획사 소속 보이그룹의 일원으로, 데뷔 초에는 분명 이들 역시 기획사의 색깔이 입혀진 가수였다. 하지만 조금씩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벼려온 이들은 어느덧 홀로 앨범 한 장을 채울 수 있는 솔로 아티스트로 성장해 있었다.
종현은 지난 5월 첫 번째 정규앨범 ‘좋아’를 발매했다. 지난 3월 이하이가 3년 만에 발표한 신곡 ‘한숨’이나 김예림 ‘노 모어(No More)’, 소속사 후배 엑소 정규 2집 수록곡 ‘플레이보이(Playboy)’, 아이유 정규 3집 수록곡 ‘우울시계’ 등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에 곡을 실을 정도로 작곡가로서의 역량을 키워온 종현은 자신의 앨범 작업에서 더욱 그 능력이 빛을 발했다.
“프로듀싱 욕심은 없었다”고 말한 종현은 개별곡 프로듀싱을 다른 프로듀서들에게 맡기는 대신 자작곡으로 앨범 9트랙을 꽉 채웠다. 종현은 수록곡 9곡 전곡의 작사에 참여했으며, 8곡을 작곡했다. 또한, 프로듀싱에서 한 발 물러났다고 해도 ‘사랑’이라는 뚜렷한 주제 하나로 앨범 내에서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며 큰 그림을 그렸다. 앨범 초반 트랙인 ‘좋아(She is)’ ‘화이트 셔츠(White T-shirt)’ ‘우주가 있어(Orbit)’에서는 한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긴 남자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으며, ‘문(Moon)’ ‘칵테일’(Cocktail) ‘수트 업(Suit Up)’ 등으로 트랙이 진행되면서는 사랑이 깊어지듯 보다 야릇하고 비밀스러운 사랑을 노래한다. 앨범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갖는다. 종현이 앨범 하나를 구성하는 능력이 어느새 이만큼이나 탄탄해진 것이다.
데뷔 8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서 솔로 앨범을 발매한 준케이 역시 자신의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증명해 보였다. 지난 8월 9일 준케이는 타이틀곡 ‘띵크 어바웃 유(Think About You)’를 포함해 솔로 앨범 ‘Mr. NO♡’를 대중 앞에서 선보였다.
총 8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준케이가 전곡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준케이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곡이 없고, 앨범에서 묻어나는 색깔 역시 준케이의 느낌이 물씬 풍겨난다. 타이틀곡 ‘띵크 어바웃 유’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곡 진행을 보인다. 때문에 ‘생소하고 어렵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준케이는 프레스 쇼케이스에서 밝혔듯 자신의 개성과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을 하겠다는 의지를 놓지 않았고, 그 결과 자신의 음악적 색깔이 손에 묻어나듯 느껴지는 앨범을 완성했다. 준케이는 인트로격인 ‘Mr. NO♡’를 통해 자신과 앨범을 소개한 뒤 자신이 느끼는 사랑과 이별, 그리움을 노래한다. 전반적인 앨범의 색깔은 짙다. 짙은 감성으로 가득 차 있다. 준케이의 목소리는 그 감성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든다.
준케이는 피아노 연주가 가능하다는 강점을 십분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왔다. 이미 소속그룹 투피엠(2PM) 앨범의 프로듀서로 활동해왔으며, 정규 4집 타이틀곡 ‘미친거 아니야?’, 정규 5집 타이틀곡 ‘우리집’을 직접 만들었다. 또한 일본에서는 국내에서보다 먼저 솔로 앨범 2장을 발매하며, 첫 번째 미니앨범이 현지 유력 음악 전문 매체에서 베스트 앨범으로 선정되는 등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중에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는 이미 차근히 뮤지션으로서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준케이 역시 이번 솔로 앨범을 통해 거두고 싶은 성과로 “제 음악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싶은 게 우선이고, 얘가 뭘 하는 애라는 걸 알리고 싶다. 홍보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종현과 준케이는 2008년 샤이니와 투피엠 멤버로 나란히 데뷔했다. 어느덧 올해로 데뷔 9년차. 그 짧지 않은 시간을 빼어난 가창력으로 인정받아온 팀의 리드보컬 종현과 준케이는 이제 가창 외적인 부분에서도 눈부시게 발전해,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이 직접 곡으로 만들어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했다. 더군다나 트렌디와 흥행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음악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이들 음악의 가치를 높인다. 또한, 종현과 준케이는 아직 젊다. 이들이 보여준 성장이 지금 단계가 끝이 아닌 것이다. 종현과 준케이가 다음 앨범을 통해서 보여줄 음악 세계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