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인터뷰②]박근형 밝힌 #똥배우 #전도연 #배우3대

입력 2016-08-26 15: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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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랜드파더' 박근형/사진=이지숙 기자
영화 '그랜드파더' 박근형/사진=이지숙 기자

[헤럴드POP=이소담 기자]박근형이 생각하는 연기란, 그리고 배우란 무엇일까.

배우 박근형은 최근 서울 낙원동 프레이저 스위트 서울 호텔에서 헤럴드POP과 영화 ‘그랜드파더’(감독 이서/제작 한이야기) 홍보 인터뷰를 갖고 올해 나이 77살, 연기인생 57년차를 맞아 연기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이날 박근형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창조해낸다는 게 즐겁다. 난 작품 속 역할을 한 번도 캐릭터라고 이야기해본 적 없다. 역할이라고 말하면서 나 자신을 높이는 거다. 나도 예술을 창조하고 있고, 나의 지적인 부분과 상상력을 집중해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역할이라고 격을 높여서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처럼 상업적인 캐릭터라고 이야기를 안 한다”고 연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꺼냈다.

박근형은 “연기에 대한 열정은 끝이 없다. 제대로 된 배우가 되려면 50년은 족히 필요한데, 난 77살이니까 이제 배우로는 27살이다. 이제 연기가 뭔 줄 조금 아는 거다”며 “그런데 요즘의 우린 연기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행위가 얼마나 큰 파장을 가져오는지 곰곰이 생각 안하는 부분이 있다”고 예술을 창조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홀대 받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가했다.

“나라에서도 기초적인 연극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 한달에 28만원 밖에 못 벌면서 최저임금도 못 채우고 처참한 생활을 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 이번에 연극을 다시 했는데 느낀 점이 많았다. 예전의 우리보다 더 어려운 시절이 바로 지금이다. 그래서 나라에서 배려를 해서 예술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했으면 한다. 한류가 어디에서 나왔겠나. 연극 이전에 악극, 신파에서 나온 거다. 기초를 살려야 한다. 5,000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지금의 한류를 만든 건 그동안의 역사인데 단지 ·1~2년 전에 노래한 걸 한류로 수출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이어 박근형은 “5,000년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이 적어도 예술 활동에 있어서는 독보적 존재라고 생각한다. 첨단산업에서 앞서듯이 예술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은 역사가 고작 수백년이고, 우린 귀중한 역사가 있는데 충분히 되지 않겠나. 한류 이상의 것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것을 세계화 시키면 된다”며 “그래서 나이는 먹었지만 불러주는 한 연극계에서 활동하고 싶다. 최근 40년 만에 무대에 섰는데, 이제 다시 시작한 거라 생각한다. 젊었을 때 내가 좋아했던 무대 연기를 다시 해보니 좋더라. 연극은 내 고향이고 내가 태어난 곳이다. 회귀본능이지. 그래서 나도 적어도 1년에 한편씩 연극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기초 예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연기인생 57년이 흐르도록, 1년 이상 쉰 적 없이 꾸준히 수백편의 작품에 출연한 박근형. 그에게 쉼 없이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물었다. 이에 박근형은 “난 연기가 제일 좋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데, 나처럼 행복한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초반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고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느 정도 안정되고 눈을 뜨기 시작하니 계속 달리면서 한 시도 놀고 싶지가 않더라. 지금도 열정이 넘쳐난다. 아주 무모하게 덤벼들고 부딪히고 그러는 거다. 늙어서도 꿈을 갖고 있다는 게, 얼마나 나를 건강하게 유지 시키는지 아느냐. 그런데 우린 노년만 되면 놓아버리지 않나. 할 일 다 했다고 뒤로 쳐지면 안 된다. 모두들 자신의 전문분야에 다 있던 이들인데, 끊임없이 사회 참여를 해야지.” 그렇다면 박근형은 어떻게 연기의 맛을 알게 됐을까? 박근형은 “처음 연기를 했던 건 고등학교 연극 경연대회였다. 1학년, 3학년 때 연극을 했고, 그 이후 연극에 대한 바람이 들고 나서 부터는 꾸준히 해왔다”고 답했다.

“1958년부터 시작된 거지. 젊었을 때나 어린 나이에는 동료들끼리 모여서, 한국배우전문학원이라고 충무로에 있는 유명한 배우 양성소에서 연기를 했다. 당시 연기 전문대학이 2년제밖에 없어서, 종합대학은 나중에 생긴다고 하기에 학원에 가서 먼저 공부를 했다. 당시 10명이서 영화 단역알바를 하고 저축을 하고, 원각사라는 을지로입구에 있던 극장에서 연극 공연을 했다. 돈을 날리면 또 돈을 모아서 공연을 하던 그런 날들이었다. 지금의 명동예술극장 근처에서 연극단체에 들어가 끊임없이 연극을 했다. 대학교에 가서도 연극을 했다. 그래서 난 내가 우리나라 연극사 발전 한 가운데 서있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보다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물론 돈벌이는 안됐다.(웃음) 굶는 건 예삿일이었다. 버스비도 없이 걸어 다니고 말이다.”

“우리 때는 말이야 어쩌고 저쩌고”라면서 지금의 청년들과 비교하는 중장년층이 많다. 하지만 박근형은 자신이 어려웠던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지금의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걱정하고 또 걱정했다.

“지금 연기를 하는 애들도 편하진 않다. 우리 때보다 더 어렵더라. 경쟁자들이 더 많아져서 하루에 연극 영화를 공부하는 친구들이 2만 명이 넘는다더라. 이걸 어떻게 할 거냐. 엄청 걱정스럽더라. 내 아들도 그렇고 손자도 그렇고, 다 연극 공부 중이다. 아들은 연극배우고, 손자는 대학교 연기과를 이번에 들어갔다. 열정 있게 하고 있더라. 내가 배우를 하겠다던 때는 부모님이 말렸는데 난 그런 이야기 못하지.(웃음) 이번에 손자가 장학금을 탔다고 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손자가 질문을 많이 한다. 아들은 책을 직접 보는 편이고. 공연, 관극하는 것도 많이 하고 많이 본다. 끊임없이 보고 다니면서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면, 그때 나도 내가 배운 걸 이야기해준다.”

그러면서 박근형은 “지금도 내가 할아버지란 이야기를 안 하더라. 그래서 끝까지 네 힘으로 하라고 했다. 내 손자란 게 알려지면 당연히 비교가 되니까, 비교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며 “그래도 3대가 연기를 하고 있는데, 참 좋다. 성공한다면 더 좋은 거고 말이다. 배우 일가족이 대를 물림하듯이 그렇게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버릇없거나 연기 못하는 후배에게 일침을 가하는 무서운 선배로도 통하는 박근형. 아직 아들과 손자에겐 연기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크게 화를 내거나 혼낸 적은 없단다. 과거 똥배우 발언에 대해서도 박근형은 “누구를 지칭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근형은 앞서 스타병에 걸린 젊은 배우들을 지칭하며 “촬영에 들어가면 스탠바이가 들어가면 갑자기 감정을 잡겠다고 하는 후배들이 있다. 우리는 그 배우가 감정을 잡을 때 까지 멍하니 기다린다. 그리고는 잠시 뒤 그저 눈물을 흘리는 게 전부다. 우리끼리 '이런 똥배우랑 연기를 해야 하느냐'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 '그랜드파더' 박근형/사진=이지숙 기자
영화 '그랜드파더' 박근형/사진=이지숙 기자

이에 박근형은 “연극학도 시절에 연출이나 선생들이 연기를 못하면 ‘에라 똥배우 같은 놈아’ 그러면서 발길질을 하곤 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했더니 엉뚱하게 알려졌다.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대신 역할에 대해 성공했다 실패했다 그런 걸 이야기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똥배우가 아닌, 박근형이 애정을 갖고 눈여겨보는, 그리고 인정하는 배우는 과연 누구일까? 박근형은 드라마 ‘사랑할 때까지’(1996)에서 부녀로 호흡을 맞췄던 ‘칸의 여왕’ 전도연을 꼽았다.

“전도연이 연기에 대해 정말 집요하게 파고들고 토론하고 덤벼들곤 했다. 내가 아버지 역이고 전도연이 딸이었는데, 정말 집요했다. 전도연 같은 배우는 나이가 더 먹은 다음엔 과연 어떻게, 어떤 역할을 연기할지 궁금하다. 작고 여리 여리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억센 어머니부터 별의 별 역할을 다 맡게 될 텐데 아주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그랜드파더’는 베트남 참전용사라는 영광을 뒤로 한 채 슬픔과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던 노장이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과 마주하고 유일한 혈육인 손녀를 위해 아들의 죽음에 얽힌 충격적 진실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57년차 내공의 주연배우 박근형이 액션 느와르에 도전,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오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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