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뮤즈=김민지 기자] 배우 고아성이 첫 멜로로 <파반느>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고아성은 최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다른 작품을 거절하면서도 <파반느>를 선택한 이유는 ‘영화는 역시 사랑 영화다’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저도 사랑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신중하고 아껴둘 정도였다. 그래서 사랑을 가벼이 표현하지 않길 바랐는데 <파반느>는 사랑이라는 개념을 결코 가벼이 다루지 않아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파반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세 사람이 서로에게 빛이 돼주며 삶과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영화로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한다. 이에 고아성은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을 영화화하다 보니 열렬히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원작이 남긴 형태는 그대로 가져가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신중할 수밖에 없을 만큼 로맨스 장르를 애정하는 고아성은 첫 멜로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미정’을 선택한 것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미정은 기존 멜로 영화 속 여주인공의 문법을 완벽히 벗어난 인물. 외적으로 꾸미지 않아야 했으며 자신의 ‘못남’을 알고 수년을 조용하게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숨어 사는 캐릭터. 이에 고아성은 이번 작품을 위해 10kg을 증량하는 등 외형적인 변화에도 공을 들였다.
고아성은 “제가 멜로 영화를 한다면 ‘혼자 있을 때 씩씩한 여주인공의 모습’을 꼭 표현하고 싶었다”며 “사랑은 양방향 관계성이 중요하지만 혼자 있을 때도 든든하고 씩씩해지는 여주인공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걸 이종필 감독님이 만들어주셨고, 그래서 미정을 연기할 때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소설을 다시 읽어보니 자신이 못났다기보다 못났음을 알고 있는 사람의 눈빛을 가져야겠다고 느꼈는데, 감독님이 인터뷰 때 제가 ‘미정의 눈을 갖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더라. 이런 접근에서부터 나온 말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적인 것보다 오히려 내적인 변화에 주목했다고. 고아성은 “외형적인 조건보다 어둠 속에서 마음을 닫고 살아가던 사람이 처음으로 한 줄기 빛이 내리쫴서 서서히 밝아지는 거에 관점을 두고 싶었다”며 “촬영 내내 미정이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에 집중해서 임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아성은 그간 영화 <한국이 싫어서>, <우아한 거짓말>,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 등 굵직한 작품 속 솔직한 캐릭터들을 맡아왔기에 <파반느> 속 미정은 멜로 장르도, 캐릭터적으로도 새로웠다고 한다.
그는 “제가 근 몇 년 동안 맡은 캐릭터들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존감이 높고, 당당하고, 결핍이 있을지언정 나아가는 캐릭터였는데 저 또한 그런 캐릭터만 연기하다 보니 저를 그런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고아성은 “사실 전 아니거든요 내면의 자신감도 부족하고, 나약하고, 들키기 싫은 후미진 구석이 있었는데 그간 연기하면서 잘 묻어뒀다면 미정을 연기하면서는 그걸 다시 마주쳐야만 하기에 가슴이 아팠지만 활짝 열어 절 마주했고 그렇기에 촬영장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오랜 기간 묻어온 작품이다 보니 고아성은 “영화를 너무 오랜 세월 준비해서 감독님이 믹싱과 편집을 마치셨다고 했을 때 굉장히 우울했다”며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고 십여년의 작업이 종지부를 찍는 걸까, 어리둥절한 우울감이 짙었다”고도 말했다.
이어 “가슴이 저린 상사병 같은 증상이 남았는데 이대로 작품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하는 쓸쓸함이 유지되고 있었지만, 막상 영화가 공개되고 나니 많은 분들이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여주시는 걸 보고 혼자만 이러는 게 아니구나, 외로운 부분이 많이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 속에서 자신에게 이유 모를 호감으로 잘해주는 경록에게 미정이 “왜 그렇게 나에게 잘해줘요?”라고 하면 경록이 “그러면 안 돼요?”라 묻고 미정은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답한다. 이에 덤덤하게 경록은 “물에 빠진 사람에게 왜 물에 빠졌냐고 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는데, 이때 고아성은 예정에 없는 눈물을 흘렸다고.
고아성은 이 장면이 인상 깊었다면서 “저는 살면서 호의를 많이 받아온 사람이지만 그때마다 심적 부채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내가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 사람인지 그에 맞는 사람이 돼야 하는 건지 오랜 세월 준비했다고 해도 이렇게 터져 나오는 감정에 어쩔 수가 없을 수도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첫 멜로 영화를 성공적으로 해낸 고아성은 다음 멜로 영화에 대한 질문에 “지금 <파반느>의 진한 감정이 지속되고 있는 것 같아서 다음엔 조금 발랄한 멜로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뮤: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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