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권민지 기자] 박보검이 설득력 있는 감정선을 보여주었다.
지난 29일 방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이영(박보검 분)이 남장 내관 홍라온(김유정 분)에 대한 관심에서는 퓨전 사극만의 코믹하고 재치있는 스토리를, 왕(김승수 분)에 대한 왕세자의 복잡한 심경에서는 정극을 그려나갔다. 아직까지 라온이 여성임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감정을 밀고 당기는 장면으로 채우는 대신, 카리스마 없는 아버지 왕을 향한 왕세자의 혐오와 분노가 조명됐다.
또한, 착한 라온의 심성은 중전 김씨(한수연 분)의 악독함을 겪었으나 굴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는 재치로 발현시켰다. 앞서 이영의 도움으로 내관 시험에 얼떨결에 합격한 라온은 몸이 편치 않은 숙의 박씨(전미선 분)로부터 왕에게 서신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중전의 방해를 받으며 뺨을 맞기에 이른다. 하지만 기지를 발휘해 왕에게 전달되게 한 후 답장까지 받아오지만, 향긋한 냄새와는 달리 왕으로부터의 답신은 백지였다. 숙의 박씨는 7년 동안 자신을 마주하지 않은 왕에게 서글픔을 느끼고 라온 역시 골똘히 고민에 빠진다. 이때, 향지라는 사실을 들은 김병연(곽동연 분)은 불을 쐬야 글씨가 드러나는 능금 식초로 쓰였다는 것을 밝혀낸다.
숨겨진 메세지를 읽은 숙의 박씨는 한달음에 달려가 애련정에서 자신을 그리는 왕과 재회한다. 이영은 애틋한 두 사람을 보며 무기력한 왕이자 비겁한 아버지였던 인물을 다시 인식한다. 김헌(천호진 분)을 비롯한 외척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침묵하는 왕이 됐어야만 했던 아버지를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이영은 아버지로부터 대리청정을 미리 약속한다. 이튿날 등장한 이영은 자신과 왕을 조롱하는 김헌, 김의교(박철민 분)의 생각대로 줏대없이 연약한 모습을 보이는 척 하다가 대리청정을 받아들인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숙의 박씨의 편지를 왕에게 닿도록 노력하고 심중을 추리하던 라온의 선의에서 시작됐다. 이영을 '동무'라고 부르며 격없이 대하는 라온에게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깊은 우정과 고마움을 느낄 계기가 만들어졌다. 이후 우정이 애정으로 옮겨가며 궁중 로맨스를 시작할 그럴듯한 감정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