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앉아만 있는 것이 괴로울 정도다. 아무리 박수를 쳐도 발산되지 않는 흥겨움은 마지막 순간의 폭발을 위한 에너지가 된다.
지난 2일 뮤지컬 ‘킹키부츠’가 막을 올렸다. ‘킹키위크’까지 준비하며 관객들의 ‘흥’에 주목한 만큼 ‘킹키부츠’는 즐거움 그 자체다.
'킹키부츠'는 대한민국이 만든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실화를 바탕으로 파산 위기에 빠진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와 아름다운 남자 롤라의 만남을 그린다.
“옛날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하듯 잔잔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던 무대는 찰리(이지훈 분)와 롤라(정성화 분)의 우연한 만남으로 변화되기 시작한다. 롤라의 등장으로 단번에 화려해진 무대는 엔젤스의 퍼포먼스로 본격적인 흥겨움을 선사한다. 파격적인 의상에 더해진 환상적인 퍼포먼스는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든다.
‘킹키부츠’ 배우들은 처음부터 관객들에게 틈을 주지 않는다. 무대의 서막을 열어준 찰리 아역 배우(이태경 분)의 청명한 목소리는 마음에 닿아 퍼진다. 순식간에 성인으로 자란 찰리를 보며 ‘언제 변한건지' 생각에 깜짝 놀라면서도 아역 찰리의 목소리는 귓가에 잠시 맴돌며 여운을 남긴다.
배우들의 호흡도 완벽하다. 단순한 대사 버벅임은 극에 몰입하는 데 방해되지 않는다. 누구나 화가 머리끝까지 나면 쏘아대듯 말하다가 말을 버벅댈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 또한 연기의 한 부분으로 스며든다.
이야기, 음악, 노래, 퍼포먼스, 무대 세트, 조명, 의상에 이르기까지 한 가지도 소홀한 것이 없다. 무대를 보며 웃다, 환호하다, 박수 치다 보면 어느새 감정이 동화된다. 어느 것에도 무감각했던 찰리는 롤라를 만나며 열정을 찾게 된다. 앞만 보고 달려나가다 옆 사람들을 살피지 못하게 된 찰리는 자신을 지켜준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만, 결국 혼자가 아닌 다 같이 손을 잡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철든 아들의 성공 스토리’라고 생각하면 너무나 단순하다. 개성 강한 캐릭터와 개연성 명백한 러브 스토리, 의미있는 갈등 관계가 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든다. 물론, ‘킹키부츠’라는 멋진 극이 완성된 데에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중심을 이뤘다.
특히 ‘롤라’ 역의 정성화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오직 레드를 원한다”며 버건디 컬러를 ‘육포’에 비교해버리는 그의 유창한 말솜씨는 롤라의 당당한 매력을 더욱 부각시킨다. 그러나 롤라의 반전 매력은 짧은 스커트나 강렬한 레드 의상을 입었을 때가 아니다. 그가 남자 정장을 입었을 때, 그리고 권투 복장으로 링에 올랐을 때다. 강해 보이는 화려함으로 포장되어 있던 롤라의 연약함, 그리고 연약함 속에 뿌리 깊게 내려진 강한 심지는 관객들이 롤라에 빠지게 한다.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는 정성화뿐만이 아니다. 다년 간의 뮤지컬 경험으로 이제는 믿고 보는 뮤지컬 배우로 성장한 ‘찰리’ 역의 이지훈은 인터미션을 뺀 120분 동안 극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공장 식구들과의 마찰, 연인과의 갈등, 롤라와의 관계 등 숨 가쁘게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이지훈은 흔들림 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데뷔 당시부터 말하면 입 아픈 가창력을 자랑했지만, 안정된 목소리 톤으로 연기하는 그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극에 온전히 몰입하게 할 수 있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로렌’ 역의 김지우 또한 달콤한 목소리로 찰리의 친구 역할을 해낸다. 찰리에게 사랑에 빠진 듯 고민하는 그녀의 모습은 몸짓 하나에서부터 목소리까지 전부 사랑스럽다. 롤라와 찰리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는 어른용 농담은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 몫 한다.
‘킹키부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스트가 있다. 바로 ‘엔젤스’다. 첫 등장 씬부터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그들은, 이렇다 할 대사 없이 존재감만으로 무대를 화사하게 만든다. 아찔한 하이힐을 신고 짧은 의상을 입은 채 과감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엔젤스’는 ‘킹키부츠의 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튼콜이 끝난 뒤, 엔젤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흥을 돋우면 배우들과 관객들의 짧은 파티가 시작된다. 모든 배우가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함께 춤추며 박수만 치며 쌓아왔던 흥을 폭발 할 수 있게 유도한다. 너무 짧은 댄스 파티지만 의자에서 일어나 박수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참여할 수 있기에 더욱 즐거운 시간이다. 배우들과 춤을 추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게재된 ‘뮤지컬 킹키부츠 러버를 위한 행동강령! (feat.엔젤스)’ 영상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뮤지컬 ‘킹키부츠’ 속에는 다양함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킹키부츠’를 볼까 말까 고민하거나, 관객석에 앉아 일어나는 것이 쑥스럽다고 생각된다면 마음의 소리를 들어라. 즐거워지고 싶다면, 소리치고 싶다면, 흥을 주체하지 못하겠다면 뮤지컬 ‘킹키부츠’와 함께 놀자. 오는 11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
(사진=이지훈 인스타그램, CJ E&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