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20년 전인 1996년 9월 7일, 대한민국 가요사의 새 챕터를 연 다섯 소년이 등장한다. “그들은 날 짓밟았어 / 하나 남은 꿈도 빼앗아 갔어”라며 10대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기성세대에 대항하는 그들의 모습에 소녀 팬들은 열광했다. 발표하는 곡마다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젝스키스, 신화, god와 함께 1세대 보이그룹 전성기를 이끌었고, 전에 없던 사회 현상을 만들어낼 정도의 정상급 인기를 누렸던 H.O.T.의 이야기다.
문희준, 토니안, 장우혁, 강타, 이재원으로 구성된 H.O.T.는 1집 타이틀곡 ‘전사의 후예’로 데뷔와 동시에 10대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H.O.T.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기획사 중 하나로 손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에 의해 만들어진 최초의 기획형 아이돌이다. 철저한 관리 하에 팬들이 좋아하는 이미지로 다듬어져 정상의 인기를 누렸다. ‘늑대와 양’ ‘행복’ ‘캔디’ ‘아이야’ 등 발표하는 곡들은 연달아 흥행에 성공에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연말 시상식에도 H.O.T.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데뷔한 그 해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인기상을 휩쓸었으며, 데뷔 2년차인 1997년 제8회 서울 가요대상 올해의 최고 가요 대상, 대한민국 영상음반대상 골든디스크상 대상, KMTV 가요대전 대상, KBS 가요대상 올해의 가수상, SBS 가요대전 대상, MBC 가요제전 가수상 등 연말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의 대상을 비롯해 올해의 가수상 등을 자신들의 손에 쥐었다. H.O.T.가 품에 안은 대상 트로피는 총 10개. 이들의 활동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감탄할 만한 기록이다.
이 같은 수상 기록만으로도 입증되듯 H.O.T.는 당대 전무한 인기를 누렸다. H.O.T.는 아이돌 최초로 잠실 주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개최했다. 이들의 공연이 있는 날에는 서울시에서 지하철을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하기도 했으며, 학생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무단결석하거나 단체로 조퇴하는 사태가 발생해 교육부에서 ‘조퇴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모두 H.O.T.가 쓴 최초의 기록들이다.
아이돌 그룹 내 공식 색깔이나 ‘팬픽’ 개념도 H.O.T.와 젝스키스가 활동하던 이 시기 생겨났다. 우비, 현수막, 플래카드 등의 응원 도구 사용, 가사 중간 응원 구호 외치기 등 현재까지 아이돌 그룹 팬클럽 사이 전수되는 고전 응원 방법 모두 이 시기 정립됐다. 대규모 팬 연합이 생긴 것이 이때가 처음이었기에 팬 활동을 10대들의 ‘비행’으로 보는 시선도 강했으나, 이때 처음 기틀을 잡은 아이돌 그룹과 팬들의 관계는 2세대, 3세대, 4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탄생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이렇게 데뷔 후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H.O.T.는 멤버들과 소속사 사이의 전속 계약이 만료되며 팬들의 아쉬움 속에 2001년 해체, 아이돌계 전설로 남았다. 이후 2012년 신화가 멤버들의 군 복무 기간이 끝난 후 컴백하고 god와 젝스키스가 재결합해 신곡을 발표하며 H.O.T.의 재결합을 바라는 팬들도 늘어가고 있다.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이들이 한 무대 서는 모습을 바라게 되는 이유,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자랐던 20·30대에게 H.O.T는 여전히 우상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