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뮤즈=박서현 기자]그룹 아일릿(ILLIT)의 당돌한 외침에는 그동안 노래해 온 사랑 이야기의 반전이 보인다.
아일릿은 그간 솔직하고 당찬 ‘요즘 세대’의 사랑을 노래해 왔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이 뒤집힌다. 자신만의 ‘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의 충격부터 분노, 관계 단절, 그리고 훌훌 털고 일어서는 과정까지 감정의 변화를 네 곡에 담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전작과의 연결고리다. 과거 노래에서 애정의 상징이었던 소재들이 이번에는 착각과 후회의 증거로 등장한다. 아일릿의 미니 1~4집을 들어온 팬이라면 익숙한 가사에 담긴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아일릿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곡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재미를 안긴다.
첫 번째 트랙 ‘Super in Love’는 친구들과 연애 상담을 하던 중 자신이 일방적인 짝사랑을 해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전작의 기억들이 하나씩 소환된다. ‘Tick-Tack’에서 어질러진 옷장에 빗댔던 복잡한 마음은 “못 입을 옷만 수백 개”라는 가사로 다시 등장한다. ‘jellyous’의 귀여운 질투와 ‘Cherish (My Love)’의 진심 어린 고백도 지나간 사랑의 흔적으로 남는다.
두 번째 트랙 ‘More’에서는 부끄러움이 분노로 바뀐다. ‘빌려온 고양이 (Do the Dance)’에서 첫 데이트의 들뜬 마음을 표현했던 롤러코스터는 “김칫국에 roller coaster ride”라는 자조 섞인 가사로 돌아온다. ‘IYKYK (If You Know You Know)’에서 둘만의 특별한 신호로 여겼던 ‘최애 아이스티’ 역시 상대의 행동을 따져 묻는 소재가 된다.
세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곡 ‘체포하겠어’에서 분노는 절정에 이른다. 아일릿은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와 타격감 있는 비트에 맞춰 상대의 모호한 친절에 유죄를 선고한다. “그 때 아이스티는 내 맛 최애였잖아”라며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새콤달콤 jelly 알고보니 smelly”, “DM은 왜 보낸건데”, “말했지 습관성 친절은 범죄야” 등의 가사로 혼란을 안겼던 상대의 행동을 꼬집는다. 앞선 발표곡 ‘jellyous’에서 사랑의 증거로 믿었던 순간들이 이제는 관계를 끝내야 할 이유가 된 셈이다.
하지만 아일릿의 이야기는 상처와 후회로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 트랙 ‘Pop’에서 이들은 실패한 썸을 훌훌 털어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이처럼 미니 5집 ‘BREAK EVEN’은 전작의 가사와 소재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아일릿의 음악 세계를 확장했고, 이는 글로벌 차트 호성적으로도 이어졌다. 고유한 색깔을 지키면서 변화를 거듭하는 ‘아일릿 코어’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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