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업리뷰]시한부 멜로 '흔들리는 물결',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입력 2016-10-20 18: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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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흔들리는 물결' 포스터 / 무브먼트 제공
영화 '흔들리는 물결' 포스터 / 무브먼트 제공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빠르고 직설적인 게 미덕이라 여겨지는 시대에 느린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 오랜만에 찾아온 정통 멜로 '흔들리는 물결'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흔들리는 물결'(감독 김진도/제작 비밀의 화원, 청년필름)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비로소 자신의 삶을 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한치라도 손해 보기 싫어 '썸'을 빙자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게 요즘의 연애다. 하지만 '흔들리는 물결' 속 연우(심희섭)와 원희(고원희)에겐 해당 사항 없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세상과 담을 쌓은 연우는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는 원희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조심스럽게 두 남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흔한 밀고 당기기 하나 없지만, 원희가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 이들의 멜로는 난관을 만난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여자와 그를 사랑하는 남자란 설정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공통분모가 죽음이란 사실을 알면 연우와 원희의 서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영화 '흔들리는 물결' 스틸 / 무브먼트 제공
영화 '흔들리는 물결' 스틸 / 무브먼트 제공

'흔들리는 물결'은 시한부란 소재에도 불구하고 감정 과잉을 내려놓으면서 클리셰를 극복한다. 사랑하는 여동생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후 삶의 무의미함에 괴로워하던 연우가 죽음을 앞둔 여자 간호사 원희를 만나 그에게 물들어가는 과정은 허무함이 아닌, 생에 대한 강한 의지로 귀결된다. 오히려 연우는 이를 통해 죽음의 공포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이 영화는 죽음이란 낯설고 두려운 소재를 다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계절이 돌아오면 다시 꽃을 피우는 삶을 이야기한다. 말 그대로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

영화 '와니와 준하' 연출부로 시작한 김진도 감독은 '흔들리는 물결'로 16년 만에 데뷔했다.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는 이 작품에 대해 "딱 김진도 같은 영화"라며 순박한 감성이 인상적이라 평했다.

영화 '흔들리는 물결' 스틸 / 무브먼트 제공
영화 '흔들리는 물결' 스틸 / 무브먼트 제공

의미를 찾는 남자 연우와 기적을 찾는 여자 원희 역의 심희섭과 고원희 역시 주목해볼만 하다. 이들은 조금씩 깊어지는 연우와 원희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되새기고 곱씹어볼 수록 새로움이 묻어난다.

'1999, 면회'(2012)를 시작으로 '변호인'(2013) '암살'(2015)로 깊은 인상을 남긴 심희섭은 '흔들리는 물결'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지탱하는 중심축이다. 그의 심리 변화에 따라 전개되는 원희와의 로맨스는 담담하지만 매력적이다.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고원희는 죽음 앞에서도 당찬 여자를 자신만의 색으로 그렸다. 깊이 있는 감성 연기는 덤이다.

이미 '흔들리는 물결'은 단아한 풍경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절제된 감정을 표현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주목을 받았다. 다소 느리지만 섬세한 이 멜로의 결말은 무엇일까. 오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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