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업무비]충무로 씹어먹은 박찬욱 감독의 제자들

입력 2016-11-10 17: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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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박찬욱/(아래)이경미, 이계벽, 엄태화
(위)박찬욱/(아래)이경미, 이계벽, 엄태화

[헤럴드POP=이소담 기자]박찬욱의 제자들이 충무로를 휩쓸고 있다. 좋은 감독이면서 좋은 감독을 배출해내기까지 한 박찬욱이다.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 받는 감독과 작품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박찬욱 감독과 인연이 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 스승과 제자가 모두 영화를 내놓고 함께 한 2016년이다.

영화 ‘비밀은 없다’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손예진의 또 다른 얼굴을 이끌어낸 이경미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스크립터 출신이다. 박찬욱 감독은 2004년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 당시 비정성시 부분 대상을 차지한 이경미 감독을 눈여겨보고 ‘친절한 금자씨’ 연출부로 불러들여 현장경험 및 연출 노하우를 쌓게 했다고.

영화 '비밀은 없다' 스틸
영화 '비밀은 없다' 스틸

여기에 박찬욱 감독이 첫 번째로 제작에 나선 작품이 이경미 감독의 장편 데뷔작 ‘미쓰 홍당무’(2008)이며, 이경미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 ‘도끼’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 또한 ‘비밀은 없다’ 시나리오 작업 중이던 이경미 감독에게 박찬욱 감독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경미 감독은 “박찬욱 감독에겐 작업뿐아니라 힘들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작품을 오래도록 쓰다 보니 슬럼프도 있고 망하는 건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박찬욱 감독이 칭찬을 해주는 편이 아닌데, 공백이 5년쯤 됐을 때 문자로 '넌 잘할 수 있어. 힘내'라고 하더라. 박찬욱 감독이 이정도로 말할 정도면 내가 정말 걱정되는 상황이구나 싶었다”며 “영화 ‘여교사’ 시나리오를 쓰다 접고 방황하고 있을 때 박찬욱 감독은 미국서 ‘스토커’ 작업 중이었는데, 어느 날 전화가 와서 서브플롯을 발전시키면 어떻겠느냐고 조언해줬다. 그래서 ‘비밀은 없다’가 완성됐다”고 밝혔다.

영화 '럭키' 스틸
영화 '럭키' 스틸

덕분에 세상에 나온 ‘비밀은 없다’는 흥행에선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제36회 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과 제17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대상을 수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지난 10월13일 개봉해 관객수 650만 명을 돌파한 유해진 원톱 코미디 영화 ‘럭키’의 이계벽 감독도 박찬욱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다. 이계벽 감독은 박찬욱 감독 영화 ‘복수는 나의 것’(2002) 연출부에 이어 ‘올드보이’(2003) 조감독으로 일했다.

특히 ‘럭키’ 엔딩크레딧에는 박찬욱 감독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에 이계벽 감독은 “박찬욱 감독이 조언을 많이 해줬다. 결이 다른 영화를 만드는데, 늘 재미있다면서 용기를 내라고 해주더라. 늘 의견과 용기를 얻었다”고 밝히기도.

영화 '가려진 시간' GV/엄태화, 박찬욱 감독
영화 '가려진 시간' GV/엄태화, 박찬욱 감독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와는 결이 다른 코미디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이계벽 감독. 어떻게 박찬욱 감독의 제자가 스승과는 정반대 다른 성향의 영화를 만들었냐는 물음에 이계벽 감독은 “원래 코미디를 좋아했다. 개인의 성향이란 게 있잖나”라며 “물론 박찬욱 감독님이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등을 만들었다고 해서 누굴 죽이고 싶어 하거나 그런 성향이란 말은 아니지만, 내가 만든 영화는 개인의 성향이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오는 11월16일 개봉을 앞둔 강동원 주연의 판타지 영화 ‘가려진 시간’ 엄태화 감독도 박찬욱 사단이다. 엄태화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쓰리, 몬스터’(2004) ‘친절한 금자씨’(2005)와 단편 ‘파란만장’(2010) 조연출 출신이다. 엄태화 감독이 장편 독립영화 ‘잉투기’(2013)를 내놓았을 땐 자신의 제자에게 아낌 없는 칭찬을 던지기도.

특히 박찬욱 감독은 엄태화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를 지원사격 하기 위해 개봉 전 ‘가려진 시간’ GV에도 참여하며 힘을 보탰다. 박찬욱 감독은 “난 살인 사건이 나오지 않는 영화는 잘 보지 않는데, 살인 사건이 나오지 않는 영화 중에서 이렇게 재미있게 본 영화는 없는 것 같다”며 “아역부터 성인까지 배우들이 모두 훌륭했다. 아무리 뛰어난 배우도 실력 없는 감독을 만나면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는데, '가려진 시간'의 경우 많은 노력과 감독의 실력이 뒷받침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엄태화 감독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처럼 좋은 감독 박찬욱 밑에서 함께 일했던 조연출이 충무로를 씹어 먹고 있는 지금. 그 누구보다 뿌듯함을 느끼고 있을 박찬욱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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