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스플릿’ 이다윗이 유지태의 격려에 눈물을 쏟은 사연을 공개했다.
배우 이다윗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인터뷰를 갖고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제작 오퍼스픽쳐스) 뒷이야기를 전했다.
‘스플릿’은 도박 볼링 세계에 뛰어든 밑바닥 인생들의 한판 승부를 그린 작품. 유지태가 한물 간 전직 볼링 선수 철종 역, 이정현이 허당 매력의 생계형 브로커 희진 역, 이다윗이 자폐 기질과 천재적 볼링 실력을 동시에 지닌 영훈 역, 정성화가 철종과 악연으로 이어진 악역 두꺼비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영화에서 분량 대부분을 유지태와 호흡을 맞춘 이다윗은 “유지태 선배는 정말 ‘기품있다’ ‘우아하다’ ‘엘레강스하다’는 그런 말이 정말 잘 어울린다. 평소엔 각 잡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웃고 있고 서글서글한 미소가 입가에 가득하다. 그런데 그 미소가 품위 있어 보이고 빛난다. ‘이런 게 우월함인가?’하는 걸 처음 느꼈다. 이게 아우라구나 하고 말이다”고 선배 배우에 대한 찬양을 늘어놨다.
유지태에게 도움이나 조언을 받은 게 있느냐고 묻자 이다윗은 “처음엔 나도 영훈 역에 대해 확신이 부족하고 헛갈리잖나. 그럴 때 뭐라 한마디 해줄 법도 한데 유지태 선배는 아무 말도 안하더라. 그래서 난 유지태 선배의 관심 밖인가 싶었다”고 웃으며 “그런데 나중에 유지태 선배와 최국희 감독님과 노래방도 가고 이야기도 자주 나누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다윗은 “유지태 선배가 그러더라. ‘다윗아, 너는 할 수 있어. 나는 너를 믿고 기다린다’고. 그게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너무 고마웠다. 날 ‘스스로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여기고 내가 확신을 갖고 연기할 때까지 기다려준 것 아닌가. ‘스플릿’ 시사회 후 뒤풀이를 하는데 유지태 선배가 ‘진짜 고생했다’고 칭찬하는데 기분이 너무 좋더라. 선배가 날 끌어안고 그러는데 눈물이 나더라. 너무 고맙죠”라고 뭉클한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나. 이다윗 또한 혼나고 지적 받는 것보다, 잘한다고 칭찬을 받아야 연기를 더 잘하는 스타일이라고.
“혼나면 연기를 잘 못한다”는 이다윗은 “또, 혼났다기보다 계속 NG나고 그러거나 이야기를 나눠도 연기에 대한 답이 안 나올 때는 못하겠더라. 그런 상황이면 정말 미친다. 아무 것도 못한다. 몸이 얼어버리고 굳는다. 매 작품마다 그런 상황이 오고, 힘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방금 연기 정말 좋다’고 말해주면 그걸로 확인한다. 내가 잘하고 있구나, 이런 느낌을 원하는구나 하고 말이다. 어쨌거나 난 칭찬을 들어야 더 잘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다윗이 ‘스플릿’에서 연기한 영훈은 자폐 성향을 지녔지만, 볼링엔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천재적 능력을 가만 두지 않고 매일 같이 볼링장에서 연습을 하며 실력을 갈고 닦는다. 노력하는 천재인 셈이다.
이에 이다윗은 “난 천재는 아닌 것 같다. 다른 배우들의 작품을 볼 때마다 느낀다. 사람마다 타고난 스타일이 있잖나. 나는 아직 내가 어떤 스타일인지, 어떤 무기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내가 그걸 알게 된다면 좀 더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은 모르겠다. 자신만의 무기를 잘 활용하는 배우를 보면 대단하다 싶다. 송강호, 조정석 선배가 그러지 않나. 머리와 가슴, 둘 다 연기하는 분들이니까. 물론 수년간 쌓아온 내공도 있겠지만 타고난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그렇게까지 타고나진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노력을 막 하는 편은 아닌 것 같은데 난 뭘까요?”라고 되묻는 이다윗이었다. ‘스플릿’ 영훈에게 철종이 롤모델이었던 것처럼, 이다윗에게도 롤모델이 있는지 물었다. 앞서 언급한 유지태나 송강호, 조정석 등의 이름이 나올 거라 생각했건만 이다윗의 입에선 전혀 다른 이름이 나왔다. 바로 배우 박정민이었다. 이다윗은 영화 ‘신촌좀비만화’ 중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단편 ‘유령’에서 박정민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다윗은 “워낙 대한민국에 좋아하는 선배 배우가 많다. 그 중 조금 연령대가 낮은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존경하는 배우가 있는데 바로 박정민 형이다. 내가 정말 좋아한다. 같이 두 작품을 했었다. 처음에 류승완 감독님의 단편 ‘유령’에서 만났다. 그때 박정민 형을 처음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박정민과 이다윗은 ‘신촌좀비만화-유령’에서 인터넷 사령카페에만 푹 빠져 있는 오타쿠를 연기했다. 특히 박정민은 도수가 엄청난 안경을 쓰고 원래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파격적 비주얼로 열연을 펼쳤다.
이에 이다윗은 “박정민 형은 정말 캐릭터 그 자체였다. 어디서 이런 사람을 구해왔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땐 몰랐다. 박정민 형이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원래 그런 사람인줄 알았다. ‘이상한 사람 아냐? 생긴 것도 멀쩡하게 안 보이고’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도수 높은 안경 때문에 앞이 안 보이는데도 연기를 정말 잘하더라. 촬영 후에 다시 생각해보니 소름 끼치더라”고 무한 애정공세를 퍼부었다. 이어 이다윗은 “영화 ‘순정’에서는 내 친형으로 잠깐 나오는데 역시나였다. 그 뒤로 박정민 형의 작품을 모두 챙겨봤다. ‘와, 이 사람은 뭐지?’ 싶었다”며 “내가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 경험이 더 쌓이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연기로 승부를 봤을 때 질 것 같지 않은데, 시간이 가도 영원히 못 이길 것 같은 사람이 박정민이다”고 털어놨다.
“항상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박정민 형이 욕을 한다”고 웃음을 터트린 이다윗은 “얼마 전 뿌듯했던 일이 있다. 내가 정민 형에게 전화 끊을 때 사랑한다고 하면 형이 ‘나도’라고만 대답하곤 한다. 그래서 내가 억지로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전화를 끊는데, 얼마 전에 박정민 형이 전화 와서 집에 들어가고 있다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게 사랑한다고 그러더라. 드디어 일방적인 사랑이 꽃을 피웠구나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연기에 대한 고민도 많고, 부러움도 많기 때문에 그만큼 더욱 쉼 없이 노력하고 있는 배우 이다윗. 벌써 데뷔 13년차를 맞은 어린 배우에게 ‘배우 이다윗의 목표’를 물었다.
“난 아직 한참 멀었다. 까마득하다. 적어도 한국 영화계에 3획 정도는 그어야 하지 않나 싶다. 지금은 이제 막 먹을 갈고 먹물에 붓을 적셔서 종이 위에 올려놓지 않았나 싶다. 아마도 몇 년 뒤에 한 획을 긋지 않을까. 그렇게 하다 보면 세 번 정도? 하하. 난 연기가 재밌다. 여태까지의 난 꽂히거나 빠지거나 재밌으면 그것만 해왔다. 집중력이 거기로 다 쏠린다. 흥미가 없으면 때려치운다. 그런데 연기는 1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계속 하고 있는 걸 보면 나 스스로도 재밌는 게 아닐까. 할 때마다 새로운 게 나타나잖나. 도전과제라든지 나를 자극시키는 게 뭔가 나오니까.”
한편 ‘스플릿’은 지난 9일 개봉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