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황수연 기자]4년을 기다린 김남길의 인생작이 개봉한다.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인간적이고 털털한 매력으로 돌아왔다.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엔터테인먼트)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 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김남길은 아버지와 형을 불의의 원전 사고로 떠나보내고, 어머니(김영애)와 형수(문정희), 하나뿐인 어린 조카와 살아가는 재혁 역을 맡았다. 그는 아버지와 형을 죽게 한 동네 원전소가 죽도록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배우 김남길에게 '평범한'이라는 형용사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듯하다. 그를 떠올리면 순수하고 엉뚱하지만 동시에 잔인하고 차가운 매력을 지닌 '선덕여왕'의 비담이나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나쁜 남자' 심건욱이 연상된다. 강한 눈빛과 거친 남자의 향기는 한때 김남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의 인생작이라고 불리는 '선덕여왕' 비담보다 더 멋있냐고? 천만에 '판도라' 재혁은 우리가 알던 김남길의 환상을 무참히 깨버린다. 꼬질꼬질한 트레이닝복에 후덕해진 비주얼, 여기에 툴툴대는 불평불만 많은 성격에 센 억양의 경상도 사투리까지. 우리가 알던 김남길의 범주를 벗어난 캐릭터다.
그런데 자꾸 정이 가는 인물이 재혁이다. 원전에서 일하기 싫다는 이유로 원양어선을 타겠다며 어머니와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 연주(김주현)에게 떼를 쓰는 모습은 퍽 귀엽게 느껴진다. 원전 사고가 터지자 제일 먼저 도망 가려다가도 부상을 입은 동료를 외면하지 못한다.
또 지극히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인간적인 캐릭터다. 무서우면 무섭다고 얘기하고, 울고 싶으면 주저 없이 눈물을 펑펑 쏟아낸다. 김남길은 '판도라'에서 넓은 감정의 폭을 오가는 입체적인 캐릭터 재혁을 훌륭하게 그려냈다. 재혁의 형수 역을 맡은 문정희는 최근 '판도라' 인터뷰에서 가장 맡고 싶었던 역할은 단연 김남길의 캐릭터였다고 꼽았을 정도.
김남길은 '판도라' 인터뷰에서 재혁이 자신과 참 많이 닮은 캐릭터라고 설명한다. 매사 툴툴거리는 것하며 후줄근한 옷차림도 판박이라고. 극 중에서 보이는 트레이닝복도 실제 자신의 것이라는 비하인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김남길은 지난 2012년 소집해제 이후 드라마 '상어',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무뢰한' 등 쉬지 않고 일했지만 스스로는 크게 만족하지 못 했다. 드라마 '선덕여왕'과 '나쁜남자'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한때는 제대 후가 기대되는 배우로 손꼽히기도 했던 김남길이다. 이에 김남길은 최근 '판도라' 인터뷰에서 제대 이후 지금까지를 '정체기'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배우의 길을 그만둬야 하나 싶었단다. 그러던 중 만난 작품이 지난해 3월 크랭크인에 들어간 '판도라'다.
김남길은 어색하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연습했고, 살도 찌워가며 평범한 재혁을 만들어 갔다.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녹여내기 위해 다분히도 노력했다. 그렇게 '판도라' 속 평범한 사람 재혁에게서 배우 김남길의 강렬한 이미지는 지워져갔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재혁은 원래 존재하던 인물인 것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재혁이 웃으면 따라 웃고, 재혁이 울면 따라 울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서 '판도라'는 김남길의 재발견이자, 인생작이다. '판도라'는 시나리오가 완성된 제작 초기부터 7일 개봉하기까지 4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김남길에게는 슬럼프가 찾아온 소집해제 이후 4년이 걸린 작품이다.
우선 '판도라'에 대한 관객과 언론의 평가는 꽤 좋다. 지난달 29일 언론시사회와 지난 1일 일반 관객 시사회에서 선공개된 '판도라'는 적절한 시기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재밌는 작품이 탄생했다며 호평 받았다.
'판도라'는 7일 개봉한다. 생고생도 버텨낸 김남길. 이제 '선덕여왕' 비담에 이어 새로운 인생작이 나올 때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