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배우 이성경(27)이 묻는다. 역기 드는 여자, 예쁘면 안 되나요?
지난 11월부터 방송 중인 MBC 수목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극본 양희승 김수진/연출 오현종)는 바벨만 들던 스물한 살 역도선수 김복주에게 닥친 폭풍 같은 첫사랑을 그린 감성 청춘 드라마다. 이성경은 한얼체대 2학년 여자 역도부 김복주 역을 맡았다.
'역도요정 김복주'는 현재 5%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수목드라마 중 최저 성적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향한 시청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보단 따스하다.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긴 어려운 청춘물의 특성 탓이기도 하지만, 대학생들의 성장통과 사랑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역도요정 김복주' 첫 방송에 앞서 불거진 건 기대보단 우려였다. 역도선수란 설정과 모델 출신의 늘씬한, 아니 지나치게 마른 몸매의 소유자 이성경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성경 역시 이를 알고 있었기에 "이질감이 없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런데 '외모가 안 어울린다'란 이성경을 향한 지적, 과연 온당한 것이었을까. 어쩌면 편견의 산물은 아니었을까. 분명 그가 연기하는 역도선수는 다부진 체형을 가져야 하는 인물이 맞다. 하지만 극 중 김복주의 체급은 -58kg이다. 실제로 역도에는 다양한 체급이 있다. 미디어를 통해 묘사됐던 그간 역도선수들의 이미지는 오히려 정형화된 감이 있다.
물론 역도 선수치고 지나치게 큰 키는 아쉽다. 하지만 말이 안 된다는 건 아니다. 극 중 김복주는 역도선수를 하기에는 키가 너무 커서 고민한다. 결국 그는 체중 증량을 통해 이를 극복한다. 핸디캡이긴 하지만, 못할 것도 없다는 것.
'역도선수 김복주'가 그리고자 하는 김복주는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의 체대생이다. 운동을 사랑하는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딱 그 나이대에 어울리는 고민들 이를테면 첫사랑의 열병, 진로에 대한 불안을 품은 여대생의 성장기를 보여주는 게 이 드라마의 목표다.
그런 점에서 이성경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라 할만하다. 전작 SBS '닥터스'가 종영한 뒤 2주 만에 '역도요정 김복주' 촬영에 합류한 그는 체중을 갑자기 불릴 방법이 없어 전날에 먹고 부은 얼굴로 촬영장에 가기를 반복했다고. 또한 몸매 라인을 드러내지 않는 헐렁한 운동복을 주로 착용해 체대생이란 설정을 충실하게 살렸다. 리얼리티보단 멋내는데 중점을 둬 인물 설정을 파괴하는 일부 배우들과는 분명 다른 행보다. 역도 밖에 할 줄 모르던 김복주의 성장통은 그런 이성경의 노력과 만나 탄생했다.
이쁘장한 얼굴에 남다른 힘을 가진 아가씨 김복주. 1년 365일 바벨을 드는 자신의 거친 손을 잡아줄 남자는 없을 것이라 여겼고, 그게 업이자 운명이라 여기고 살았던 그에게 찾아온 첫사랑은 그렇기에 더욱 특별하다. 역도부라는 타이틀 탓에 소개팅 한 번 못 받아본 그 역시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충분한 매력적인 존재라는 것. 그런 점에서 모델 출신 이성경이 연기하는 꽃띠 역사(力士) 김복주는 '힘쓰는 여자' 혹은 '운동하는 여자'를 향한 편견을 깨는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