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재심’은 대단한 신파로 억지 눈물을 짜내지 않는다. 대신 실화 주인공이 느낀 억울함을 영화에 녹여냈다. 다신 이런 억울한 일은 있어선 안 된다고 말이다.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제작 이디오플랜)이 지난 2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또 하나의 약속’을 통해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백혈병 소송 문제를 담아내 깊은 울림을 안겼던 김태윤 감독은 이번엔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실화를 선택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재심’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가 다시 한 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루기도 했던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돈도 빽도 없는 지방대 출신 변호사인 준영은 큰 것 한방을 노리다 대규모 집단 소송에서 패한다. 이에 살림은 궁핍해져가고 아내와 딸은 그의 곁을 떠난다. 다시 재기할 생각으로, 대형 로펌에 들어가기 위한 준영의 방법은 단 하나. 바로 이목을 끌만한, 로펌 홍보가 될 만한 사건을 맡아 승소하는 것. 그때 준영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한때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이다.
이미 15년이 지난 상황.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현우는 15년형을 받고 10년 복역 후 만기 출소한 상태다. 20대를 모조리 교도소에서 보낸 현우는 억울함을 호소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세상에 회의감을 느낀다. 그런 현우에게 준영은 자신의 불순한 의도를 감춘 채 손을 내민다.
시작은 속물 변호사와 살인자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준영과 현우가 손을 잡은 순간부터 둘은 조금씩 변해간다. 속물 준영의 가슴엔 뜨거운 진심이 피어오르고, 이는 걸어 잠근 현우의 마음 속 빗장을 푼다. 억울한 남자와 성공하고 싶은 남자가 만났지만 이들의 목적은 하나. 결국은 진실을 밝히고, 다신 이 같은 억울한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얻는 것은 다를 지라도 말이다.
김태윤 감독은 전작에서처럼 과도한 신파를 배제하고, 감정 과잉 없이 있는 그대로의 실화를 짜임새 있게 엮어나가며 ‘재심’의 준영과 현우를 이끈다. 준영과 현우로 분한 정우, 강하늘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다. 마치 ‘변호인’의 송강호를 보듯, 정우는 조금씩 변해가는 준영의 진심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세상 그 누구보다 억울한 남자 현우로 분한 강하늘은 몸을 내던진 열연에 섬세한 감정연기로 진실에 다가선다. 억울함을 풀어 달라 호소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관객에게 현우의 심정을 전달하는 힘. 강하늘은 그 어려운 걸 또 해낸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전라도 사투리 연기는 덤이다. 충무로의 미래를 묻거든 고갤 들어 강하늘을 보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다.
여기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동휘도 있다. 그는 미친 존재감으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 중간 중간마다 숨통을 트이게 한다. ‘국민 어머니’ 김해숙의 압도적 열연은 보는 이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든다. 김해숙이 울면 관객도 따라 울 수밖에 없다. 거짓 자백을 강요한 형사 백철기 역 한재영의 연기도 뛰어나다. 실제 배우마저 밉게 보일 정도로 분노유발자 악역으로 분한 한재영이다. 이러니 ‘재심’을 보지 않을 수 있겠나. ‘재심’은 오는 2월16일 개봉한다.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9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