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때로는 광기 어린 열연보다 감정을 숨기고 절제하는 것이 더 빛나는 법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케이시 애플렉의 연기가 그렇다.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배급 THE픽쳐스)가 6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배우 겸 감독 벤 애플렉의 친동생으로 전세계 남우주연상 42관왕을 휩쓴 케이시 애플렉의 절제된 연기는 보는 이를 뭉클하게 만들었고, 케네스 로너건 감독의 섬세한 연출 또한 돋보였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갑작스런 형의 죽음으로 고향에 돌아온 리(케이시 애플렉)가 조카 패트릭(루카스 헤지스)을 위해 맨체스터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고, 숨겨둔 과거 기억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리는 보스턴에서 홀로 잡역부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변변한 직장도 아닌데다 사는 곳도 일자리와 함께 제공된, 지하방이다. 지나는 사람들의 구둣발만 보이는 작은 창이 전부인 방을 보금자리 삼아 하루하루 별 의욕 없이 살아가는 리. 세입자에게 살갑지도 않고,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성도 모른 척 하는 그는 마치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 같다. 그런 리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형이 위독하다는 것. 급하게 병원으로 향하지만 형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설상가상 홀로 남겨진 조카 패트릭의 후견인 역할을 떠맡아야만 하는 상황. 리가 고향을 떠난 이유는 자신 때문이었다. 자신의 실수 때문에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그렇지만 너무나도 깊은 슬픔이기에 리는 감정도 고향도 버렸다.
허나 형의 죽음 때문에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는 고향에서 조카 패트릭을 돌봐야 하는 리. 모두가 그를 위로하지만 리는 눈물을 보이지도 절규하지도 않는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과거를 후회하는 한 남자의 닫힌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애틋한 가족애나 삼촌과 조카의 케미를 통해 감동을 유발하려 하지 않는다. 덤덤하게 그리고 멀리서 아무런 말없이 그저 리의 상황을 보여줄 뿐이다.
가늠하기 힘든 과거의 무게. 케이시 애플렉은 그런 리의 과거와 현재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려낸다. 아무렇지 않은 척,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현실을 회피하려는 리의 복잡한 내면을 감정과잉 없이 연기했기에 오히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더욱 애달프다. 차마 위로조차 건네기 힘든 상황이 스크린 밖으로 조금씩 터져 나오는 순간, 아마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리의 어깨를 토닥이게 될 것이다. 다만 리를 연기한 케이시 애플렉이 지속적으로 여성을 성추행하고 합의했다는 사실 때문에 과연 관객이 그의 연기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는 15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7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