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팝업리뷰]'눈발', 타인의 불행과 연민의 가치, 그리고 성장통

입력 2017-02-28 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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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눈발' 포스터
영화 '눈발' 포스터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부당한 현실을 외면하는 법을 익히는 게 아닐까. 인과응보와 사필귀정이라 배웠지만 세상은 그리 명료하지 않다. 세월이 쌓여갈수록, 나이를 먹어갈수록 선택적 정의구현에 익숙해지는 것, 당신과 나만의 일은 아닐 테다. '눈발'이 그런 기로에 선 소년과 소녀의 아픔과 성장을 그린다.

오는 1일 개봉하는 영화 '눈발'(감독 조재민/제작 명필름영화학교)은 눈이 내리지 않는 마을로 온 소년 민식(박진영)이 마음이 얼어붙은 소녀 예주(지우)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고등학생 민식은 목사인 아버지의 고향 고성으로 내려온다. 여기서 그는 예주를 만난다. 살인자의 딸이란 누명을 쓰고 왕따를 당하는 소녀다. 누구나 가까이 가길 꺼리지만 민식은 알 수 없는 동정심에 이끌려 예주에게 손을 내민다.

영화 '눈발' 스틸
영화 '눈발' 스틸

하지만 이들의 우정은 순탄하지 않다.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이미 연좌제의 낙인을 찍었다. 민식은 오해로 인해 험한 꼴을 당하는 예주를 위해 몸을 던지지만, 힘없이 당하기만 한다. 작은 친절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를 향한 연민을 멈추지 않는다.

'눈발'은 언뜻 보면 매우 순진무구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한겨울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년과 소녀의 우정, 그리고 풋사랑 같은 감정들. 어찌나 동화 같은지.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그들이 만난 마을은 세상의 축소판이다. 부조리함과 편견, 부적절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민식과 예주는 이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성장한다.

민식과 예주가 겪는 비극은 조재민 감독의 개인적 경험도 녹아있다고. 그는 "어느 친구의 기나긴 고통을 동정했으나 여기서 생겨난 슬픔과 분노를 타인에게 숨기려 한 적이 있다"라며, 당시 자신의 비겁함이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 '눈발' 스틸
영화 '눈발' 스틸

이는 비단 그의 일만이 아니다. 한 사람이 그럴듯한, 평범한 존재로 살기 위해선 꽤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때로는 비겁해야할 수도 있다. 타인의 불행을 알면서도 갈팡질팡하다 끝내 눈을 질끈 감게 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테다. '눈발' 속 민식과 예주의 이야기가 불편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유다.

이처럼 '눈발'은 예주를 향한 민식의 연민과, 자신을 향한 부당한 편견에 저항하는 예주를 통해 늘 무력감과 후회가 따를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해 말한다. 그럼에도 용기 내어 서로 얼싸안고, 맞잡은 손으로 간극을 좁혀사는 게 함께 걸어가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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