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데뷔 12년차 배우인 장승조. 무대를 넘어 TV드라마까지 섭렵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주목받는 연기자다. 그토록 좋아하는 무대를 잠시 떠나 방송 활동에 집중한 시간은 2년. 그 시간을 지나 다시 무대로 돌아온 장승조는 무대에 서는 기쁨과 연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즐거움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제와서 너무 늦은 질문이지만 데뷔한 계기를 물었다. 장승조는 "예전에는 여러 번 말했다"고 하면서도 골똘히 생각하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리고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데뷔 계기를 설명했다.
"예전에 영화를 엄청 좋아했다. 고등학교 1, 2학년 때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를 써보기도 했다. 집에 좋아하는 감독의 비디오가 한 200개 있다. 워낙 어릴 때부터 그쪽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쯤에 화장실에서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를 불렀던 기억이 있다. 그 노래 앞에 독일어 가사가 있다. 그걸 엄청 불렀다. 엄마가 '너 성악가 될꺼야?'라고 물었는데, 그게 뭔지 모르니까 '나 그거 안할꺼야'라고 답했다. 그런걸 할 형편도 아니었다. 아직도 기억 나는게 '뭐 되고 싶어?'라는 질문을 받으며 '저 TV 뒤에 있는 사람(스태프)이 되고 싶다'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뭔지도 몰랐는데 막연하게 답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이 있으니 눈이 그 분야로 향하게 되고, 전공도 영화 관련(상명대학교 영화학과 졸업)으로 가게 됐다. 그 후에 연기가 보였고, 재미를 느끼게 되면서 졸업 전 대학로에 나오게 됐다. 어릴 적부터 '배우가 되겠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렇게 오게된 것 같다. 지금 돌아보니 많은 것들이 연결되고 쌓여서 배우의 길로 오게 된 것 같다. 신기하다."
2년간의 공백기간 동안 못보던 후배들이 많았을 것 같았다. 눈에 띄는 혹은 공연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후배가 있는지 궁금했다. 장승조는 망설임없이 '더데빌'에서 함께 하고 있는 앙상블 배우들을 언급했다.
"같이 하는 배우들, 동생들 보면 정말 멋지다. 앙상블 동생들은 거의 10살 이상 나이가 차이난다. 그 친구들이 정말 열심히 하는데 너무 예쁘다. 연습하는 동안 작품에 녹아드는 모습이 보이니까, (송)용진이 형이랑 '저것 봐, 저 눈빛'이라고 말하면서 내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저 나이때 어땠나' 하고. 회식 자리에서 후배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장난도 많이 친다. 그 자체만으로 행복하다. 후배들에게 뭐라고 훈계나 충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화이팅 할 수 있다는 것, 그게 가능하다는 게 좋다. 잘 따라오는 동생들, 잘 끌어주는 선배들이 '더데빌'의 무기가 아닐까 싶다."
컴백작인 '더데빌'에 대한 자부심과 동료들에 무한 애정을 드러내는 장승조에게 '10살 차이나는 동생들과 무슨 장난을 치는지' 물었더니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앙상블 배우 중 최재웅이라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이 작품하면서 팬클럽이 생겼다. 그래서 '도대체 무대에서 무슨 짓을 하는거냐. 너무 신경쓰는 것 아니냐'면서 다같이 엄청 놀린다. 아저씨들이니까, 뭐 다 그러고 노는거다. '더데빌' 작품이 워낙 그로테스크하고 심오하니까, 무대가 시작되면 눈이 바뀌어야 한다. 재웅이 뿐만 아니라 후배들의 눈빛이 점점 변해가는걸 보면 즐겁다. "
반대로 롤모델인 선배 연기자가 있는지 물었더니 "선배님들이야 뭐, 워낙 쟁쟁하신 분들이 많다"고 즉답이 돌아왔다. 잠시 생각하던 장승조는 자신과 많은 작품을 함께 한 뮤지컬 배우 송용진('더데빌' 존 파우스트 역)을 꼽았다.
"훌륭하신 선배들 정말 많지만, 가깝게는 송용진 선배를 보며 많이 배운다. 워낙 작품을 함께 많이 했다. 이번에 '더데빌' 첫 공연 날, 용진이 형이 노래 하고 있고, 나는 등장 전에 옆에서 지켜봤다. 형이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열심히 해야지. 잘 해야지' 힘을 받았다. 분명 연습할 때 매번 봤고, 전 작품하면서도 매일 보던건데 그 모습에 힘을 받았다. 그런데 선후배를 떠나서 동료들에게 자극도 많이 받고 에너지도 많이 받는다. 오랜만에 하다보니 함께 하면서 배워나가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송용진에 대한 이야기 후 다른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이순재의 이야기가 언급됐다. 올해 연기 60주년을 맞이한 배우 이순재. 드라마와 연극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연기자들의 롤모델 1위로 꼽히는 선배인 그에 대해 장승조는 "배우라면 누구나 이순재 선생님이 꿈"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MBC TV '사람이 좋다'에 이순재 선생님이 나오셨다. 윤유선 선배님이 이순재 선생님과의 인연을 언급하면서 '19년 전 대사를 보고 말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놨더니 이순재 선생님이 이제 말을 하려고해서 그래, 그 전까지는 옹알이 하다가 말을 할려고 어렵지'라고 말씀하셨다는 걸 봤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연기를 잘 해야겠다고, 잘 하고 싶다고 한번 더 느꼈다."
장승조가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비추던 2015년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에서 그는 이순재의 아들 역할로 출연했다. 가족 관계로 출연했지만 끈끈한 연결고리가 생길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이순재는 존재만으로도 장승조에게 영향력을 미쳤다.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 분장실에서 이순재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이 아버지였는데, 내가 죽어있을 때 오셨다(웃음). 같은 장면인데 따로 촬영을 해서 분장실에서만 뵐 수 있었다. 연기자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이순재 선생님처럼 되는게 꿈이다. 오래 연기를 하고 싶다."
(사진=본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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